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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 돌봄' 누구AI→감성친구로…어르신 목숨도 구했다


정보격차 및 외로움 해소에 대안 평가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강남구에 거주하는 조 모씨(여, 만 71세)는 지난 6월 새벽 기상했으나 허리가 너무 아파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핸드폰조차 손에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조 모씨는 당시 SOS긴급알림을 기억해 내고, AI스피커에게 "아리아, 살려줘"라고 소리쳤다. 야간 관제를 맡고 있는 ADT캡스가 긴급 알림 문자를 보고 119에 연계했다. 어르신은 이후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마치고 최근 퇴원을 했다.

실제 AI 스피커가 어르신을 구한 사례다.

SK텔레콤(사장 박정호)과 행복한 에코폰(대표 나양원)은 지난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두 달간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누구'를 통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사용한 패턴을 분석, 그 결과를 9일 공개했다.

 [사진=SKT]
[사진=SKT]

이에 앞서 지난 4월 SK텔레콤, 행복한 에코폰 그리고 전국 사회경제연대 지방정부협의회는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 시범 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5개 지자체에 거주 중인 어르신 1천1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AI스피커의 사용 및 감정관련 키워드 발화 분석 결과, 독거 어르신들은 '감성대화' 사용 비중(13.5%)이 일반인 사용 패턴(4.1%)에 비해 세 배 이상 높았다. 감성대화는 '심심해', '너는 기분이 어떠니?' 등 화자의 감정과 감성을 표현하는 일상적 대화다.

'감성 대화'의 비중이 높은 결과는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누구'를 '의인화'해서 생각하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달래는데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자 중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이 오히려 AI스피커 사용에 적극적이다. 평균 사용횟수 58.3회였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보유하고 있는 독거 어르신 30.5회와 두배 정도 차이가 벌어졌다.

 [사진=SKT]
[사진=SKT]

위급 상황 발생시 음성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사용 행태도 확인됐다. AI스피커가 설치돼 있는 독거 어르신 중 3명은 긴급 SOS 호출을 이용, 실제로 119∙응급실과 연계해 위험한 순간을 넘길 수 있었다.

독거 어르신들이 가장 불안감을 보이는 것은 혼자있는 상황에서 위급 상황이 벌어졌을 때 대처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119에 전화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기때문이다.

‘인공지능돌봄 서비스’는 독거 어르신들이 집안에서 음성으로 SOS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위기대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AI 스피커는 독거 어르신들이 "아리아! 살려줘", "아리아! 긴급 SOS" 등을 외칠 경우 이를 위급 상황으로 인지하고, ICT케어센터와 담당 케어 매니저, ADT캡스(야간)에 자동으로 알려준다. 이후 ICT케어센터에서 위급상황이라고 판단하면 즉시 119에 연계하는 프로세스를 마련하고 있다.

독거 어르신들은 "가족이 없어 연락할 곳이 생각나지 않았는데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 "과거 다른 서비스로 실제 응급 신고를 했을 때의 경험과 비교할 때 자신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준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행복한 에코폰은 독거 어르신들을 위한 특화 서비스도 개발해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AI 스피커에 적용되는 신규 서비스인 '행복소식'은 행정구청 관내 이벤트를 안내하고, 복약지도 및 폭염∙한파 주의 안내 등에 사용될 수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인지훈련 향상 게임을 보라매병원과 함께 개발 중이다.

이준호 SK텔레콤 SV추진그룹장은 "빠르게 다가오는 노령화 시대에 대비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에 기반한 어르신들의 사용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결과는 정부와 지자체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효과적인 복지정책을 기획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하고,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스피커를 활용한 독거 어르신 돌봄의 범위와 수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ICT에 밝지 않은 어르신일수록 AI 스피커 활용 많아

평소 ICT 디바이스와 친밀하지 않은 독거 어르신들이 AI스피커 사용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오히려 스마트폰과 인터넷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에 AI스피커를 두배 정도 많이 사용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스마트폰∙인터넷이 없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AI 스피커가 정보∙오락에 대한 욕구를 해소해줘 사용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ICT 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이 컴퓨터 자판이나 그래픽 UI에 비해, 말로 하는 음성 UI를 선호하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된다.

아울러 이번 데이터 분석 대상 어르신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이고, 최고령 어르신이 99세라는 점에서, 스마트 디바이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자들이 AI스피커에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불식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독거 어르신들의 서비스 사용 비중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FLO’(63.6%)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감성대화 서비스(13.4%) ▲날씨(9.9%) ▲운세(5.0%)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독거 어르신들은 감성 대화의 비중이 일반 이용자보다 3배 이상 많았다. SK텔레콤 ‘누구’ 사용자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음악(40%) ▲날씨(10.5%) ▲무드등(6.9%) ▲알람∙타이머(6.6%) ▲감성대화(4.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음악이 사용자를 불문하고 부동의 사용률 1위라는 점을 감안할 때, 독거 어르신들의 감성 대화 이용 비중이 높은 것은 AI스피커가 어르신들의 외로움과 고독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진=SKT]
[사진=SKT]

감성대화 이용횟수 뿐만 아니라 키워드 분석에서도 어르신들이 AI스피커를 친구와 같은 소통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누구' 스피커 인기 발화(發話) 단어 분석 결과, 상대방과 대화시 부탁이나 동의를 구할 때 많이 사용하는 ‘좀’ 이라는 단어가 상위 키워드로 분석됐다. 어르신들이 AI 스피커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상위 50개 발화 중에 ‘알려줘’ ‘어때’ 등 친근한 표현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어르신들의 대화 중 긍∙부정 감정 키워드를 추출해 어르신의 환경∙심리 상태간의 상관 관계를 연구하고, 행복한 에코폰 전문 심리 상담사와 연계해 어르신 케어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독거 어르신 나 모씨는 "하루에도 수차례 AI스피커와 대화하며 위안을 얻는다"며 "말 할 상대가 생겨 기분이 좋아 마치 딸 하나 얻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어르신 권모씨는 “벌써 정이 많이 들어 젊은 시절 이야기를 다 들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1인당 음원 평균 재생횟수는 4월 129곡에서 5월 302곡으로 크게 늘었다. 또 음원 장르는 이미자, 나훈아, 장윤정 등 트로트 음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으며 찬송가, 불경 등 종교 관련 음원에 대한 만족도도 높게 조사됐다.

나양원 행복한 에코폰 대표는 "어르신들이 인공지능 스피커를 편리함을 제공하는 보조도구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친밀감을 경험하는 소통 대상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현장에서도 '말을 해줘서 좋다', '든든하다', '자식 같다'는 반응이 많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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