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이동통신 3사 5G 품질 논란이 한창이다. 남보다 내가 더 빠른 5G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게 이유다.
5G 품질을 측정하는 여러 요소가 있을 수 있겠으나 이통사가 꼽은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속도'와 '커버리지'다. 5G 신호가 안잡히면 속도가 무용지물이고, 잡힌다 하더라도 속도가 기존 세대 대비 느리다면 비싼 요금을 지불하는 의미가 없다.
그 중 최근 이슈화된 부분은 '속도'에 집중돼 있다. 5G의 3대 특성이 초고속과 초저지연성, 초연결성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커버리지는 전국망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5G 1등'을 외치는 이통3사는 최고 속도를 낼 수 있다며 옥신각신 중이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높은 속도라 자신해도 결국은 5G 최고 속도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를 '도토리 키재기'라 하는 이유다. 더욱이 이론과 실제 속도가 달라 이를 마케팅용으로만 활용하면 결국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 5G가 LTE 대비 20배 빠르다?
이통 3사는 5G가 4G LTE 대비 20배 빠른 서비스라 강조하고 있다. 기술 표준규격 또는 네트워크 세대 정의를 기준으로 할 경우 맞는 말이다.
우리가 쓰는 네트워크 기술은 전 산업군에 두루 쓸 수 있는 인프라로 세계적으로 동일한 규격을 썼을 때 효용성이 높다.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장비, 이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부품, 소비자가 사용하는 단말 등 여러 요소들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전세계가 인정하는 표준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여러 사업자들이 함께 각 요소들이 올바른 소통을 할 수 있도록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3GPP)를 구성해 이를 개발해오고 있다.
3GPP에서 개발된 표준은 사업자들의 약속이기 때문에 글로벌 공신력을 갖춘 제3자가 인정해줘야 한다. 이 역할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해준다. 해당 조건에 부합하면 그 표준을 인증해주는 셈이다.
가령 ITU는 4G 이동통신규격으로 고정시 1Gbps, 고속 이동시 100Mbps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라 3GPP는 이 규격에 부합하기 위해 롱텀에볼루션(LTE), 와이맥스(WiMAX) 등 다양한 기술표준을 개발했다. 그 중 살아남은 쪽이 바로 'LTE'고 ITU는 LTE를 4G로 인정했다.
5G의 이동통신 규격 조건은 어떨까. ITU는 5G의 최대 다운로드 속도를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를 100Mbps로 규정했다. 1 제곱킬로미터( ㎢) 반경 내 100만개 사물인터넷(IoT)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같은 이동통신 규격 조건 상 5G는 기술적으로 LTE 대비 20배 빠른 기술이다.
◆ 이론과 실제 속도는 다르다?
하지만 실제 고객 입장에서 20배 빠른 속도를 체감하기란 쉽지 않다.
ITU가 규정한 5G 속도는 일종의 '목표'여서 향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속도를 뜻한다. 현재는 그 목표를 위한 초입단계일 뿐이다.
앞서 LTE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2011년 당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낼 수 있었던 이론상 LTE 최고 속도는 75Mbps 정도였다. 이후 주파수가 늘어나고 집성기술(CA) 등이 발전하면서 속도가 점차 올랐다. 한국의 경우 ITU의 4G 규정속도인 1Gbps를 달성한 때는 지난해다. 이론적인 목표 속도에 도달하는데 상용화 이후 7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5G도 예외는 없다.
현재 SK텔레콤과 KT가 5G를 상용화한 3.5GHz 주파수 100MHz 대역폭에서 낼 수 있는 이론상 최대 속도는 1.5Gbps다. LG유플러스는 80MHz 대역폭에서 약 1.4Gbps 속도까지 가능하다.
말 그대로 이 속도는 이론상 구현 가능한 속도이지 실제 속도는 아니다.
이론상 속도는 최적의 환경, 가령 조건을 갖춰 놓은 연구실에서 낼 수 있는 최대 속도라는 뜻으로 해석하면 된다. 많은 변수가 상존하는 실제 현장은 이와 다를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주파수는 지형과 날씨, 수용량, 트래픽량 등에 따른 영향이 천차만별로 통상 실제 속도는 이론적인 속도보다 더 낮을 수밖에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단말과 콘텐츠를 이용했는냐에 따라 실제 속도 계속해서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다. 특정 속도가 그 곳의 속도를 대표할 수도 없다.
가령 5G 사용자가 늘어날 수록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속도는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물론 기술 고도화를 통해 이를 상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무선 네트워크 속도는 주파수 양에 따라 제한을 받기 때문에 추가 주파수를 확보하지 않는한 속도를 무한정 올리는데 한계가 따른다.
◆ 이통 3사 속도 비교 아닌 자체 'LTE-5G' 비교해야
최근 이통 3사가 자사 5G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주장하지만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 것도 이 같은 이유다. 그러나 지역마다 순간마다 달라지는 속도를 앞세워 1등 경쟁을 하는 것은 오히려 고객에 품질에 대한 불신만 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믿을만한 속도 측정치를 공개하려면 공신력 있는 기관의 판단이 필요하다. 3GPP가 네트워크 표준을 개발하고 이를 시장에 적용하더라도 ITU 인증을 받는 것처럼, 이통 3사도 5G 속도 1등을 자체 평가가 아닌 제 3자가 동일 조건에서 측정, 판단하고 이를 공인해주는 과정이 필요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속도 경쟁이 제각각 측정치로 기술적 속도에도 못미치는 수준을 두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다거나 내 주장만 맞다는 식의 진실 게임이나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재로선 5G 망 구축이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도 최근의 속도 등 품질 논란이 마케팅 경쟁차원에 그치는 이유다.
오히려 고객들 불만은 LTE 보다 빠르지도 않고 잘 터지지도 않는 불완전환 5G 서비스에 있다.
따라서 제대로된 품질 경쟁을 하려면 각사가 자사의 자체적인 데이터로 속도를 확인시켜 주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통사 3사가 속도 비교 경쟁을 할 게 아니라 각사가 자사 LTE 서비스 대비 5G가 얼마나 빠른지 비교, 정보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이통3사가 각 지역마다 내세운 5G가 최고 속도나 평균 속도 중 1Gbps를 넘는 곳은 없다"며 "각자 1등이라 주장하나, 전체적으로는 모두 평균 미달임을 인정하고 있는 웃지못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문기 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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