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KCGI(강성부펀드)가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지난해 단행했던 단기차입을 걸고 넘어졌다.
앞서 KCGI는 한진그룹의 경영 감시를 목적으로 자신들이 내세운 인물을 지주사의 상근감사로 앉히려고 시도했지만 수포로 돌아갔다. 당시 단초가 됐던 것이 한진칼의 신규 단기차입이었다.
현행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상근감사 1인 대신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다. 지난 연말 한진칼은 1천60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을 하면서 자산 2조원을 넘겼고 결국 KCGI가 요구한 상근감사 선임을 물리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이 단기차입을 놓고 KCGI의 경영 참여를 방해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존재했던 만큼, KCGI 역시 이에 초점을 맞추고 이사회의 배임 행위를 밝혀내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법조계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KCGI가 한진칼을 상대로 지난달 29일 제기한 장부등열람허용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이달 12일 오후 4시 2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제58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
이번 가처분의 표면적인 목적은 지난해 12월 한진칼이 국내 10곳의 증권사들로부터 3~4%대 금리로 모두 1천600억원의 단기차입을 했던 것과 관련된 사용내용 명세서와 증빙서류 등 일체를 열람하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 것은 어느 정도 예견돼왔다. KCGI는 올해 3월 말 열렸던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1천600억원 단기차입에 대해 이사회의 배임행위 가능성을 지적하며 문제제기를 했기 때문이다.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정기주총에서 "지난해 1천600억원의 단기차입금을 늘렸는데 4%대 금리로 빌려서 그 중 1천억원을 1%대 예금에 예치했다"며 "이사회가 배임 이슈에 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성환 한진칼 재무관리팀장은 "지난해 12월 말 700억원, 올해 2~3월 1천150억원의 단기차입금이 만기 상환하는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단기차입을 놓고 선제적인 자금조달 외에 다른 의도가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적잖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지분을 매입한 KCGI의 경영권 간섭을 막기 위한 방편이 대표적으로 거론됐다.
당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감사 선임이다. 감사는 회사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 역할을 하는데 KCGI는 주주제안을 통해 김칠규 이촌회계법인 회계사를 한진칼 감사로 선임할 것을 요구했다. 한진칼은 이보다 앞서 신규차입을 통해 이 제안을 무력화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현행 상법상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은 상근감사 1인 대신 3인 이상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게 돼 있다. 상근감사 선임의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지만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따라서 상근감사 선임으로 주총 표 대결을 했으면 KCGI가 승산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그런데 2017년 자산 1조9천252억원이었던 한진칼은 2018년 12월 신규차입으로 자산이 2조166억원까지 늘어났다. 이로써 감사위원회 설치 조건을 갖추게 됐다. KCGI는 주주제안과 동시에 감사위원회를 설치함으로써 독립적인 감사 선임 시도를 저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고, 실제 한진칼은 올해 2월 감사위원회 설치를 선언했다.
KCGI는 이런 점을 감안, 단순히 단기차입의 세부내용 확인을 넘어 궁극적으로는 자신들의 경영 참여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단기차입을 단행, 이사회가 회사에 피해를 끼치는 등 배임 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기초작업의 일환으로 이번 가처분 신청을 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KCGI 법률대리인은 "지난해 한진칼 단기차입은 이전부터 문제제기를 해왔던 부분"이라며 "이번 가처분 신청은 불필요한 단기차입금 조달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이 아닌지와 관련해 장부와 서류를 열람‧등사를 통해 확인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상연 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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