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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현대重, 노조반대 속 분할안 통과…조선빅딜 '첩첩산중'


다음달께 국내외 기업결합심사 제출, 독과점 우려 해소는 과제로

[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현대중공업이 노조의 극심한 반대 속에 주주총회 장소를 급하게 변경한 뒤 물적분할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신설회사)으로 분할하게 되면서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이 한층 다가섰다.

하지만 노조 측은 분할의 부당성과 주총장 변경의 위법성을 주장하고 있어 노사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이 주총을 강행할 경우 현대차 노조를 비롯해 연대 총 투쟁에 나선다고 입장을 밝힌 상황이어서 현대중공업발(發) 후폭풍이 거셀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이날 오전 11시10분 물적분할안을 의결할 임시 주주총회를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변경하고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 ▲조영철·주원호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31일 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31일 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물적분할은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통해 현대중공업의 역량과 가치를 최대한 올리고 재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성공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이를 통해 회사의 성장과 발전을 이끌어 주주가치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주총을 이날 오전 10시 울산시 동구 전하동 한마음회관에서 열기로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지난 27일부터 한마음회관을 점거하며 나흘간 농성에 들어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7시40분께 이곳을 찾아 노조에 퇴거요청을 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인해 장소를 급히 변경했다.

한마음회관을 점거 중이던 노조는 급히 버스와 오토바이 등을 타고 울산대로 이동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조합원에게 "현대중공업 물적 분할 임시 주주총회장 장소가 변경됐다"며 "지금 당장 울산대학교 체육관으로 이동하라"고 긴급 공지문을 발송했다.

현대중공업은 울산대에서 주총을 열고 분할 안건을 10분도 안 돼 통과시켰다. 미처 이동하지 못한 노조원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한 채 다시 한마음회관으로 재집결하며 집단행동을 계속 이어가기로 했다. 또 민주노총 금속노조 집행부에서는 해당 주총에 대한 무효소송을 검토하고 나섰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주총 반대 집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의 주총 반대 집회 모습 [사진=현대중공업]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대중공업은 당초 개최시간을 경과한 이후에 주총 장소를 울산대 체육관으로, 개최시각도 최초 통지와 달리 11시10분으로 변경했다"며 "주주의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총은 결코 적법하지 않은 만큼 회사분할은 중대한 절차위법으로 무효"라고 강조했다.

주총장 봉쇄로 정상적인 진행이 불가능할 경우 주주에게 이를 알리고 변경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이동편의 등을 제공하면 당일 변경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2000년 국민은행 신임행장 선임을 위한 주총 당시 노조 방해로 당일 주총 장소를 변경한 것에 대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현대重-대우조선 합병 한단계 다가섰다

이번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되면서 현대중공업은 한국조선해양(존속회사)과 현대중공업(신설회사)으로 분할하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 지원 및 투자, 미래기술 R&D 등을,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해양플랜트, 엔진기계 등 사업을 담당한다.

현대중공업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신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다음달 유럽연합(EU)과 미국, 중국 등 10개국에 결합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분할 이후 한국조선해양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하면 산업은행은 보유 중인 대우조선해양 지분 전량을 출자하고 대신 한국조선해양의 주식을 취득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의 조선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게 된다.

다만 기업결합심사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독과점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사가 합병 시 세계 선박 수주 점유율은 무려 20%를 넘긴다. 단 하나의 국가만 반대해도 인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양사의 LNG 운반선 점유율은 56.6%(현대중공업 11.1%, 현대삼호중공업 16%, 대우조선해양 29.5%)에 달한다. 이에 노조는 해외에서 국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신상기 지회장은 최근 국제제조산업노조 세계중앙집행위원회에 참여해 인수 부당함을 알리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하지만 중국은 국영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 합병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도 구조조정에 나선 만큼 반대하기만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또, 조선업계는 해운사 발주에 의해 좌우되는 만큼 시장을 독점한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계 내 현대중공업발 후폭풍 커지나

이번 주총에서 분할안건이 승인되면서 산업계 내 후폭풍은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민주노총은 현대중공업 노조의 투쟁과 파업을 총 지원했다. 금속노조 최대 조직인 현대차노조 역시 지난 29일 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지지를 선언하며 연대투쟁에 나선 상황이다.

금속노조 측은 "공권력이나 용역업체를 동원해 점거를 해산하려는 시도가 있으면, 금속노조 지침에 따라 전 조합원 총파업 후 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의 분할 문제가 자칫 불똥이 현대차로 튈 수도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역사회와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합류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과 황세영 울산시의회 의장은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에 반대하며 울산지역 60개 시민 사회단체 등이 참여한 ‘현대중공업 본사이전 반대를 위한 시민 총궐기 대회’를 열고 삭발식을 가진 바 있다.

송철호 시장은 "한국조선해양이 조선산업 종가 울산에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며 그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은 그 어느 때보다 울산이 어려운 이때, 반세기를 함께한 울산을 외면하지 말고 본사 울산 존치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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