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전 세계 게임산업협회들이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세계보건기구(WHO)의 결정에 반발, 재고를 요청하고 나섰다.
다만 관련 논의가 마무리된 상태여서 이번 총회 결정을 뒤집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이미 국내 도입과 관련해 내달 민관 협의체 출범을 예고한 상황이다.
26일 미국게임산업협회(ESA)에 따르면 "WHO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에 게임이용장애를 포함하는 결정을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성명이 발표됐다.
이번 성명에는 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해 유럽,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각국 게임산업협회가 공동 참여했다.
앞서 WHO는 25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 B위원회에서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개정안(ICD-11)을 통과시켰다.
게임이용장애란 일상보다 게임을 우선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확대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하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이를 중단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는 등의 현상이 12개월 이상 지속되면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한다. 증상이 심각하면 판정 기간은 단축될 수 있다.
해당 안건은 '2022년 1월 1일부터 발효하되 과도기 5년을 제공하고 필요시 연장한다'는 조건으로 채택됐다.
이에 전 세계 게임산업협회들은 "게임이용장애가 WHO의 가장 중요한 규범 설정 도구에 포함될 만큼 충분히 강력한 증거에 근거하고 있지 않다"며 "WHO의 지침은 독립된 전문가들이 뒷받침하는 정기적이고 포괄적인 검토 등에 기반해야 한다"고 재고를 촉구했다.
앞서 각국 게임산업협회는 지난해에도 WHO에 ICD-11 통과 전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부분을 재고해주길 바란다는 공동 성명을 낸 바 있다.
◆결정 뒤집기 어려워…복지부 "국내 도입 협의체 추진 착수"
다만 이번 총회에서 이 같은 결정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게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최종 확정은 폐막일인 오는 28일이지만, 결의안 완성 등을 앞두고 보고 절차 정도만 남았다는 점 등에서 관련 논의가 사실상 마무리 됐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미 WHO의 결정에 따라 국내 질병분류체계에 이를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에 착수한 상황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내달 초 민관 협의체를 출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인선은 마무리 단계라는 설명이다.
복지부 측은 게임이용장애의 2022년 발효가 확정됨에 따라 이를 통해 국내 게임이용장애 현황과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통계청이 담당하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개정 문제 등에 대한 관계 부처 역할 및 대응방향 등도 논의한다.
조근호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사업과장은 "국내 도입과 관련해 사회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협의체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위원장 등 인선은 거의 마무리 단계로 협의체의 공식적인 출범은 6월 초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준욱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협의체 운영을 통해 관련 분야 전문가 및 관계부처 등의 의견을 나누고, 2026년으로 예상되는 국내질병분류체계 개편에 대비해 중장기적 대책을 논의 및 준비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은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게임이용장애를 국내에서 질병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는 KCD를 개정 및 고시해야 하는데 이는 통계청에서 통계법에 따라 관련 기관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친다.
통계청 관계자는 "KCD가 ICD를 반영하긴 하지만 5년 주기로 개정되고 논의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 이전 도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복지부와 관계없이 관련 법에 따라 절차대로 도입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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