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등 한문으로 쓰여진 옛 문헌의 천문 관련 기록을 인터넷으로 직접 번역해 볼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고전번역원과 함께 천문고전분야 한문 원문을 한글로 자동 번역해주는 인공지능 번역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팀은 올해 말까지 천문고전분야 인공지능 자동번역기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부터 웹과 모바일로 서비스할 예정이다.
한문으로 쓰여진 우리 선조들의 고문헌들은 아직 많은 양이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승정원일기만 해도 아직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존 방식으로 번역할 경우 앞으로 완역하기까지는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천문고전분야는 고천문학자나 고전번역가 직접 번역, 해석해 증명하는 방식으로 작업해 왔다.
학계는 물론 일반 대중들의 고문헌 번역 수요는 늘어나고 있지만 고문헌 소장 연구기관의 예산과 전문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완벽한 전문번역이 아니더라도 일반 대중의 고문헌 번역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생겼다. 천문학 같은 전문 분야 연구기관과 고문헌 번역 전문기관의 협력 필요성도 높았다.
이에 따라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고전번역원은 지난해 11월 15일 '천문학 사료의 정보 활용과 과학-인문학 분야의 융합연구'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이를 기반으로 천문분야 특수번역, 공동학술회의 개최 등 지속적인 공동연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번 사업은 고문헌 연구 및 소장기관이 독자적으로 기관자료에 특화된 고문헌 자동번역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과 자동번역 웹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 고문헌 번역 업무의 혁신과 전통 기록유산에 대한 대중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천문고전분야에 특화된 자동번역기 개발을 위해 두 기관은 이미 번역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외에도 제가역상집, 서운관지, 의기집설, 천동상위고 등 천문분야 고문헌 데이터베이스를 한문 원문-한글 번역문 형태로 매칭해 번역기에 적용할 모델을 구축한다.
천문분야에 특화된 인공신경망 기계학습 자동번역모델을 개발하고 50만건의 천문분야 말뭉치 빅데이터를 구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상혁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장은 "같은 키워드라도 천체관측결과인지 조정회의내용인지 맥락에 따라 다 다르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같은 번역 알고리즘을 쓸 수도 없다"면서 "한국천문연구원은 천문, 지리, 풍수 등 관상감에서 수행하던 분야에 대한 키워드 파악과 맥락 분석, 검수 등의 작업을 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 고천문연구센터는 우리 역사 기록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와 이슬람권 등 전 세계에 남겨진 다양한 천문 관측 자료를 현대 천문학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분석하는 고천문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교육부 산하 학술연구기관으로 우리 고전을 한글로 번역해 일반 국민들과 학계에 꾸준히 제공해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기록유산인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등 2천년이 넘는 천문 관측 기록들을 간직해 오고 있다. 세계 천문학계에서는 소중한 연구자료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437년(세종 19년) 3월 11일에 관상감 학자들이 관찰해 기록해 놓은 '객성'이 초신성의 폭발이었다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네이처에 실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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