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키로 하면서 그룹의 존립도 위태롭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아시아나항공이 갖는 비중이 너무 커서다. 이번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중견그룹으로 내려앉을 전망이다.
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박삼구 전 회장이 전체 그룹 자산에서 6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금호산업은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하는 대신 채권단이 5천억원을 지원하는 자구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사실상 공중 분해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이로 인해 재계 순위 7위에 올랐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해 25위로 추락한데 이어 하림그룹(자산 5조원대) 수준의 중견그룹으로 쪼그라들게 됐다.
고(故)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는 그룹의 모태인 금호고속(당시 광주택시)을 1946년 4월 7일 설립하며 지금의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반을 다졌다. 지난 1960년 금호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출범시키고 대우건설(2006년)과 대한통운(2008년)을 인수하면서 재계 7위(자산 26조원)로 도약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터지기 직전에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했지만, 곧 M&A(인수합병)의 저주에 걸렸다. 이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호타이어 매각으로 이어지고 지금의 그룹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게 됐다. 이 때부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상은 꺾이기 시작했다. 박인천 회장의 삼남 박삼구 회장이 밑에 동생 사남 박찬구 회장의 반대를 무릎쓰고 인수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M&A가 그룹의 기반을 흔들게 된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박찬구 회장의 형인 박삼구 회장이 형제 경영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금의 사태를 만든 듯 하다”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때도 동생인 박찬구 회장은 반대의사를 전달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면서 그룹이 공중 분해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고 한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규모는 11조4천억원 수준으로,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재계 자산순위 25위이다. 그룹 내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자산(6조8천억원)은 59.6%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룹 자체도 크게 흔들리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도 빠져 주요 그룹군에서 이탈하게 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배구조상 박 전 회장(아들 박세창 사장 지분 등 총 52.1%)→금호고속(45.3%)→금호산업(33.5%)→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호고속과 금호산업은 지배구조 상단에 있으면서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계열사를 거느린 구조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아시아나개발(100%), 아시아나세이버(80%), 아시아나IDT(76.2%), 아시아나에어포트(100%), 에어부산(44.2%), 에어서울(100%)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배구조 하단에는 금호리조트와 금호티앤아이 등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 5조원대의 중견그룹 수준으로 규모가 크게 축소될 판이다.
양창균 기자 yangc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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