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국배 기자] 현대·기아차가 사내 핵심 데이터베이스(DB)를 오라클에서 SAP로 바꾼다.
SAP DB 'SAP 하나(HANA)'를 클라우드 기반으로 도입하고, 향후 이를 토대로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까지 SAP 차세대 ERP로 전면 전환할 예정이다. 핵심 DB를 클라우드로 전환하는 건 완성차 업계 최초다.
국내 대기업 IT 환경을 이끌어온 'SAP ERP+오라클 DB' 공식이 클라우드 시대에 와서 깨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SAP코리아에 따르면 현대차는 2026년까지 기존 ERP를 차세대 클라우드 ERP인 'SAP S/4 HANA'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IT서비스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와 협업해 구축을 진행하게 된다.
◆삼성 이어 현대까지…오라클DB 버리나
주목할 점은 S/4 HANA가 SAP DB인 HANA에서만 동작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차는 기존 ERP와 연계해 DB로 쓰던 오라클 DB를 HANA로 바꿔야 한다.
앞서 삼성전자도 차세대 ERP로 S/4 HANA를 선택한 상황이다. 즉, 삼성전자, 현대차 등 대표적인 국내 대기업이 잇따라 핵심 DB를 오라클에서 SAP로 바꾸게 된다는 의미다. 롯데, CJ 계열사들 역시 S/4 HANA를 선택하고 있다.
SAP코리아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S/4 HANA를 선택한 회사는 1만 곳이 넘는다"며 "이 가운데 한국 기업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는 특정 벤더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DB 전략을 짰다. DB 성격에 따라 마리아DB, 몽고DB 등 오픈소스 DB를 적극 활용하면서 오라클 DB 사용 비중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거의 오라클DB 하나만을 사용했다.
서정식 현대차 ICT본부장은 "오라클과 계약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오라클DB를 전부 걷어내는 건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관계형 DB를 써야 하는 경우 특정 벤더 의존도를 줄이는 게 우리 전략"이라고 말했다.
◆4년 전 출시한 ERP 'S/4 HANA' 빛보나
그동안 SAP와 오라클은 ERP 시장에서는 경쟁자였지만, 대다수 기업이 SAP ERP에 오라클 DB를 사용한다는 점에서는 공생 관계가 연출됐다. SAP와 오라클은 각 분야 세계 1위 회사다.
그러나 SAP가 2011년 인메모리 기반 DB를 출시하며 DB 시장에 진출하더니, 4년 전 내놓은 SAP S/4 HANA에서는 오라클 DB를 쓸 수 없도록 하면서 적대적 관계로 돌아섰다. SAP 애플리케이션은 SAP DB에서 최상의 성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현재 기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SAP ERP의 2025년 서비스 지원 종료까지 맞물려 SAP DB 입지가 넓어지는 모양새다. 기존 SAP 고객들 중 SAP ERP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 오라클 DB를 포기하고 업그레이드를 선택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처럼 대규모로 ERP를 운영하는 회사가 오라클이 아닌 SAP DB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SAP는 의미있는 사례를 확보하게 됐다. 이런 사례가 업그레이드를 앞둔 SAP 고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다만 'DB 제왕'이라 불리기까지 하는 오라클의 위상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전개에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최근 오라클은 클라우드 기반 ERP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등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세계적으로 오라클 클라우드 ERP를 도입한 기업은 112개 국가에 걸친 6천 곳 이상이다.
김국배 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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