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한국은 아주 성숙한 SSD 시장입니다. 특히 게이밍 SSD 시장의 경우 미국과 유럽을 제외하면 한국이 가장 유망한 시장입니다."
웨스턴디지털이 한국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원석 웨스턴디지털코리아 지사장은 지난 5일 서울 용산 드래곤시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미국이나 유럽이 전세계에서 SSD에 대한 수요가 가장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전체적인 비율로 보면 한국의 수요도 상당한 편"이라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은 국내 소비자용 SSD 시장에서 꾸준한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30%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예상된다. 조 지사장은 "글로벌 SSD 점유율이 10% 중반 수준인데 한국 시장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다"며 "최소 25% 이상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웨스턴디지털은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확고한 2위 자리를 굳혀 나가고 있다.
특히 게이밍 SSD에 대한 기대가 크다. 조 지사장은 "아직 3월 초지만 현재까지 게이밍 SSD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으로 보여진다"며 "지난해의 경우 2년 전보다 확실히 시장이 커졌다. 기본 30% 이상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게이밍 SSD 매출이 늘어난 것은 '배틀그라운드'의 인기 덕이었다. 인터뷰에 동석한 김지민 웨스턴디지털코리아 고객기술지원담당 부장은 "게이밍 PC 구입에 대부분 100만원 이상을 투자하다 보니 SSD 역시 고사양·고용량 제품을 채택하는 비중이 늘었다"며 "게이밍 시장의 경우 특히 고용량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에 가장 작은 SSD 용량을 128GB가 아닌 256GB로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웨스턴디지털은 한국에 게이밍 SSD 신제품인 'WD Black SN750 NVMe SSD'를 출시했다. 자체 개발한 3D 낸드 기술, 펌웨어, 컨트롤러 등 수직적으로 통합된 SSD 플랫폼을 바탕으로 성능을 극대화했다고 강조했다. 게이밍 PC나 커스텀 PC를 구축·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게이머들을 겨냥한 제품이다. 이날 MSI가 해당 SSD가 탑재된 게이밍 PC를 선보이기도 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이 제품을 토대로 한국뿐 아니라 글로벌 게이밍 SSD 시장에서 삼성전자와의 경쟁을 이어나가겠다는 각오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 1월 소비자용 SSD인 '970 EVO PLUS'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오는 4월 2TB(테라바이트) 모델을 국내에 내놓을 예정인데, 결과적으로 2TB 제품은 웨스턴디지털이 국내에 먼저 선보이게 됐다.
조 지사장은 "신제품 출시 일정에 경쟁사의 출시 일정이 고려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경쟁사 제품에 대한 개발 방향 등을 시장 흐름 파악을 위해 인지하며, 이 방향에 맞춰 웨스턴디지털도 제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흐름을 알더라도 기술력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업체는 신제품을 내놓지 못한다"며 "기술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소비자 요구에 맞는 제품들을 적기에 시장에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번에 방열판이 있는 모델과 없는 모델로 나뉘는데 이를 통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라고 말했다. 또 "웨스턴디지털 제품들의 퍼포먼스나 기능, 신뢰성 등이 경쟁사 대비 뒤떨어지지 않는다"라며 "우월한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지녔다는 점을 강조하고, 제품에 대한 '컬러마케팅'을 통해 '블랙'이 주는 고사양 이미지도 적극적으로 부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QLC(Quarter Level Cell) SSD를 속속 내놓고 있다. 셀 하나당 4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제품으로, 같은 공정에서 더 많은 용량을 집적할 수 있는 만큼 고용량 제품을 만들기 유리하다. 여기에 SSD에 사용되는 3D 낸드의 적층 단수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지난 1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SSD에는 5세대 92·96단 3D 낸드가 쓰였다.
그러나 웨스턴디지털은 급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시장 수요에 따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조 지사장은 "QLC가 장기적으로 1TB 이상의 HDD(하드디스크) 수요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재 가장 많이 팔리고 있는 256GB·512GB 등은 TLC로 구성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적용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사용처)이 아직 별로 없다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QLC로 진입하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5세대 96단 3D 낸드 적용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는 "이미 96단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고 B2B 제품이나 일부 소비자용 제품에는 이미 적용되고 있다"며 "다만 WD Black 시리즈 등은 가격이나 여러 측면을 고려했을 때 4세대 64단 3D 낸드가 가장 제품을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언급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부터 100% 자체 생산 컨트롤러를 통해 SSD를 양산하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웨스턴디지털은 현재 신규 설계되거나 출시되는 모든 SSD를 자체 컨트롤러로 제작한다고 밝혔다. 컨트롤러란 낸드플래시를 제어하는 SoC(시스템온칩)을 일컫는다. 김지민 부장은 "자체 컨트롤러로 생산하면 아무래도 낸드에 대해 더 잘 알고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같은 환경에서 더욱 좋은 성능을 낼 수 있다"며 "성능이나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최적화된 제품을 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아키텍처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에서 양산을 시작한 도시바메모리의 3D 낸드 전용 공장도 웨스턴디지털의 SSD 사업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웨스턴디지털은 도시바메모리와 오는 2029년까지 조인트벤처 협정을 맺은 상태다. 일본 공장에서 양사가 공동으로 낸드플래시를 양산한다.
조 지사장은 "SSD는 낸드를 자체 생산이 가능하느냐 여부에 따라 원가 경쟁력 등에 큰 차이가 생긴다"라며 "안정적인 낸드 공급은 기본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96단·128단 등 단수가 점차 높아질수록 더욱 높은 가격경쟁력이 확보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조 지사장은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오토모티브(자동차)·기업용 스토리지·게이밍 시장 등 3가지를 꼽았다. 조 지사장은 "당장 금액이 크지는 않더라도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은 분명히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며 "클라우드 등 엔터프라이즈(기업용) 시장 수요도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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