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간 본격적인 관계 정상화의 주춧돌이 마련될까. 평양과 워싱턴을 연결할 연락사무소 구축이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유력한 의제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은 양국의 '새로운 관계' 수립을 정상합의 첫 조항으로 반영했다. 미측이 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이 양국의 신뢰관계라는 관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초기지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연락사무소 개설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상응조치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1994년 제1차 북핵위기 타결을 위한 북미간 제네바합의 당시 미국측 대표였다.
북한의 핵개발 중단과 에너지 지원을 맞교환한 제네바합의에서 양국은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기 위한 창구로서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그러나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고, 북한도 핵원료물질인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 사실이 드러나면서 제네바합의가 최종 무산, 연락사무소는 부지 물색까지 끝난 상태에서 백지화됐다.
갈루치 전 북핵특사는 RFA에 "북한은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 미국과의 국교 정상화를 북미관계 최대 목적으로 삼았다"며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논의가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정상회담 실무협의에서) 오갔다면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 조치를 협상안으로 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연락사무소는 수교가 이뤄지지 않은 나라들 사이의 영사업무나 연락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북미가 연락사무소를 설치한다면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외교관을 파견,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통상 국가간 정식 수교 전 단계로 북미간 수교가 이뤄지는 과정에 본격적으로 들어선다는 의미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수혁 민주당 간사는 "연락사무소는 대사관 설립 이전 단계로 북미간 중요한 관계 수립의 첫발을 떼는 의미"라며 "제1차 정상회담 합의문 첫 조항인 '새로운 관계수립'과 관련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의 경우 미국과 적대관계를 청산, 우호적 관계를 수립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1975년 베트남 전쟁 종전 후 미국이 경제제재를 단행했지만 1986년 개혁개방(도이머이) 정책 이후 베트남의 미군 포로, 실종자 유해 송환과 미국의 단계적 제재완화가 이어지면서 1995년 2월 양국이 연락사무소를 개설했다. 같은 해 연락사무소가 대사관으로 격상되면서 정식 수교가 이뤄졌다.
이같은 과정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 개최지가 하노이로 결정된 데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한반도신경제팀장은 "북한은 이미 1차 정상회담 이후 한국전쟁 당시 미군 유해를 송환한 만큼 연락사무소 설치가 합의될 경우 미-베트남 관계와 비슷한 수순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연락사무소 설치가 곧바로 관계 정상화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쿠바의 경우 1977년 미국과 연락사무소에 준하는 이익대표부를 설립, 국가간 소통의 채널로 삼았지만 양국이 대사관을 개설한 것은 2015년 들어서다. 그 사이 38년 동안 적대와 대화가 반복된 과정이 따랐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연락사무소 설치 자체는 사실 미국과 북한 양국 입장에서 큰 부담이 없는 사안"이라며 "설치 이후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둘러싼) 과정이 더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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