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이마트의 첫 소주 브랜드 '푸른밤'을 키우기 위해 경쟁사 출신을 제주소주 대표에 신규 선임하는 카드를 꺼냈다.
유통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론칭 1년이 지난 '푸른밤'이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30일 신세계그룹은 2019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 출신인 우창균 씨를 제주소주 겸 신세계L&B 신임 대표로 영입했다. 소주·맥주 사업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우 대표가 신세계의 주류 사업을 키우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961년 생인 우 대표는 연세대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해 1986년 12월 두산그룹 동양맥주에 입사하며 주류업계에 첫 발을 들였다. 이후 인터브루 오비맥주, 두산 주류부문을 거쳐 롯데칠성음료 주류부문에서 영업과 마케팅 경험을 골고루 쌓았다.
특히 우 대표는 두산에 있을 당시 소주 '처음처럼'이 업계 6위에서 2위로 도약하는 데 많은 힘을 실어줬다. 롯데주류에 온 후에는 마케팅을 주로 담당하며 '처음처럼'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으며, '신동빈 맥주'로 불리는 '클라우드'가 시장에 안착하는 데 많은 공헌을 했다. 우 신임 대표는 롯데주류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맡아 '클라우드'를 기획한 바 있다.
우 대표는 "제주소주와 신세계L&B의 대표가 된 것은 영광이다"며 "아직까지 신세계 내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해 앞으로 어떻게 이끌어 갈 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주류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우 대표가 신세계의 소주 사업을 키우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푸른밤'이 업계에서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 만큼, 매출을 높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푸른밤'을 만드는 제주소주는 올 상반기 매출 21억2천100만 원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동안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의 소주 부문 매출이 5천128억 원, 롯데주류가 1천640억 원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치다.
판매량에서도 '푸른밤'의 부진은 눈에 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푸른밤'은 출시 1년 만에 800만 병 판매를 돌파했지만, 국내 소주 판매량이 연간 37억 병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 점유율은 0.2% 수준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푸른밤'이 이마트, 이마트24 등 신세계 유통 계열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조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며 "출시 초기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한 데다, 차별화된 점이 없고 마케팅·영업력이 떨어진 것도 '푸른밤'이 크지 못한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 대표가 롯데주류에서 클라우드 론칭에 참여한 만큼 신세계가 맥주 시장을 노리고 그를 대표로 영입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듯 하다"며 "우 대표가 소주 부문 영업과 마케팅에 더 뛰어난 만큼, 앞으로 '푸른밤'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일단 주력한 후 대중 맥주 시장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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