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3분기에도 생명보험사의 실적이 반등하지 못하며 누적 당기순이익이 두자릿수 이상의 감소세를 보였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의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여전히 저축성보험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최근 실적을 공시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오렌지라이프 등의 일회성 요인을 뺀 순이익이 일제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형 생보사 영업이익 두자릿수 감소세…IFRS17 포트폴리오 탓
삼성생명의 3분기 순이익은 3조9천7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4%, 연결기준 매출은 7조5천20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1.2% 떨어졌다. 3분기 영업이익은 3천865억원으로 이 기간 2.7% 감소했고 3분기 순이익도 2천975억원으로 13.2% 줄었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9일 "삼성생명의 3분기 연결 지배순이익이 시장전망치를 하회했다"며 "위험손해율은 81.7%로 전년동기 대비 4.0% 개선됐지만 추석이 포함돼 전년대비 영업일수 3일 감소를 감안할 때 부진한 실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2천2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3% 감소했다고 8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5조9천533억원, 당기순이익은 1천44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 28.49% 줄었다. 1천435억원의 순이익도 부동산 매각의 일회성 요인이 대부분이다.
동양생명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2% 감소했고 순이익도 125억원으로 22.9% 낮아졌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순이익은 지난해보다 13% 하락했다.
수익하락은 저축성보험의 축소에 따른 것이다. 보험업계의 포트폴리오는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보험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은 초반 소득이 좋고 자본의 규모도 크지만, IFRS17로 회계기준이 변경되면 보험사가 그만큼 쌓아둬야 하는 책임준비금도 늘어나게 된다.
전망도 어둡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생명보험 수입 보험료는 2018년 4.5% 하락한 데 이어 2019년에도 3.8%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돼 3년 연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생명보험의 일반 저축성보험은 2019년 17.9%, 손해보험의 저축성보험은 2019년 28.6% 감소할 것으로 전 실장은 내다봤다.
◆IFRS17 도입시기 '줄다리기'…"원안 고수" vs "1년 미루자"
IFRS17은 보험의 부채 평가 기준을 원가에서 시가로 바꾼다. 이에 따라 보험부채의 측정과 수익, 비용 인식기준이 변경돼 재무제표 구성항목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보험부채가 급증하며 지급여력(RBC)비율이 하락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수다.
때문에 IFRS17 도입시기를 두고 국내외의 줄다리기도 이어지고 있다. 자본확충 부담이 급증하면서 보험사에게도 완충 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입장과 오래 전 도입을 예고한 만큼 원안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현재로서는 1년 유예안이 힘을 받고 있다. IFRS17을 공표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가 이달 12~14일 이사회를 열고 IFRS17 1년 연기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이사회 소속 14인 중 9명 이상이 연기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IFRS17에 대비해왔던 보험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우선은 연기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전언이다.
앞서 국내에서도 IFRS17의 도입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했다. 우리나라의 생보사들이 과거 고금리 확정형 저축성 보험으로 사세를 확장해온 탓이 크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자본 규모 차이가 큰 국내 보험시장 환경도 도입시기를 미뤄야 할 원인으로 지목된다.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IFRS17의 도입시기를 변경하지 않겠다고 확언하는 등 꾸준히 유예 불가의 입장을 밝혀왔다. 다만 IASB가 IFRS17 도입시기를 공식적으로 바꾼다면 금융당국의 입장 변화가 필수적이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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