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유료방송 합산규제 일몰에 따른 IPTV발 케이블TV(SO)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정중동' 형국이다.
시나리오는 무성하지만 각사 모두 정작 신중한 모습이다. 여전히 M&A를 통한 시너지나 전략 등 셈법이 복잡한 탓이다. 단순히 덩치만 키운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경우의 수까지 감안해 구체적인 윤곽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 인수를 타진하고 있다. 또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가능성도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브로드밴드가 남은 사업자인 티브로드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이 중 KT와 LG유플러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을 통해 이 같은 M&A 가능성을 확인시킨 상태.
윤경근 KT CFO는 "케이블TV M&A는 자회사인 KT스카이라이프가 사업다각화를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혁주 LG유플러스 CFO 역시 "케이블TV 관련 (M&A는)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면서도 역시 "M&A가 단순 인수로 끝내면 안되는만큼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한다"며 여지를 남겼다.
여전히 물밑 작업만 치열하다는 뜻도 된다. 실제로 외부적으로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기존 '실사' 형태보다 이에 준하는 형태의 사전점검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7일 CMB가 전국 지역별 11개 SO를 CMB 단일 법인으로 합병한 것 역시 M&A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통신 3사 중심의 케이블TV 인수전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실제 시너지 등 효과를 내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한 전문가는 "덩치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대규모 M&A를 하기도 쉽지 않고, 시장이 5세통신(5G) 등 패러다임 전환을 앞두고 있어 불확실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면밀한 전략을 수립하려다 보니 M&A가 생각보다 늦어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가입자 규모 확대는 곧 협상력 강화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일몰됐으나 여전히 방송법과 IPTV법에 각각의 사업군에서 시장 점율이 전체의 3분의 1의 넘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규제와 시장 불확실성이 큰 것.
그럼에도 M&A를 타진하는 것은 당장은 점유율 규제 상한을 넘지 않아 추진은 가능하다는 점, 가입자 기반 확대는 플랫폼 사업자로서는 필수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재 업계의 예상 시나리오 대로 M&A가 이뤄질 경우 당장은 점유율 규제 상한을 넘지 않는다.
가령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시 합산 점유율은 26.75%,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할 시 23.99%, SK브로드밴드가 티브로드를 인수하면 23.89%다. KT스카이라이프는 점유율 상한규제를 받지 않지만, 딜라이브를 인수하더라도 16.87% 수준이다.
또 유료방송 가입자를 IPTV로 전환시키면서 협상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것도 M&A 가능성의 동인은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는 IPTV 사업을 미디어라기보다는 플랫폼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고, 가입자 규모를 늘릴 수 있다는 것은 곧 플랫폼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플랫폼이 강화된다면, 결국 다수의 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며 최근의 M&A 배경을 분석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IPTV는 지난해 11월말 기준 SO 가입자수를 앞선 상태다. 여기에 예상대로 통신 3사가 각각 SO 1위부터 3위까지 인수한다면, 총 2천300만명 이상으로 가입자가 확대되는 셈이다. 유료방송 가입자 점유율은 무려 75%까지 치솟는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IPTV는 지상파뿐만 아니라 PP와 홈쇼핑 등 다양한 CP들에게 송출 수수료와 프로그램 사용료 등과 관련 극심한 견제를 받고 있다"며, "IPTV가 전국민의 절반을 가입자로 포섭하게 된다면, 지상파와의 협상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외부, 5G 불확실성 제거-내부, 규제 정면돌파
외부적으로는 5G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한 차원에서 가입자를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숨어 있다. 사업군이 다변화되는 5G를 대비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
업계 전문가는 "최근 이통3사가 단순 해지방어 차원에서 가족결합에 집중하거나 당장의 이익을 일으키지못하는 인공지능 스피커(AI)에 집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며, "5G에서는 개인 단위의 모바일 환경을 넘어 유무선을 결합한 가구 단위 사업 형태가 고착화될 수 있어, 현재 충분한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내부적으로는 미디어의 공적 책무 강화에 따른 대안으로 케이블TV 인수가 꼽히기도 한다. 과도기 상황의 IPTV가 기존 모바일과의 종속관계 또는 통신상품이나 결합상품이라는 보조적 수단을 넘어 온전히 홀로 설 수 있으려면, 미디어로서의 자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지역채널을 품고 있는 SO를 가져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지역채널에 대한 책무를 가져오는 게 오히려 규제 상황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설명했다.
한편으론 최근의 M&A 움직임이 자발적인 것이라기 보다 대응 차원이라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번 M&A 경쟁의 방아쇠를 LG유플러스가 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LG유플러스가 1위 케이블TV를 인수할 경우 업계 지각변동이 불가피한 만큼 대응 차원에서 여타 사업자 인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유료방송 협회 고위 관계자는 "유료방송업계의 M&A는 거시적 흐름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라며,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세를 견디기 위해서도 플랫폼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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