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휴대용 손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관련해 정부와 시민단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손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호보기준을 만족해 안전하다고 발표한 반면, 시민단체는 정부 판단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20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서울 종로구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휴대용 선풍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인체보호기준을 모두 만족했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실태조사결과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앞서 환경보건센터는 지난달 국내 시판 중인 손선풍기 13개 제품의 전자파(극저주파 자기장)를 측정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평균 647mG(밀리가우스)에 달하는 높은 수치의 전자파가 측정됐다고 발표했다. 손선풍기를 측정기에 가까이 밀착시켰을 땐 최고 1천20mG에 달하는 전자파가 나왔다. 이는 한국 정부의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인 833mG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에 과기부는 "손선풍기는 직류 전원 제품으로, 교류 전원주파수가 발생하는 전기제품에 적용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833mG)을 적용하기에는 곤란하다"며 손선풍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에 대한 자체 실태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후 과기부는 지난 14일 45개 손선풍기를 조사한 결과 모두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했다고 발표했다.
과기부는 선풍기 모터 속도에 따라 발생하는 주파수를 확인하고, 각 주파수 대역별로 거리별 전자파 세기를 측정해 인체보호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조사했다. 여기에는 '전자파 총노출지수'라는 기준이 사용됐다. 그 결과 손선풍기를 인체에 밀착했을 때도 전자파가 인체보호기준 대비 평균 16% 수준으로 나와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정부 판단 근거 불충분…원본 공개해야"
그러나 이날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과기부의 판단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극저주파 자기장 측정값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과기부 조사결과 45개 제품에서 37Hz(헤르츠)~263kHz(킬로헤르츠)의 다양한 주파수가 발생했는데, 대부분 극저주파 범위(3kHz 이하) 안에 속해 있고, 이 중 3개 제품은 그보다 더 위험한 저주파 영역에 속해 안전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극저주파란 생활가전, 전자제품, 송전로 등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를 말한다. 극저주파 자기장이 100uT(마이크로테슬라) 이상의 고밀도일 경우, 짧은 시간 노출된다 해도 인체 근육과 신경을 자극해 중추신경계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즉, 제한기준을 어느 한 순간이라도 넘으면 인체에 위험할 수 있는 셈이다.
박동욱 환경보건시민센터 운영위원(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국제비온화방사선위원회(ICNIRP)의 제한기준에 따르면 교류전원 제품은 60Hz 이상 올라갈수록 건강 위험이 커진다"며 "과기부 실태조사 결과에 나온 주파수를 나열했을 때 대부분이 60Hz를 넘는데, 과기부는 이를 평균 내 (위험성을) 희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과기부 실태조사가 만성 노출 기준 이하일지라도 어린이나 임산부 등 민감한 사람은 건강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손선풍기는 어린이도 많이 쓰는 제품인데, 주의사항 한 줄 없이 인체보호기준을 만족했다고 표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사무국장도 "일반 시민도 정부 연구 결과를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과기부 발표 자료엔 계산 과정이나 노출지수 기준에 대한 안내가 없다"며 "실태조사 데이터를 모두 공개하고 그간 손선풍기 전자파 인증 때 인체 보호 관련 검증이 이뤄졌는지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과기부는 국내외 표준에 따라 실시한 조사로, 신뢰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주장은 1개 주파수가 나올 때 해당하는 이야기다. 손선풍기를 사용할 때 인체는 여러 주파수에 노출되는데, ICNIRP에서도 다중 주파수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총노출지수로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조사 데이터를 공개할 수는 있지만, 실태조사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재의견을 주는 것 등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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