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첫 과제로 내건 생명보험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두고 감독당국과 보험업계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금감원은 소송 지원을, 보험업계는 지급거절과 민원인 소송으로 맞불을 놨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법정다툼의 전망을 내다봤다.[편집자주]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융감독원의 즉시연금 지급 권고를 거절하자 금융당국이 '소송 지원'으로 맞수를 뒀다.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에 전례 없는 반기가 나오며 금융감독원도 날을 벼린 셈이다. 여기에 삼성생명이 가입자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며 불에 기름을 부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과소지급 민원인을 상대로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해당 민원인 한 명에게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빠른 결정을 위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 없이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안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가중됐다"며 "보험금을 줄 수 있다는 것인지 아닌지, 또 소멸시효는 어떻게 되는지 등 분쟁의 소지가 많아지면서 명확한 결정을 빠르게 내리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건의 선례를 만들어 이후 법정 다툼에 대해서는 유사한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삼성생명 관계자는 전했다.
삼성생명의 소송으로 핑퐁게임은 점입가경에 접어들었다. 삼성생명의 금감원 권고 거부와 한화생명의 분쟁조정 수용 거부가 이어지자 금감원은 즉시연금 과소지급(미지급금) 논란과 관련해 민원인 소송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감원이 소송 지원에 나선 이유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법적인 판단을 받겠다'는 의견을 결의하거나 제출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지난달 26일 이사회를 마친 뒤 "일괄지급은 법적인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다"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지급 여부를 결정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한화생명은 9일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법적인 판단'이라는 표현이 곧 승소 자신감으로 읽히는 것은 경계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법적인 자문은 받았지만 당장 판단이 어렵다는 의미로 승소 가능성을 자신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감원 분조위의 판단에 대해 법적으로 더 들여다볼 부분이 있다는 이야기지 어떤 결론을 염두에 둔 의견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양측의 '몸 사리기'에도 금감원과 삼성·한화생명은 각자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다. 금감원은 감독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이, 삼성·한화생명은 대규모 손실이 걸려 있는 싸움으로 사활을 걸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우선 금감원이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금감원의 소송비 지원 결정은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안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보험사는 물론 전 금융권을 통틀어 분조위의 결정 자체를 거부한 전례가 극히 드문 만큼 금감원도 당혹감은 적지 않은 모습이다.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분조위의 결정 자체를 불수용한 건 처음이 맞다"고 답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법적인 판단' 표현은 승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의견일 수 있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다수의 법무법인 자문을 받았을 때는 분조위의 결정과 법률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소송은 불확실성 제거라는 대의 속 승소의 자신감도 내포됐다는 평이다.
금융업법에 정통한 A변호사는 "삼성생명이 소송에서 패할 경우 민사 소송으로 발생하는 소송비용이나 변호사보수를 날리게 된다"며 "수천억 원대의 소가를 기준으로 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용인데 어느 정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아닐까 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은 법원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금감원은 민원인의 소송을 돕는다고 발언했다면 양측이 법정 승부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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