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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정기선 승계 '초읽기'…속도내는 증여세 재원마련


4, 7월 정몽준‧정기선 7천억원 규모 주식담보대출 실행

[아이뉴스24 한상연, 이영웅 기자]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부사장의 승계가 초읽기에 들어선 모양새다. 아버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지주사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과세될 증여세 재원마련을 위한 움직임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몽준 이사장 부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약 8천억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최근 정기선 부사장은 약 1천400억원 규모의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세금 연부연납을 위해 공탁 형태로 담보제공 했다.

정몽준 이사장은 앞서 4월 2일 KEB하나은행에 164만9천487주, 시가(당일 종가 42만6천원 기준) 7천27억원 상당의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19만6천713주(당일 종가 33만5천500원) 660억원의 상당의 주식을 역시 KEB하나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정기선 부사장은 4월 2일 NH투자증권에 자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 주식 22만9천95주(976억원)를 담보로 제공하고 대출을 받았다. 지난달 26일에는 42만2천18주(당일 종가 기준 1천395억원)를 세금 연부연납을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공탁 형태로 담보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정몽준 이사장과 정기선 부사장은 대출을 위해 약 8천700억원의 담보를 제공했다. 담보비율을 80%로 가정한다면, 이들이 주식을 담보로 약 7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대출받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몽준, 정기선 부자가 이처럼 대규모로 대출을 받은 것은 증여세 납부가 목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출받은 재원의 규모가 향후 납부해야 할 세금 규모와 비슷한 데다, 세금 연부연납을 위한 계약까지 했다는 것은 주식 증여가 임박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이사장의 지분을 받아야 한다. 정몽준 이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지주 주식 420만2천266주(25.8%)를 보유하고 있다. 9일 종가 기준 주식 가치는 1조5천65억원이다. 상속 및 증여세율에 따르면 과세표준 30억원 이상일 경우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현재 가치로 증여가 이뤄질 경우 7천827억원의 증여세가 발생하게 된다.

현행법상 증여세 과세대상은 수증자(정기선 부사장)가 원칙이지만, 증여자(정몽준 부사장) 역시 연대납부 의무가 있다. 정몽준 이사장이 대규모 대출에 나선 것은 증여를 통해 발생하는 증여세의 상당 부분을 자신이 부담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 계약을 체결한 세금 연부연납은 장기간에 걸쳐 조세를 나눠 납부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증여세액 2천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가능하다. 관할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으면 5년간 연부연납이 가능하다. 정기선 부사장은 주식담보대출로 조달한 금액 외에 약 1천억원에 달하는 증여세를 연부연납 방식으로 납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영승계 방식은 승계자의 현금성 자산이 부족할 때 주로 사용된다. 부광약품 김동연 회장의 장남인 김상훈 사장 역시 403만2천800주의 주식을 보유했는데, 이 중 150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고 남은 부족분은 보유주식을 법원공탁으로 증여세를 유예 받았다.

한편,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승진 이후 2016년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출범, 빠른 속도로 매출 증대를 이뤄내며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 최근 별세한 고 구본무 LG회장 장례식장에 부친 대신 조문해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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