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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시위와 축제 사이에서…


 

'탄핵 규탄을 위한 3.20 촛불 집회'

이를 두고, '시위'냐, '축제'냐, 하며 논쟁을 하는 것은 속 좁은 짓이다. 그런 논쟁은 이 집회를 단순하게 '불법이냐, 합법이냐'로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집회는 논쟁의 여지없이 '시위'이자, '축제'이다.

경찰이나 야당이 주장하듯 '단순한 불법집회'만도 아니고, 이런 주장을 피하기 위해 주최 측이 급조한 '단순한 문화 행사'만도 아니다. 이 집회는 정치적 의도를 가진 시위인 게 분명했고, 그러면서도 '국민적 축제'였다.

이날 집회는 1987년 '호헌 철폐'를 외치며 국민적으로 저항했던 '6.10 항쟁'과 2002년 월드컵 때 '붉은악마'를 중심으로 장엄하게 펼쳐졌던 '시청 앞 축제'를 완벽히 결합한 '한국식 민주주의의 새 전형'이라 봐야 한다.

'3.20 촛불집회'는 위정자의 반민주적인 행태에 대규모 시위로 저항하는 범국민 행위라는 점에서 '6.10 항쟁'과 비슷하다. 시위다. 하지만, 짱돌이나 각목, 화염병 대신에 촛불을 들었다는 점에서 '6.10 항쟁'과는 또 다르다.

결론적으로, 이날 집회는, 이미 한국 사회의 중추로 성장한 '386 세대'의 문화와 한국 사회의 미래를 담당할 '월드컵 세대'의 문화가 결합돼, 엄청난 정치적 이슈를 놓고, 새로 창조해낸 '광장 민주주의'의 성숙한 역사이다.

따라서, 이 집회를 이분법적으로만 분석하는 것은 진실을 턱없이 왜곡하는 짓이다. 특히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개입시키려는 의도다.

그런 헛된 논쟁보다, 이날 집회에 투영된 21세기 한국 사회의 모습을 정확히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 훨씬 더 생산적인 일일 것이다. 국민이 정치인이나, 언론이나, 지성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점일 터이다.

대그룹 오너가 한 때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고, 정치는 삼류"라는 요지의 발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날 집회는 정치인이 삼류, 아니 그 이하로 떨어져도, 우리 국민은 일류라는 사실을 확인시킨 역사 현장이다.

시위와 축제 사이를 거닐며,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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