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 A씨는 교차로 내 직진차로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출발했다가 옆 차선 직진차로에 있던 B씨의 차량이 갑작스레 좌회전을 하며 추돌사고를 당했다. 보험사는 A씨와 B씨의 쌍방과실로 처리했다. A씨는 직진차로에 있던 B씨의 차량이 좌회전을 하리라는 예상을 하지 못해 사고회피 가능성이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내년부터 피해 차량이 사고를 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던 사고라면 가해자의 100% 일방과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법정 소송을 거쳐야만 억울함을 풀 수 있었던 50만원 미만 소액 분쟁도 분쟁조정 신청의 길이 열린다.
11일 금융위원회는 자동차사고 과실비율 산정방법과 분쟁조정 개선안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자동차보험 과실비율이란 사고발생의 원인 및 손해발생에 대한 사고 당사자(가해자와 피해자)간 책임의 정도를 의미한다. 과실비율에 따라 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결정하고 각 보험사의 보험금액과 상대 보험사에 대한 구상금액도 산정한다.
과실비율에 따라 지급 보험금과 보험료 할증에 영향을 미치는 데다 블랙박스가 보편화되면서 2013년 2만6천건이던 구상금 분쟁은 2017년 6만1천건까지 늘었다.
금융당국은 과실비율 인정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세워 분쟁을 최소화하겠다고 전했다.
우선 피해자가 예측하거나 피하기 어려운 교통사고에 대해 가해자 일방과실로 처리하는 과실적용 도표를 신설하고 확대한다.
현행 과실비율 인정기준은 법리적인 측면이 강조돼 소비자 이해를 저해한다는 지적에 따랐다. 보험사가 일방과실 사고임에도 보험료 수입 증대를 위해 쌍방과실로 처리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지속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직진차로에서 무리한 좌회전 사고 ▲근접거리에서 급한 추월이나 차로변경에 따른 사고 등 가해차량의 움직임을 예지하기 어려운 자동차사고 등이 일방과실 기준에 포함된다.
또 자전거 전용도로나 회전교차로 등 새로 만들어진 교통환경에 대응한 과실비율 인정기준 도표도 꾸린다. 자전거 전용도로를 침범한 차량사고는 차량의 과실이 100%, 1차로형 회전교차로에서는 진입 차량이 80%의 과실을 가져가는 등이다.
동일보험사간 사고나 50만원 미만 소액사고는 소송으로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었던 절차도 고친다. 소액 사고(분쟁금액 50만원 미만)와 자차담보 미가입 차량의 사고도 분쟁조정이 가능하도록 하여 소비자의 소송 부담 해소할 방침이다.
과실비율에 당사자나 보험사가 불복하는 경우 손해보험협회에 설치된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을 지원하지만 소액 사고 등은 그동안 보장하지 않았다.
과실비율 인정기준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법조계, 학계, 언론계, 소비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신설하고,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 시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 심의를 통해 동 기준의 신뢰성 및 사회적 공감대를 높이기로 했다.
온라인과 금융당국의 안내를 통해서도 과실비율에 대한 상담을 받게 된다. 손보협회 홈페이지 내에 과실비율 인터넷 상담소를 신설하고, 과실비율 상담전화를 활성화한다.
과실비율 인정기준 개정 자문위원회는 오는 4분기 신설되며 개정 심의와 시행은 내년 1분기 마무리될 예정이다.
하주식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사고 원인자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통해 법규준수, 안전운전 유도 및 교통사고 예방을 기대한다"며 "모든 차간 자동차사고(무보험차 사고 제외)에 대해 과실비율 분쟁조정 서비스를 제공하여 소비자의 편익 제고 및 소송비용 절감하겠다"고 말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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