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종호 기자] 검찰이 법정에서 안희정(53) 전 충남지사를 "덫을 놓은 사냥꾼"으로 표현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검찰이 민감한 사건의 공판에서 한 의견진술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서울서부지검은 3일 입장문을 내고 "어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재판 과정에서 '덫을 놓은 사냥꾼'이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비법률적 용어를 사용해 관계자들께 상처드린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전날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1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낭독하기 전 해당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히면서 안 전 지사를 '사냥꾼'으로 표현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출장지 등에서 비서 김지은(33)씨를 자신의 숙소로 불러들이기 위해 담배·맥주 등 심부름을 일부러 시킨 뒤 성폭행·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강조하곤, "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과 같은 상황을 연출했다"고 비유했다.
안 전 지사 측은 공판을 마친 뒤 검찰의 표현을 문제 삼고 정식으로 항의하거나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동열 서울서부지검장은 안 전 지사의 공소유지를 담당하는 검사들에게 객관적인 자세로 공판에 임하도록 각별히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판 다음날 검찰이 신속히 '사과문'을 낸 것도 지검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올해 2월 출장지 등에서 비서 김씨를 지속적으로 성폭행·추행한 혐의로 4월11일 불구속 기소됐다.
안 전 지사에게는 형법상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특법)상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업무상 추행), 강제추행 등 세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보고 있다. 안 전 지사 측은 "관계는 있었지만, 애정 관계였을 뿐 위력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2회 공판기일은 오는 6일 열릴 예정이며, 피해자 김씨 증인 심문이 예정된 만큼 비공개로 진행될 계획이다.
/전종호기자 jjh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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