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도민선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입법을 통해 2만원대 보편요금제 도입에 나선 가운데 이같은 정부 차원의 요금규제가 이통업계 수익성 및 신용등급 하락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정부 주도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통신업계 수익성 및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
이 같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 등 부담이 가중될 경우 우려했던 5세대통신(5G) 투자 여력 위축 등이 현실화 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외국인 주주가 많은 통신업계 특성상 국가상대소송 등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통업계가 사실상 무제한 데이터요금제나 유사 보편요금제를 내놓고 있어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위한 명분 등 동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미국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요금인하가 이통사의 매출 축소 및 신용지표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현재 과기정통부는 SK텔레콤과 같은 의무제공사업자의 경우 월 2만원대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출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11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 법제체를 거쳐 국회에 제출, 처리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정부가 특정 요금제를 강제하는 등 시장개입 논란과 함께 이에 따른 매출 등 수익성 하락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 이에 더해 국제신용평가기관까지 이를 경고하고 나선 형국이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보편요금제 추진 영향으로 이동통신 매출은 5~10% 추가 감소가 예상됐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 시 이자비용 증가, 자금조달 차질 등 연쇄적 부정효과로 인해 향후 5G 투자에도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며, "이로 인해 이통사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해외 투자자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제기 가능성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보고서는 이 같은 보편요금제 도입이 무산되더라도 유사 요금제 출시로 이통 업계 수익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 경우 마케팅 비용을 10~15% 줄이더라도 내년까지 SK텔레콤은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9~52%, KT는 23~41% 감소할 것이라는 게 무디스 측 추산이다.
◆시장 경쟁 이미 점화, 요금 '뚝뚝'
실제로 이통 3사는 올 상반기 신규 요금제 신설 및 개편을 통해 잇딴 통신비 인하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선택약정할인폭을 20%에서 25%로 올린 데 이어 올들어 선택약정할인 반환금도 유예했다. 또 로밍 요금제를 분당 과금에서 초당 과금으로 바꾸고, 사실상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멤버십 등을 통해 요금 인하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면서 약정 없이 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선택폭도 넓히고 있다.
SK텔레콤은 요금 납부를 통해 쌓은 포인트를 요금이나 단말대금 납부에 사용 가능한 '무약정 플랜'을 신설했다. KT는 기존 데이터 선택 요금제보다 최대 3.3배 데이터 제공량을 늘린 'LTE 데이터선택(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했다. LG유플러스는 이와 비슷한 요금제를 지난해말 선보인 바 있다.
이에더해 LG유플러스는 이통3사 중 처음으로 LTE 무제한 요금제를 지난 2월말 도입했다. 월 8만8천원에 별도 기본 데이터 제공량없이 무제한으로 속도 제한없이 LTE 데이터를 쓸 수 있다. 나눠쓰기 데이터 한도도 월 40GB로 상향시켰다.
KT는 LG유플러스보다 더 세부적인 무제한 요금제를 내놨다. 월 8만9천원의 '데이터ON 프리미엄'은 완전 무제한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다. 또 4만9천원 '데이터ON 톡'은 최대 1Mbps 속도 제한 대신 데이터는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KT는 보편요금제에 준하는 'LTE베이직' 요금제를 신설했다. 월3만3천원에 월 1GB 데이터를 지원한다. 선택약정 할인을 통해 실제 납부금은 2만4천750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통3사가 하반기에도 통신비 인하를 위한 요금제 신설, 재편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 출시를 검토중이다.
◆국회도 이견, 보편요금제 명분 잃나
시장 차원의 요금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보편요금제 법제화에 대한 회의론도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보편요금제를 논의했던 가계통신비정책협의회에서 과기정통부 고위관계자는 "이통사 스스로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요금제를 출시한다면, 보편요금제를 의무화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회에서도 이를 강제하는 법제화에 이견을 보이고 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이통시장은 3위인 LG유플러스가 LTE 시대 경쟁력을 키우면서 이미 유효경쟁체제 속 경쟁을 통한 요금 인하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예전과 같이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형태에 업계 불만이 큰 상황임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통 3사가 통신비 인하를 위한 다수 정책을 내놓으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또다른 관계자는 "최근 KT를 중심으로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2만원대 요금제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통신비 인하를)하기 때문에 보편요금제를 들고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당초 기본료 폐지를 대신해 나온게 보편요금제이고, 이통사가 자발적으로 요금제를 내놓기는 했으나 전체 시장의 인하 효과를 가져올 지는 미지수라는 점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뜻이다. 또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의 명분 등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보편요금제를 찬성하는 여당 측에서도 입법 심의 과정 전에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장 개정안 처리가 국정감사 이후로 미뤄질 수 있어 먼저 국감 도마위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국회 법안 제출과 입법 심의과정을 고려했을 때 오는 11월이나 가야 보편요금제가 다뤄질 수 있다는 것. 이에 앞서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는 등 법 처리를 앞두고 논란은 더욱 가중될 조짐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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