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고(故) 구본무 LG 회장에 대해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이라며 "갑자기 돌아가시게 돼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21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구 회장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과 만나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외교보좌관 할 때 우연히 구 회장을 비행기 옆자리에서 처음 만났다"며 "당시 비행기에 전기가 안 들어왔는데, 구 회장이 자신은 자료를 안 봐도 되는데 보좌관들은 자료를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리를 바꾸자고 먼저 제안했다"고 말했다.
첫 만남에서 구 회장에게 깊은 인상을 받은 반 사무총장은 이후에도 구 회장과의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반 사무총장은 "외교부 장관이 된 후 장관 공관에 구 회장 내외를 한 차례 모신 적이 있다"며 "이날 빈소에서도 사모님(김영식씨)이 그 얘기를 했다"고 언급했다.
UN 사무총장이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반 전 사무총장은 "구 회장이 사무총장 공관에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한국 제품으로 해 드리겠다고 해서, 처음에는 인사말씀인줄 알았다"라며 "당시 사무총장 공관이 10개월간 공사 중이었는데, 정확히 10개월 후 공관에 LG 전기제품들이 왔더라. 2기 사무총장으로 당선되자 전기제품들을 전부 바꿔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지난해 귀국해서 인사를 한 번 드리러 가겠다고 전화를 했는데, 당시 구 회장이 머리수술을 받아 목소리도 잘 안 나오는 상태라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말씀하셨다"며 "결과적으로 그게 마지막 연락이었는데, 당시 병원에라도 가서 문병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구 회장에 대해서는 매우 높게 평가했다. 반 전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은 누구나 잘 아는 사실"이라며 "직원들과 같이 팔씨름도 하는 등 상당히 소탈하신 분이고, 지금껏 기업을 투명하게 잘 경영해서 모범을 많이 남겼다"고 말했다.
이날 반 전 사무총장은 20분 남짓 빈소에 머물렀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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