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1989년 5월 6일 서울 송파구 오륜동 올림픽 선수기자촌 상가에 우리나라 첫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의 문이 열렸다. 골목마다 동네 슈퍼마켓이 들어서 있던 때인 만큼 당시 편의점은 새로운 유통 형태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올해 30살을 맞은 편의점은 폭발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점포수가 4만여 개까지 늘었다. 또 모바일 기술 발전과 함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스마트 서비스를 비롯해 금융 서비스까지 갖추면서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장소가 아닌 '종합 생활 스테이션'으로 변모했다. 세븐일레븐은 이 같은 변화에 앞장서며 현재 전국에 9천412개의 점포를 운영, 국내 대표 편의점 브랜드로 성장했다.
◆美 제빙 회사서 시작된 세계 최초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1927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 위치한 사우스랜드 제빙 회사(Southland Ice Company)에서 시작된 세계 최초의 편의점이다.
이 회사는 공장의 '냉기'를 이용해 신선한 식료품을 판매했고, 영업시간을 늘린 덕에 다른 점포들이 문을 닫은 저녁이나 일요일에 많은 이들이 방문하며 인기를 얻었다. 이후 사우스랜드는 1946년 일반 소매점과 달리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영업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상호명을 '세븐일레븐'으로 변경했다.
이후 세븐일레븐은 미국 최대의 소매 유통기업으로 성장했고, 1973년 일본에 진출하면서 세계 최고의 편의점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세븐일레븐의 일본 진출은 우리나라에도 편의점 문화가 도입되는 계기가 됐다.
◆기억서 사라진 韓 최초 편의점 '롯데세븐'
당시 우리나라에 세븐일레븐 도입을 검토했던 곳은 롯데였다. 롯데는 1979년 12월 17일 서울 소공동에 롯데쇼핑센터를 개점했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모든 유통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이 같은 신 명예회장의 의지는 자연스럽게 편의점 사업 진출로 이어졌다.
롯데는 1981년 7월 일본 최대 슈퍼마켓 체인 이토요카도로부터 편의점 사업 제의를 받았다. 이토요카도사는 1973년 세븐일레븐 브랜드를 도입해 일본에 본격적인 편의점 시대를 열었고,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롯데는 CVS(Convenience Store)라는 새로운 유통사업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고자 했고, 이를 위해 1981년 9월 롯데쇼핑 기획실 내에 CVS사업추진팀을 구성, 세븐일레븐 국내 론칭을 검토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체인 사업의 불확실성과 높은 로열티가 부담으로 작용해 롯데는 독자적으로 테스트 점포를 운영한 후 사업전개 여부를 최종 결정키로 했다.
롯데는 1982년 11월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시장 입구에 국내 최초 편의점인 '롯데세븐'을 오픈해 생필품과 즉석식품 등 2천여 종의 상품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연중무휴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롯데는 1983년 1월 롯데쇼핑 안에 편의점을 담당하는 특수사업팀을 구성해 그해 3월에 2호점 서교동점과 3호점 논현점을 나란히 개설했다.
코리아세븐 관계자는 "1980년대 초반에는 편의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가 부족해 편의점 사업이 지속되지 못했고, 결국 1983년 신당동점을 시작으로 2, 3호점을 모두 철수했다"며 "서울 특정 지역에서만 잠시 운영했던 탓에 '롯데세븐'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지만 롯데가 국내 편의점 산업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세븐 설립…韓 편의점 역사 시작
국내 편의점 역사는 1988년 코리아세븐이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88서울올림픽'이 개최되기 직전인 1988년 5월 21일 설립된 코리아세븐은 초대 대표로 문병혁 동화산업 회장의 차남인 문용준 전 사장을 선임했다. 문 전 사장은 유학시절 우연히 미국에서 세븐일레븐을 접하고, 이를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 코리아세븐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문병혁 동화산업 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리아세븐은 초기 계약금으로 35만 달러를 미국 사우스랜드 사에 지급하고 가맹점 월 매출액의 1%를 6개월마다 지급하는 조건으로 기술제휴 계약을 맺었다. 이후 편의점 사업을 위해 약 20명 내외의 신입사원을 뽑고 준비 기간을 거친 후 1989년 5월 6일 올림픽아파트 상가 입구에 '세븐일레븐' 1호점을 오픈했다.
이후 90년대 초반 훼미리마트, 미니스톱 등의 편의점 진출이 활발해 지면서 1992년 3월 롯데쇼핑 내에 CVS사업부가 재발족했다. 롯데의 한국형 CVS 프로젝트명은 '롯데마트'였다.
롯데는 자체 유통업 역량을 바탕으로 편의점 사업 기반을 마련한 후 1993년 12월 롯데마트 사당점을 개점했다. 롯데마트는 이후 4호점까지 생겼고, 1994년 8월 코리아세븐을 인수하며 기존 롯데마트 간판을 모두 세븐일레븐으로 변경하게 됐다. 또 세븐일레븐은 편의점 사업 확대를 위해 로손(1999년)과 바이더웨이(2010년)를 차례로 인수하면서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미래형 점포 개발 앞장…'종합 생활 스테이션'으로 변모
현재 전국에 9천412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는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을 넘어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에는 인공지능 기술이 접목된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1호점'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오픈해 주목받았다.
이곳은 직원 없는 매장에 현금이나 카드, 휴대폰 등 일체의 결제 수단 없이 들어가 물건을 사고 손바닥 생체 인식으로 지불까지 마치는 세계 최초의 무인 콘셉트 스마트 편의점이다. 코리아세븐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오픈 후 다른 매장에도 순차적으로 핸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고, 다양한 신용카드로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나갔다.
또 코리아세븐은 모바일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객수 증대를 위한 수익성 개선을 위해 '세븐앱'을 개발해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또 온·오프라인 통합 쇼핑 환경인 '옴니채널' 구축에 힘쓰고 있으며, 전국 세븐일레븐 매장에 있는 ATM기를 통해 다양한 금융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정승인 세븐일레븐은 대표는 "세븐일레븐은 지난 30년의 성장 역사를 통해 가깝고 편리한 행복충전소로서 휴식의 공간이자 즐거움의 공간으로 변모해왔다"며 "세븐일레븐의 30년 자체가 우리나라 편의점의 역사인 만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도 다양한 혁신 활동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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