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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여행]<5> 돈과 노후의 품위


3세대로 이루어진 대부분의 가정을 보면, 참 뒤바뀌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원히 살 듯이 돈에 집착하는 노인세대와 '카르페디엠'을 부르짖으며 내일이 없을 듯이 살아가는 청년세대. 돈에 대한 세대간 가치관이 다르고, 미래에 대한 전망이 다르다.

청년세대는 돈을 소비하는 것만 배웠고 노인세대는 돈을 모으는 것만 배웠다.

인생은 순서가 잘못돼 있어. 인생이 청년기를 거쳐 노년기에 끝난다는 건 참 못마땅한 일이지. 인생은 여러 가지 특권과 돈이 확보돼 있는 노년기에 시작해 그런 이점을 훌륭하게 누릴 수 있는 청년기에 끝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청년기에는 약간의 돈만 있어도 그 100배에 달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지만 아쉽게도 돈이 없지 나이가 들었을 때 어느 정도 돈은 모았겠지만 이미 돈으로 살 만한 가치있는 것들이 없어져 버린 상태지. 이것이 인생이라네."

최근에 한 지인으로부터 돈에 집착하는 아버지 때문에 고민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중소기업 사장인 그 친구는 부모님에게 용돈을 넉넉하게 드리는 데도, 아버지는 십 원 한 장에 떠는 구두쇠가 됐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 어머니가 치매에 걸려 집안 살림을 돌볼 수 없고 걸핏하면 집을 나가 배회하게 됐다.

가까이에서 부모님을 모실 수 없는 그는 어머니를 돌보아 줄 요양보호사를 구해드리겠다고 하니 아버지가 그 비용 마저 아깝다고 거절한다는 것이다.

방문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을 경우, 하루에 3시간, 일주일에 3번 서비스를 받는다고 하면 그 비용은 전부 30~40만원 수준이다. 요양등급을 받았다면 이 가운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15%에 불과하다.

다만 치매는 걸렸지만 신체적으로 문제가 없는 경우라면 요양등급을 받지 못하는데 이런 경우 비용은 전부 자기 부담이 된다.

한편 하루에 3시간 방문서비스를 받아서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매일 치매어른을 보살펴야 하는 가족이 휴식을 취하고 요양보호사로부터 집중적인 케어를 받는 경우 치매환자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주 수발자의 부담이 크게 경감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돈이 아깝다고. 또는 남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서비스를 받지 않아 사태를 키운다.

이 지인의 경우도 어머니가 집을 나가 돌아다니다가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그는 고집불통인데다 돈에 집착하는 아버지 때문에 어머니가 고생하시는 것 같아 속이 타들어간다,

치매어르신 수발에는 어쩔 수 없이 돈 문제가 얽혀 있다. 집 근처 시설이 좋은 요양원은 식대가 비싸서 어머니를 멀리 싼 요양원에 보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자녀의 심정에는 '효도도 돈 없으면 힘들다'라는 자포자기가 깔려 있다.

일본에서 치매어르신과 가족을 위해 교육, 상담 역할을 해온 민간단체 '치매가족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발과 관련해 가장 큰 고민이 돈 문제라고 한다.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병상에서 수발을 받는 기간은 평균 5년, 비용은 평균 연간 800만원, 5년간 합계 비용이 평균 5500만원 상당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 자료는 일본 생명보험문화센터가 조사한 것으로 의료비용을 빼고 수발 비용(개호보험의 자기부담금)만을 산정한 것이다.

사실 노인수발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것이 장기요양보험제도이다.

2008년 만들어져 올해로 10년째인 장기요양보험제도는 전 국민이 갹출한 보험금으로 사회적 효도를 실천하고 있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아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경우에는 수발비용의 20%만 자기부담하면 되고 재가서비스를 받는 경우 15%만 부담하면 된다.

최근에는 신체는 건강한데 치매에 걸려 등급을 받지 못하는 경우에 대해 새로 6등급을 신설해서,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내 지인도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등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저소득층이라면 독거노인돌봄서비스, 재가노인지원서비스 등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매우 많다.

한편 이러한 서비스는 소득자산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중산층에게는 문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맞벌이를 하면서 소득은 높은 데 부모님을 돌볼 수 없는 경우, 오히려 부모님 수발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중산층이어서 위와 같은 혜택을 볼 수 없는 경우라면,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잡아 연금을 받아쓰는 역모기지 제도를 이용해 볼 만하다.

한국주택공사가 운용하고 있는 역모기지제도는 집은 가지고 있지만 현금 소득이 부족한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집을 담보로 매월 일정한 액수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자기 집에서 계속 살면서 시중 금리보다 높은 이자로 생활비를 받아쓰기 때문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집을 자녀에게 주는 대신, 자신의 노후생활 비용으로 바꿔 쓴다는 개념이다.

사망시까지 받은 연금이 집의 가치를 넘어섰다고 해서 집을 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사망시까지 받은 연금이 집의 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액수는 자식에게 상속할 수 있다. 2008년에 도입된 이래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품위있는 노후를 보내는 데 돈이 필요하다. 수발비용도 마찬가지다.

치매에 걸렸거나, 신체적으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에서 외부서비스를 이용해야 하고, 이때 적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겨야 할 것이다.

혼자서 해결해 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다가는 더 큰 비극이 벌어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고령사회에서 사는 우리들은 노인 수발에 대해 즐기롭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김동선 조인케어(www.joincare.co.kr)대표는 한국일보 기자를 그만두고 복지 연구에 몰두해 온 노인문제 전문가다. 재가요양보호서비스가 주요 관심사다. 저서로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 '마흔이 되기 전에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7' '치매와 함께 떠나는 여행(번역)' '노후파산시대, 장수의 공포가 온다(공저)' 등이 있다. 치매미술전시회(2005년)를 기획하기도 했다. 고령자 연령차별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땄다.블로그(blog.naver.com/weeny38)활동에도 열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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