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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5G 주파수 경매가 38배 '폭등'…한국은?


무기명 블록방식, 낮은 시작가에도 천정부지 뛰어

[아이뉴스24 김문기 기자] 영국이 진행한 세계 첫 5세대통신(5G) 주파수 경매가 말 그대로 천정부지 치솟은 가격으로 마무리됐다.

낮은 경매시작가에도 낙찰가는 무려 38배나 오른 11억5천만파운드(한화 약 1조7천154억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매방식을 고려하고 있어 영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최소 2조원 규모를 넘어설 공산이 커졌다. 경매시작가에 따라 규모는 더 커질 수 있어 벌써부터 '승자의 저주' 우려가 나온다. 정부의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영국 오프컴은 5일(현지시간) 첫 5G 주파수 경매를 종료했다. 이번 경매는 글로벌 대역으로 꼽히는 3.4GHz 대역이 매물로 나와 세계 첫 5G 주파수 경매로도 불린다. 영국 역시 이 대역을 5G 용으로 지정한 상태다.

영국은 이번 경매에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 중 대표적인 CCA(combinatorial Clock Auction)를 채택했다.

CCA 방식 경매는 두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경매 매물로 나온 주파수 블록 중 원하는 블록 수를 적어 내는 형태다. 입찰자가 적어낸 총 블럭수가 매물로 나온 총 대역폭과 같거나 그보다 낮으면 종료된다. 초과되면 입찰증분에 따라 2단계에서 낙찰자를 정한다.

2단계는 낙찰받은 블록 수에 대한 주파수 대역 내 위치를 정하게 된다. 규제기관이 입찰자들의 블록수를 파악해 여러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그 중 입찰액 합계가 최대가 되는 조합을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 영국 16일간 경매 진행, 가격 38배 폭증

영국은 3.4GHz 주파수 150MHz대역폭을 대상으로 5MHz 대역폭으로 블록을 잘게 잘라 총 30개로 구성됐다. 가격은 5MHz당 100만파운드(한화 약 15억원) 수준. 즉, 총 150MHz의 경매시작가는 3천만파운드(한화 약 450억원)인 셈이다.

지난달 20일 부터 이달 5일까지 약 16일간 치러진 경매에는 총 5개 사업자가 참여, 4개 사업자가 해당 주파수를 낙찰받았다. 보다폰UK는 50MHz 대역폭을 3억7천800만파운드에, EE는 40MHz 대역폭을 3억300만파운드에, O2는 40MHz 대역폭을 3억1천800만파운드에, 3UK는 20MHz 대역폭을 1억5천100만파운드에 가져갔다.

150MHz 대역폭의 낙찰가는 총 11억5천만파운드로 우리돈으로 1조7천154억원 규모. 경매시작가 대비 38배나 더 높은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나마 영국 정부가 최저가를 낮게 책정, 최저가 대비 큰 폭의 주파수 가격상승에도 절대 금액이 높지 않았다"고 평가하며 "영국이 블록을 잘게 쪼깬 CCA방식을 적용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유사 방식 거론, 5G 경매가 치솟나

영국의 이번 5G 주파수 경매는 우리도 같은 방식이 거론되고 있어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통 3사에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파수 경매는 5G 주파수가 처음 포함됨에 따라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이 주목받는 분위기"라며, "이변이 없다면 이 방식이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세부 사항들은 한국에 맞춰 변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의 CCA 방식은 여러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 중 하나. 같은 방식이라도 상황에 따라 일부 변형될 여지가 있는 것. 우리의 경우 주파수 경매 매물과 단계별 세부계획, 블록구성, 입찰증분 등이 일부 다르게 설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는 CCA와 비슷한 구조여서 경매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경매에는 3.5GHz 주파수 300MHz 대역폭이 나온다. 영국에 비해 2배 더 많은 대역폭이다. 다만, 영국은 주파수 이용기간이 20년이다. 한국의 경우 통상적으로 10년을 설정한다. 즉, 영국과 같은 조건으로 진행하면 전체 낙찰가는 비슷한 수준에 떨어질 수 있다.

문제는 우리 경매 시작가가 영국처럼 저렴할 지 여부다. 우리나라 역대 주파수 경매 중 가장 낮은 시작가는 지난 2011년 기록한 800MHz 주파수 10MHz 대역폭의 2천610억원이다. 이번 영국 경매 시작가의 무려 87배나 더 비싼 수준이다.

따라서 경매시작가가 높게 책정될 경우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에 따른 낙찰가가 말 그대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 기존 LTE 주파수 경매와 이번방식을 적용하면 단순계산으로 수십조원, 아니 수백조원대에 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탓에 우려와 함께 합리적 수준의 경매가 산정 등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투자 부담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기준 가격부터 적정 선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5G 주파수 특성상 회절이 잘 되지 않아 LTE 대비 기지국 구축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 역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역시 여러차례 5G 주파수 경매 관련 이통사의 투자 부담 완화 등을 강조했던 만큼 이 같은 의지가 실제 경매에 반영될 지도 관심사.

업계 다른 관계자는 "5G 주파수 경매가가 서비스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가 신중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는 지난연말 보고서를 통해 신규 대역 공급에 있어 사업자 선택에 따라 필요한 양을 확보할 수 있는 무기명 블록경매 방식을 방안 중 하나로 제안한 바 있다. 방식 중 하나로 앞서 도입된 바 있는 CCA와 CMRA 등이 거론했다. CMRA는 CCA를 보완, 경매복잡성을 제거하고 경매과열 양상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형태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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