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기자] 알뜰폰이 이름의 함정에 빠졌다. 저가요금제 위주 상품 구성이 수익구조 악화로 이어지고, 보편요금제 도입 등 가계통신비 정책 이슈로 인해 사업을 이끌고 나가기 어려워지고 있다.
알뜰폰이라는 이름은 2012년 방송통신위원회가 공모전을 거쳐 명명했다. 당시 우수상에 '알뜰폰' '알뜰이동통신'이, 장려상에 '나누미통신', '누리통신'. '열린통신'이 뽑혔고, 최우수상은 없었다. 방통위는 알뜰폰이라는 이름이 이동통신사와 동일한 통화품질 서비스를 보다 싼 요금으로 사용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MVNO 서비스명으로 적합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알뜰폰란 이름 때문인지, MVNO는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이통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이 3만원대인것과 달리 MVNO는 1만원대로 알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무선가입자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약 750만명으로 젠체 무선 가입자의 11.79%다.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이른바 '돈 되는' 후불요금제가 포진한 LTE MVNO 가입자 수는 216만명 수준으로, 전체 MVNO 중 28.83%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원가 이하 상품을 출시하며 제 살깎아 먹기식 가격 경쟁에만 주력했다.
지금 시장 상황을 보면 MVNO는 여전히 저가요금제 위주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MVNO 큐레이션 사이트 '알뜰폰 허브'에 따르면 135개 LTE 유심요금제 MVNO 상품 중 3만원 이상인 상품은 29개(21.48%)에 불과하다.
지난 15일 업계 간담회에서 한 우체국알뜰폰 업체 대표는 LTE 데이터중심요금제 위주로 사업을 전개하고 싶지만 시장 자체가 저가 위주여서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저가요금제에 '시장실패'가 일어났다며 보편요금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보편요금제로 인해 이통3사의 요금이 연쇄적으로 내려간다면, 이미 저가요금제 위주인 현재의 MVNO는 경쟁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MVNO의 가장 직접적인 어려움은 사업자에 우호적이지 않은 망 도매대가 제도 때문이다. 과기정통부의 주재로 매년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과 협상을 하고 있지만, 조금씩 개선될 뿐 획기적인 변화는 없다. 더구나 현재와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 위주의 도매대가 체계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활성화될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도 힘들다.
MVNO 업계에서도 알뜰폰이라는 이름이 미치는 이미지가 부정적인 것을 감안, 지난해 8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업계를 둘러싼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면, 우선 이름부터 바꿔 저가상품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고, 가격 이외의 새로운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길 바란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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