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혁신과 성장을 이끌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16일 경제 관련 전문가 50여명의 목소리를 담은 제언집을 김동연 부통리에게 전달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한상의는 최근 경제현안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나아갈 방향을 도출하기 위해 학계·컨설팅사·시민단체 등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제언을 통해 과거에 대책을 세웠지만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 과제들, 방향은 섰지만 이해관계의 벽에 막혀있는 과제들에 대해 이번만큼은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취지를 밝혔다.
제언집은 "4차 산업혁명의 원유라는 빅데이터, GPS 등의 활용이 규제에 묶여 안타깝다”, "일자리의 보고인 서비스 산업이 정치적 허들에 막혀있다",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있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담겼다. 내용은 경기하방 리스크, 산업의 미래, 고용노동부문 선진화, 기업의 사회공공성 강화 등 4개 부문으로 정리하고 있다.
경제계의 반성의 목소리도 담겨 있다. "그동안 경제계가 10년 후, 20년 후 미래 성장원을 얘기하기보다는 기업애로가 많으니 해결해 주세요 식으로 기업의 연명을 위한 호소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면서 "성장과 연명의 선택에서 연명의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자. 성장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어떠한 방법론도 의미 없다"고 밝혔다.
정부는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고 기업이 혁신과 성장을 만드는 일에 경제계도 가교 역할을 다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경기하방 리스크와 관련해 "4차 산업혁명으로 반도체 수요가 랠리국면이다. 수출목표치를 더 높였다"는 경기 호조 부문과 함께 "상장사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라는데 우리는 왜 이렇죠"라는 경기의 그늘진 부분도 비추었다.
실제로 상의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장사 영업이익은 2분기에 17.1% 늘었고 3분기에는 45.4%로 더 높아졌다. 하지만 10대그룹의 영업이익이 83.7% 늘 때 10대그룹을 제외한 여타 상장사는 -2.2%로 감소하는 등 실적 편중현상이 심한 상태다.
이에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역대 정부들이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등 양극화 해소 대책을 폈지만 중소기업 지원 자체에만 국한된 채 역량강화와 기업성장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3% 성장이 나오려면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산업의 미래에 방점을 뒀다. "빅데이터, GPS가 공공재라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알지만, 4차 산업혁명의 원유 못 캐는 것 같아요", "한국은 의술, 교육열 최고잖아요. 근데 이런 장점들을 서비스산업 발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좋은 기술 있어도 제 값 주고 사 줄 곳이 없어요. 다음 라운드 문턱에서 주저앉는 벤처기업이 많습니다" 등 기업의 고민을 담았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가 자산 1조원 이상 기업가의 자산축적 방식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25.9%만이 자수성가형이고 74.1%가 상속형 기업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78개국 중 최저 수준이며, 전체 평균 69.6%에도 한참 못 미쳤다. 중국 98%, 영국 93.6%, 일본 81.5%, 미국 71.1%은 자수성가형 비중이 상속형보다 월등히 높았다.
최근 노동환경의 변화에 대한 현장 목소리도 담았다. "구조조정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미비하다"는 중소기업 이야기, "저임금근로자 배려는 이해하지만 고임금근로자의 최저임금 수혜는 맞지 않다"는 기업 목소리, "비정규직 꼬리표 뗄 희망이 생겼다"는 비정규직 근로자의 코멘트를 담았다.
제언집은 우리 노동시장 지표에 대해 OECD 평균에 못 미친다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 연간 근로시간은 2천069시간으로 OECD 평균 1천763시간보다 306시간 길며 비정규직 비율은 2배 수준이라는 것이다. 저임금 근로자 비율도 24%로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은 17%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생산방식이나 일하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지만 우리는 저임금, 장시간 근로에 의존하는 현 상태 유지에 급급하다"고 지적하고, "기업이 혁신에 나설 수 있도록 구시대적인 노동시장 보호막을 걷어내는 일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밀려있는 사회부문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것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공감하지만 정작 내 사업은 어떻게 할지 막막하다"는 대기업의 목소리, "과거보다 기업의 몸집이 커졌다. 사회를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시민단체의 지적을 담았다.
국민들 중 한국기업을 신뢰한다는 응답은 29%에 불과하고, 한국기업의 조직 건강도가 글로벌 기업 중 하위 25% 수준에 그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대기업 중심의 포지티브 캠페인을 산업계 전반으로 더욱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시장자율성과 사회공공성을 대립적 관계로 규정하고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하면 자율성과 공공성을 모두 잃고 그에 따른 사회경제 비용은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기업도 시장경제질서를 준수하고 공정한 분배를 해왔는지 돌아보면서 기업친화적인 문화를 주도해야 한다"고 자문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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