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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주방가전 '맛과 멋' 탐구…LG전자 창원R&D센터


냉장고·정수기·오븐 등 주방가전 연구조직 통합해 '융복합 시너지'

[아이뉴스24 강민경기자] #물맛 감별사 이병기 씨. 물 한 모금만 마시면 눈을 감고도 '에비앙'인지 '삼다수'인지 척척 맞춘다. 그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자격을 인정한 '워터 소믈리에'다.

#요리 연구가 박소영 씨. 터키 전통요리 '케밥', 인도를 대표하는 빵 '난(naan)', 이란식 스튜 요리 '코레시 게이메'까지 이역만리에서 즐겨 먹는 갖가지 현지 음식 조리법을 연구한다.

#발효 전문가 김은정 씨. 어떻게 하면 김치를 신선하고 아삭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해왔다. 그 결과 '좋은 유산균'을 확보해야 한다는 결론을 얻고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 중에 있다.

이들은 모두 LG전자 창원R&D센터 연구원이다. 각자 맡은 품목은 정수기와 오븐·쿡탑, 김치냉장고다. LG전자는 이들과 같은 주방가전 전문가들이 한 곳에 모여 일할 수 있도록 창원R&D센터를 조성했다.

기자는 6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LG전자 창원R&D센터를 찾았다. 완공된 지 일주일여밖에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건물이다. 지상 20층, 지하2층 규모로 지어진 이곳에서는 1천500명의 주방가전 전문 연구원이 일한다. 이른바 '주방가전의 산실'이다.

◆주방가전 전문가 한 데 모여 '융복합 제품 개발' 시너지

창원R&D센터의 설립 목적은 '융복합 제품 개발'이다. 여러 분야 연구조직이 힘을 합하면 지난 2013년 출시된 '얼음정수기냉장고' 같은 융복합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발상이다.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이전에는 정수기와 오븐, 냉장고 등 제품별로 연구시설이 군데군데 흩어져 있었기에 한 사업부에 있어도 시너지가 별로 없었다"며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주방가전 연구조직을 한데 묶어 R&D 생태계를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냉장고·정수기 등 특정 품목만 연구했던 연구인력들은 이제 주방을 하나의 '생활공간'으로 인식하고 좀더 넓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주방 인테리어와의 조화를 이뤄야 하는 '빌트인 가전'에 대한 연구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쾌적한 최첨단 연구환경…"우수인력 확보에 총력"

창원R&D센터가 완공되면서 연구원들의 개인 업무공간이 기존대비 40% 넓어졌다. 실제로 필요한 연구 전용 공간도 50% 확장됐다. 지하 1~2층에는 700여대의 시료(개발 중인 제품)가 보관돼 있어 도서관처럼 드나들 수 있다.

3D프린터실도 갖췄다. 여기에는 총 4대의 3D프린터가 있다. 8억원짜리 두 대와 7천만원짜리 두 대다. 시간과 비용 절감을 위해 부품 모형을 내부에서 만든다. 화덕과 상업용 오븐, 제빵기, 야외용 그릴, 태양열 조리기구 등 다양한 조리시설을 갖춘 요리개발실도 있다.

이제 이 곳을 우수 인력으로 채우는 일만 남았다. 연구 인력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창원R&D센터는 좋은 근무환경과 최첨단 연구시설을 무기로 이들의 이목을 끈다는 계획이다.

송 사장은 "창원R&D센터가 당면한 과제는 좋은 인력을 끌어들이는 것"이라며 "이 건물의 설립을 허가받기 위해 경상남도와 창원시를 설득할 때 '우수 인력을 떠나보낼 수 없다'는 논리를 제시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곳에서 개발되는 모든 주방가전은 전 세계 170여개국으로 수출된다. 시장조사업체 GfK, 스티븐슨컴퍼니, AHAM 등에 따르면, 전 세계 주방가전 시장은 빌트인 시장을 포함해 1천250억 달러(약 14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강민경기자 spotligh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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