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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사내벤처 운영으로 신사업 개척


기업들은 신성장동력 발굴, 직원들은 아이디어 펼쳐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기업들이 사내벤처를 통해 기존의 기업 조직 내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신사업 개척, 혁신 아이디어 구현에 도전하고 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은 신규 사업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며, 직원들은 평소 조직 내에서 구현하기에 제약이 많은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기회가 마련된다.

◆삼성전자·LG전자·현대차…다양한 사내벤처 프로그램

삼성전자의 사내벤처 프로그램인 '씨랩(C-LAB)'은 이미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기업들을 여럿 배출했다. 씨랩에서 분사한 기업들은 지난해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등 각종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관람객들에게 자사의 아이디어 제품을 선보였다. 일부 업체들은 각종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씨랩은 지난 2012년 출범해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도입 이래 총 180개의 사내벤처가 만들어졌다. 지난 2015년 처음 스핀오프(분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는 현재까지 25개의 스타트업이 독립했으며, 54개의 사업과제는 삼성전자 사업부로 이관됐다.

씨랩을 거쳐 독립한 벤처기업으로 대표적인 곳으로는 점착식 소형 메모 프린터를 개발한 망고슬래브, 스마트 시계줄 개발업체 이놈들연구소, 산업 건축용 진공 단열 패널을 설계·생산하는 에임트, 피트니스용 스마트 벨트 개발업체인 웰트 등이 있다.

씨랩에 선정되면 소속 구성원들은 1년 동안 씨랩 과제에만 집중할 수 있다. 프로젝트 팀 구성, 예산 활용, 근무환경, 일정관리 등 업무 관련 대부분의 사항들을 팀 내에서 자체적으로 운영 가능하다. 삼성전자는 사내벤처에 대해 각종 컨설팅을 해 주기도 하고, 잠재적인 사업 파트너 연결 및 사내 스타트업의 대내외적 홍보 등으로 이들을 물밑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분사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잠재적인 투자자 및 협력 파트너들을 지속적으로 연결시켜 주고 있다. 올해 6월에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씨랩 출신 기업들을 추천하면 이들 기관으로부터 보증, 투자지원, 컨설팅 등을 지원받는 식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벤처플라자'를 출범해 사내외 스타트업 발굴·육성·출자 활동을 전담케 했다. 현재까지 총 37개의 사내벤처를 육성했고, 이 중 9개가 분사돼 운영 중이다.

분사한 벤처기업 중 대표적인 곳으로는 자율주행 카메라 센서 전문업체 PLK, 중고차 정보 유통 사업을 하는 유카, 액티브 후드 시스템(충돌 시 보행자 보호 장치)을 개발한 아이탑스. 자동차 용품 제조와 판매, 유통 등 차량 케어링 사업을 하는 오토앤 등이 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에 부품·시스템을 납품하기도 하고, 관련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아무래도 사외 업체에 비해 사업 이해도가 높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사내벤처로 선발된 팀들은 기존 팀에서 일시적으로 '사내스타트업' 팀으로 옮긴다. 사내벤처로 선발된 팀들에게는 사무실로 쓸 독립적인 공간을 제공하고, 기술 및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간 동안 발생하는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원하며 보고 체계도 자율성을 보장한다. 또한 현대·기아차가 생산·개발 중인 차종의 기술정보 등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보육 기간 중 벤처팀과 연계돼 있는 그룹사 및 협력업체, 외부 투자자들과의 비정기적 미팅·전시를 통해 기술과 사업을 소개하고 있다"며 "분사 시점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 투자처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LS전선은 지난해 8월 사내벤처 1기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사내벤처 시스템 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첫 모집에서 40여건의 사업 아이디어가 접수됐고, 이 중 3개의 사내벤처가 최종 선정됐다. LS전선은 첫 사내벤처 제도를 통해 산업용 무선 전력전송 사업(WP21)과 위치추적·정보제공 시스템 사업(ETS)을 시행한다.

WP21사업은 국내외 차세대 차량, 프리미엄 전기·전자제품, 산업용 특수 분야 등의 산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무선 전력전송 모듈과 시스템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ETS사업은 실내외 원자재, 재고 등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사내벤처로 선발된 팀들은 기존 업무 대신 사내벤처 관련 업무에만 집중하게 된다. 사내벤처 소속으로 일하는 동안에는 사업비를 파트장 전결로 집행하며, 최장 3년까지 회사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각종 사업보고는 최소화하되, 사내벤처 사무국은 경영진과 지속적으로 교류해 사업의 안정적인 정착 등을 위해 협력한다.

아직 사내벤처 프로그램 운영 초기 단계라 분사한 벤처기업은 없다. LS전선 관계자는 "실제 신설법인을 추진할 경우 외부 투자자들이 벤처 사업을 신뢰할 수 있도록 회사에서 자본금 일부를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도 지난 2016년부터 사내벤처 제도 '린 스타트업'을 실시 중이다. 지난해 2개, 올해 2개가 선발돼 총 4개의 사내벤처가 운영 중이다. 시행 초창기라 아직 분사한 벤처는 없지만 지난해 선발된 두 팀이 올해 연말 관련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사내벤처를 통해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가온도담'과 스포츠 코스메틱 '아웃런'브랜드를 출시했다. 가온도담은 천연제품을 사용하는 자연주의 화장품 브랜드며, 아웃런은 다양한 종류의 자외선 차단용 화장품을 전문으로 만드는 브랜드다.

'린 스타트업'으로 육성되는 사내벤처는 기존의 보고 체계에서 벗어난 자율적인 환경을 조성하며, 근무지도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들 사내벤처들이 일정 수준 이상 목표 이익을 달성했을 경우 포상하는 '마일스톤 포상' 및 수익 공유를 보장한다. 만일 실패를 했을 경우에도 사내 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지 않도록 조치했다.

최소 2년간의 운영 기간을 거친 후 평가에 따라 분사, 현업 이관, 사업 유지, 사업 종결 중에서 결정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올해 말 1기 대상의 데모데이가 개최되며 그 이후 이들의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아이디어 발전소'를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고안한 프로그램으로, CTO부문 소속 연구원들이 낸 기술, 제품, 서비스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직접 시제품을 만들고 사업화에 도전할 수 있다.

LG전자에서는 5개월의 개발기간과 개발비 1천만원을 지원해 아이디어의 사업화에 힘쓴다. 분사를 시도한 이후 3년 안에 복귀 의사를 밝히면 다시 회사에서 받아주는 등 안전장치도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아이디어 발전소 운영 이래 총 2개 업체가 분사했다. 다만 LG전자 관계자는 "내부에서 공식적으로 '사내벤처'라고 명명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업들, 활발한 사내벤처 운영…이유는?

기업들은 사내벤처를 운영하는 이유로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스타트업 형태로 보다 유동적인 조직을 만들어, 신규 사업·서비스를 활발히 개척하고 보다 다층적으로 변하고 있는 고객들의 욕구와 산업 패러다임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이 처음 도입되던 2012년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였다"며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해 C랩을 만들었고, 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직급·근태 등을 없앴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스마트한 소비를 즐기는 새로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사내벤처 운영 이유가 혁신에 대한 필요성이니만큼 기업들은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선정할 때도 이러한 면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경향을 보였다. 당연히 실제 사업화 여부도 함께 고려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선 아이디어에 대한 접근이 창의적이어야 한다"며 "다만 실제 제품·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도 "기존의 브랜드에서 선보일 수 없던 새로운 접근 방식이 있는지를 검토한다"며 "다만 회사가 지향하는 범주 내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영역을 선정했는지도 살펴본다"고 말했다.

물론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은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강한 의지다. LS전선 관계자는 "사업에 대한 이해와 함께, 파트장과 파트원 간 사업 추진에 대한 공동 목표 의식과 구성원 간 역할 시너지 등도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현대차 관계자도 "벤처사업은 불확실성이 큰 업무"라며 "기술 개발 및 사업에 책임감과 애정을 가지고 끝까지 완주하려는 팀워크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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