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1988년 영화 마지막 황제.
사실 어린 나이에 보기 매우 어려운 영화였다. 부모님이 TV를 보고 있었고, 그저 따라 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장면은 어렴풋이 기억한다.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였던 푸이의 아역이 자금성 안을 뛰는 모습이다. 생뚱맞게도 아이폰8을 박스에서 꺼내들었을 때 불현듯 스친 기억이다.
올해는 아이폰 10주년이다. 아이폰8은 10년의 마지막에 놓여 있다. 그간의 행적에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포석이다. 애플에게는 아이폰X가 또 다른 시작인 셈이다. 1에서 시작해 다시 0으로, 그리고 또 다른 1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단계일 수도 있다. 또는 故 스티브 잡스의 시대가 끝나고 팀 쿡 애플 CEO만의 혁신을 알리는 계기일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애플은 아이폰8의 디자인을 아이폰 사상 가장 인기 있었던 아이폰4의 디자인을 차용했다. 사실 아이폰4의 디자인은 예뻤지만 한편으로는 별도 보호 케이스를 부르는 내구성을 갖춘 모델이었다. 벌써부터 아이폰8의 내구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아이폰X로 인해 질투심에 빠진 아이폰8의 관심병인지도 모르겠다.
아이폰 10년의 마지막을, 가장 찬란했지만 한편으로는 가장 약했던 시기로 회귀한 아이폰8이기에 괜스레 마지막 황제의 어린 모습이 떠오른 듯 하다.
◆ 디자인 : 예쁘다 "치명적", 약하다 "치명상"
아이폰8의 첫인상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면만 바라보고 있으면 영락없이 아이폰7이다. 상하좌우 측면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디자인은 애플만의 규칙으로 세대가 구분됐다. 아이폰과 아이폰3G, 아이폰3GS까지는 변화의 시기였다. 이후 뒷자리 수를 바꾼 아이폰4는 금속과 유리 소재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아이폰4S는 전작을 따랐다. 3.5인치에서 4인치로 화면을 키운 아이폰5는 후면을 투톤 처리하는 방식으로 변화됐다. 아이폰5S도 전작을 계승했다.
플러스 모델이 추가된 아이폰6는 화면 크기를 대폭 키우면서 디자인을 바꿨다. 일명 절연테이프(안테나선) 후면 마감 기법이 도입됐다. 아이폰6의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아이폰6S는 소재만 바꾸고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했다.
다음 차례인 아이폰7은 기존 규칙대로 디자인이 바뀌는 세대였다. 애플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안테나선 모양을 바꾸고, 무광이 아닌 유광의 제트블랙 모델을 추가하는 것으로 이를 대신했다.
아이폰7의 뒤를 잇는 모델이 현재의 아이폰8이다. 사실 규칙상으로 아이폰8은 아이폰7S이며, 디자인이 바뀌는 세대는 아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8의 디자인을 변경했다. 무선충전을 위해서였다. 알루미늄 유니바디를 추구했던 애플은 프레임을 금속으로 처리하고 후면은 유리 소재를 활용했다.
실제로 살펴본 아이폰8의 후면은 꽤 멋스럽다. 빛에 반사돼 반짝거린다. 유리를 사용함으로 해서 그간 거추장스러웠던 안테나선이 빠졌다. 후면 하단의 빼곡히 적혀있던 문구는 ‘iPhone’이라는 단어만 남겨둔 채 사라졌다. 한마디로 깔끔하다.
아이폰8은 항공우주 등급의 알루미늄 7000 시리즈 합금을 도입하고 레이저로 용접했다. 후면은 심도가 50% 더 높아진 강화 레이어를 갖춘 맞춤형 유리로 제작됐다. 그 위를 유분 방지 코팅으로 마감했다. 지문이 엄청나게 묻었던 제트 블랙 모델을 기억한다면, 아이폰8에는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생각보다 지문이 잘 묻지 않는다.
색상은 7번의 과정을 거쳐 정밀한 색조와 불투명도, 색상의 깊이감을 더했다. 대신 실버와 스페이스 그레이, 로즈(?) 골드 3종으로 압축됐다.
아이폰8 후면에 감탄하는 사용자도 있겠으나 여전히 마음 한구석은 불안감이 증폭된다. 유리로 마감된 후면 파손 위험성 때문이다.
이미 1차 출시가 이뤄진 지역에서는 아이폰8의 내구성에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이들이 많다. 유명수리업체조차 분해했을 때 후면을 깨뜨리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아이폰4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과보호가 필요할 수도 있다. 후면에 딱 밀착될 수 있도록 마감해 심미성을 높이고 기기의 두께를 줄였다는 점에는 손을 들어줄 수 있으나, 오히려 파손과 수리의 어려움을 줬다.
물론 아이폰4와는 달리 아이폰8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방수방진을 지원한다.
◆ 새로운 명칭 "레티나 HD", 무엇이 바뀌었나
애플은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를 레티나 HD라고 명명했다. 화면 크기와 해상도는 전작과 동일하다. 하지만 크게 2가지가 추가됐다. 트루톤 기능과 HDR의 도입이다.
기본적으로 아이폰8은 1334x750 해상도와 326ppi를 갖춘 LCD 패널이 쓰였다. 명암비는 1400:1이다. 광시야각을 위한 듀얼 도메인 픽셀, 후면과 마찬가지로 지문 및 유분 방지 코팅이 적용됐다. 색상표현은 더 자채로워졌다. sRGB보다 더 큰 영역을 커버하는 P3 규격이 적용됐다. 25% 정도 더 많은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본래의 기본기도 충실하지만 새롭게 도입된 기능들은 일종의 양념 역할을 담당한다. 우선 트루톤 기능은 지난해 출시된 아이패드 프로에 첫 적용된 바 있다. 전면 상단에 주변광 센서를 장착해 주변 조명의 색온도를 파악, 알고리즘을 통해 디스플레이의 화이트밸런스를 조정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애플의 트루톤 기술은 4채널 주변광 센서로 동작한다.
설정의 디스플레이 및 밝기 카테고리에 진입하면 트루톤 기능을 켜고 끌 수 있다. 아이폰7 시리즈에는 없는 설정이다. 주변 조명 밝기가 극악의 환경이 아니라면 세밀한 변화를 크게 느낄 수는 없다. 찬찬히 트루톤 기능을 켜고 끄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흰 바탕의 색상이 미묘하게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껐을 때는 살짝 파란빛이, 켰을 때는 붉은 계열 쪽으로 바뀐다. 이쯤되면 뚫어지겠구나 생각했을 때가 되서야 비로소 변화가 감지된다.
화이트밸런스를 주변 조명의 밝기 및 온도에 맞추면 디스플레이 이미지가 마치 종이에 인쇄된 듯 자연스럽게 보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를 통해 눈의 피로감을 줄일 수 있다.
아이폰8은 HDR얼라이언스의 HDR10과 돌비의 돌비비전을 지원한다. 애플이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아이폰X에서는 HDR을 강조했지만 아이폰8 시리즈에서는 크게 부각시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HDR을 지원하려면 그에 따르는 디스플레이 성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HDR은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더 어둡게 표현해 디테일 있는 화질을 구현하는 기술이다. 즉, 밝기와 명암비가 중요하다. 아이폰8의 디스플레이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망할 수준은 아니다. 최대 밝기가 전작보다 높아졌고, 명암비도 향상됐다. 특히 아이폰8은 P3을 지원해 훨씬 다채로운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일단 HDR 영상을 돌릴 수 있다. 얼마전에 넷플릭스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아이폰8 시리즈와 아이폰X의 HDR 기능을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하는 수준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더 나은 화질을 구현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외부보다 내실을 키운 카메라
아이폰8의 카메라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전작과 크게 다를 바 없다. f1.8 조리개값과 6개의 렌즈, 광학식손떨림보정(OIS), 1200만화소 등 비슷하다. 변화는 카메라에 도움을 주는 AP와 iOS11을 통한 새로운 기능들이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영상으로는 HEVC가 사진에서는 HEIF 포맷이 추가됐다.
모바일AP와 시스템온칩(SoC)로 엮여 있는 이미지신호프로세서(ISP), 인공지능(AI) 기반의 머신러닝이 가능한 뉴럴엔진 등을 통해 후보정 측면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어두운 상황인 저조도 촬영이 기존보다 더 향상됐다. 이 중 이미지신호프로세서는 전작부터 애플이 직접 설계를 시작했다. 올해 2세대 ISP가 포함됐다. GPU도 독자 설계하면서 iOS와의 궁합이 더 높아졌다.
애플의 ISP는 인물과 움직임, 조명상태 등 장면을 이루는 여러 요소들을 감지해낸다. 사진 촬영 전부터 사진의 최적화 작업이 시작된다. 차세대 픽셀 프로세싱과 넓은 색상 영역 포착, 더 빨라진 오토포커스, 향상된 HDR 사진 촬영 성능을 제공한다.
비디오 녹화 해상도와 성능이 올라갔다. 1080pHD 60fps뿐만 아니라 4K 60fps까지 지원한다. 슬로모션은 1080p HD 240fps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영상에서는 새로운 코덱인 HEVC가 추가됐다. H.265라 불리기도 한다. 카메라 설정의 포맷에서 고효율을 선택하면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H.264를 지원했다. 사진의 경우 고효율은 HEIF가, 호환성은 JPEG가 쓰인다.
HEVC는 차세대 포맷으로 언급된다.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압축률을 높여 대략 40% 정도 저장용량을 낮출 수 있다. 심도 정보까지 저장하고 있어 다양한 사진을 연출할 수 있다. 보케 효과를 줄 수 있다.
HEIF도 마찬가지다. 화질을 유지하면서도 저장용량을 줄여준다. 대략 50% 가량 아낄 수 있다. 배경을 투명하게 할 수도 GIF처럼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코덱이나 포맷의 특성상 압축을 하는 쪽이 있다면 이를 풀어야 하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즉, 압축하는 쪽이나 푸는 쪽이나 동일한 코덱이나 포맷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일단 애플 iOS11을 지원하면 호환이 가능하다. 애플이 아닌 타 기기의 경우 이를 지원해야 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기존 호환 방식인 JPEG나 H.264로 전송된다.
카메라 성능만큼은 믿을 수 있는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준다. 다만 오디오 성능만큼은 여전히 인색하다. 변화가 있다면 스테레오 사운드가 25% 향상됐고, 무손실 음원 포맷인 FLAC이 첫 도입됐다.
그 중에서도 FLAC 음원 포맷을 지원한다는 사실은 반길만하다. 기존까지만해도 FLAC는 애플이 지원하는 포맷으로 변경해야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본래 음질을 들을 수는 없게 된다. FLAC 자체가 애플 뮤직 앱에서 재생이 안됐기 때문에 서드파티 앱을 이용해야만 했다.
FLAC 포맷의 음원을 들을 수 있게는 됐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3.5mm 오디오 단자가 없다는 점이다. 유선연결이 안되기 때문에 블루투스의 힘을 빌어야 한다. 물론 라이트닝 커넥터에 직접 연결되는 이어폰을 이용하거나 별도 어댑터를 써도 되지만 리시버가 한정돼 있을뿐더러, 온전한 성능을 내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애플은 무선 하이파이가 가능한 블루투스 오디오 코덱을 지원하지 않는다.
유무선 모두 FLAC의 본래 음질을 감상하기 어렵다. 일단은 FLAC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는 점만이 업그레이드된 내용이다. 물론 이후 애플이 어떤 행보를 보이는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무손실 음원에 손대기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일 수도 있다.
◆ 무선과 고속 충전 지원하는 첫 사례
아이폰8은 고속충전뿐만 아니라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첫 모델이다.
무선충전은 무선전력컨소시엄(WPC)의 치(Qi) 규격을 사용한다. 애플은 올 초 WPC에 가입한 바 있다. 이말은 치 규격을 갖춘 무선충전패드와 호환된다는 의미다. 즉, 아이폰8은 기존 치 규격의 무선충전패드를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무선충전패드에 아이폰8을 올려두면 5W로 충전된다. 전용패드를 사용하면 최대 7.5W까지 가능하다. 애플이 번들로 제공하는 5W 어댑터보다 빠르다.
다만, 애플은 내년 무선충전패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3대의 기기를 동시 충전 가능한 에어파워가 공개된 상태다. 다행스럽게 서드파티를 통해 7.5W 충전이 가능한 전용 무선충전패드가 출시됐다. 이례적으로 애플은 아이폰8과 함께 이 두 서드파티의 제품을 직접 공개했다.
전용무선충전패드를 내놓은 두 곳은 벨킨과 모피다. 두 업체 모두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액세서리 업체다. 아이폰8이 이미 출시된 출시국에서는 각각 판매가 시작됐다. 한국의 경우 모피는 지사도 없고 총판을 통해 소량의 제품만이 들어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와는 달리 벨킨은 오랜동안 한국지사를 운영하면서 유통경로도 다각화한 상태다. 무선충전패드 또한 벨킨이 가장 먼저 국내 보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벨킨의 아이폰8 무선전용패드는 넓은 실충전영역과 안정성 등이 강점이다. 특히 WPC의 Qi인증과 애플의 MFI 인증을 모두 획득한 제품이다. 두 곳의 인증 모두를 받은 곳은 극히 드물다. 다만, 아이폰8이나 아이폰X가 아니라면, 타 스마트폰은 5W로만 충전을 지원한다.
무선충전에 비해 고속 충전은 가려져 있다. 애플이 이벤트에서 이를 공개치 않았다. 대신 웹페이지 제품 사양 부분에 급속충전이 가능하다며 30분에 최대 50% 충전된다고 명시해뒀다. 번들 어댑터와 케이블로는 나올 수 없는 수준의 빠르기다.
아이폰8 시리즈는 USB-IF의 전력전송 규격인 USB-PD(Power Delivery)가 적용됐다. 최근 향상된 USB-PD 2.0은 전력효율을 극대화시켜 최대 100W를 전달할 수 있다. 전압은 5V, 9V, 15V, 20V이며, 전류는 최대 5A까지 전송 가능하다. 물론 조건이 있다. 어댑터와 케이블이 각각 원하는 전력을 전송할 수 있는 수순이어야 한다.
애플은 지난 8월에 테스트한 결과를 공개했다. 맥북에서 사용하는 USB-C 전원 어댑터인 A1540, A1718, A1719 등을 사용했다. 각각 29W, 61W, 87W의 전력을 전달해준다. 아이폰8은 방전시켜서 진행했다. 결과는 30분만에 50% 충전이 가능했다. 즉, 실제로 고속충전이 가능하려면 맥북의 USB-C 어댑터, 라이트닝과 USB-C 케이블이 필요하다.
향후 서드파티에서 이와 비슷한 시나리오의 어댑터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직접 결과를 후속으로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
◆ 역할 분담에 나선 "A11 바이오닉"
아이폰8에는 애플의 차세대 모바일AP인 A11 바이오닉이 적용됐다. 주요 외신들은 A11 바이오닉을 통해 애플이 PC에 준하는 또는 통상적인 컴퓨터의 성능을 압도하는 AP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다양한 벤치마크 결과에서 타 모바일AP보다 월등한 성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A11 바이오닉은 전작의 쿼드코어를 넘어 헥사코어로 설계됐다. 2개의 고성능 코어와 4개의 저전력코어로 구성됐다. ARM의 라이선스를 빌려 애플이 직접 설계한 코어들이다. 애플은 이러한 코어들을 비동기식으로 구현했다. 즉, 각각의 코어가 함께 동작하는게 아니라 각자 동작할 수 있도록 했다. 43억개의 트랜지스터는 그에 맞게 동작한다.
TSMC의 10나노 공정을 통해 양산됐다. 전작인 A10 퓨전 대비 고성능 코어는 최대 25% 속도 향상을 이뤘다. 저전력 코어의 경우 전작대비 속도가 무려 70%나 개선됐다. 터보 부스트가 필요한 경우 6개 코어가 함께 동작한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GPU다. 애플은 올 초 이매지네이션과 작별을 고했다. 애플은 이매지네이션의 파워VR 시리즈를 주로 사용해왔다. 애플은 3개의 코어를 통해 GPU를 독자 설계했다. 그러면서도 속도는 최대 30% 더 빠르게, 전력효율을 더 높였다. 전작인 A10 퓨전의 GPU가 6코어인점을 감안했을 때 A11의 GPU 코어는 하나당 기존 2개 이상의 성능을 뛰어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애플은 AP를 좀 더 다각화시켰다. 상황에 맞는 역할을 담당하는 칩을 따로 뒀다. 위치나 동작인식, 헬스케어와 관련된 일은 M모션코어 프로세서가 담당한다. 보안과 머신러닝, 카메라 등과 관련해 반복작업이 필요할 때는 뉴럴엔진칩이 작동한다. GPU와 CPU는 서로를 돕는다.
수치 상으로 보이듯이 아이폰8을 직접 사용했을 때 별 다른 지연이나 성능 상의 버벅임은 없다. 시험 삼에 동작시킨 고성능 게임도 쌩쌩 잘 돌아간다. 이정도를 소화하지 못했다면 후회했겠지만 그런 실망은 접어들 정도로 성능 하나 만큼은 탁월하다.
하지만 이러한 높은 성능이 A11 바이오닉 하나 때문이라는 생각되지 않는다. 애플의 독자 생태계가 있기에 본래 있는 성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모바일AP는 일종의 신체의 두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신체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정신, 영혼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iOS가 담당한다. iOS는 사용자의 현실과 기계의 현실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콘텐츠인 앱도 중요하다. 가령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가위를 썼을 때 능률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하다. 콘텐츠도 iOS에 맞게 최적화돼야 하고, 이 콘텐츠를 올바로 동작할 수 있도록 A11 바이오닉이 움직여야 한다. 파편화된 안드로이드와는 달리 애플은 이 모든 것들이 수직 계열화 돼 있다. 높은 성능이라기 보다는 최적화를 높여 극대화된 성능을 뽑아낸다고 설명할 수 있다.
애플은 이번에 두가지 대안을 내놨다. 게임 성능을 최적화시킬 수 있는 메탈 API는 2세대로 업그레이드 됐다. 증강현실(AR) 등을 위해 코어ML이 들어왔다. 이에 맞춰 맥OS도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
◆ 10년산 아이폰의 감성을 버릴 수 없다면
아이폰8은 예쁘다. 다만, 아껴줘야 할 정도로 약해 보인다. 외부나 내부적으로 확 눈에 띌만큼의 변화는 없다. 게다가 곧 아이폰X라는 무시무시한 아이가 압력을 가할 예정이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이다.
그렇다면 아이폰8은 굳이 나올 필요가 없었던 스마트폰이었을까. 이 질문에는 고개를 흔들어야 한다. 아이폰8만의 역할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X는 그간의 아이폰과는 다른 외형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UX)도 다르다. 10년을 유지했던 홈버튼이 사라졌다. 예전과는 다른 안면인식을 잠금 해체 또는 각종 결제를 위해서 써야 한다. 상하단을 채웠던 베젤이 사라져 쥐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이밖에도 많은 것들이 새로울 수 있다.
급작스러운 변화에 일부 사용자들은 애플의 이전 UX를 그리워할 수 있다. 또는 아이폰X 세대로 넘어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아이폰8 시리즈 출시 선택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애플은 아이폰X를 내놓으면서 아이폰8을 다운그레이드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제품으로 치환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전 아이폰5S와 함께 출시된 아이폰5C, 기존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아이폰SE 등을 내놓은 전례가 있다. 어찌보면 변화를 두려워한 또는 예전 아이폰을 잊지 못하는 사용자는 아이폰8에서도 충분한 성능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올해는 아이폰에 대한 선택권이 가장 높아졌다. 아이폰8과 아이폰8 플러스, 아이폰X 중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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