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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메모리 인수, 최종 승자 SK하이닉스


7개월 간의 장정,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됐음에도 3개월 속앓이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를 SK하이닉스가 속해 있는 한미일연합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결의했다. 약 7개월간의 우여곡절 끝에 매각처가 최종 결정됐다.

도시바는 지난 20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한미일연합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라 도시바는 한미일연합과 최종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각국의 반독점 규제를 넘어 내년 3월말까지 매각완료를 목표로 발 빠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일연합은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 미국 애플과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크놀로지,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이 참여한 다국적 컨소시엄이다. 매각금은 2조엔(한화 약 20조1천500억원) 수준이지만 한미일연합이 개발투자금으로 4천억엔(한화 약 4조308억원)을 추가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총2조4천억엔(한화 약 24조1천900억원) 규모로 진행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약 2천억엔(한화 약 2조157억원)을 전환사채(CB) 형태로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

◆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SK하이닉스 진영

도시바는 지난 2006년 인수한 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에서 발생한 사업손실 7천126억엔(한화 약 7조1천250억원)을 메우기 위해 지난 1월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반도체 부분을 분사하고 지분 20%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예상 손실 규모가 확대되는 한편, 인수자들이 나서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도시바는 지분 50% 또는 100%를 매각해 경영권을 넘겨 줄 수도 있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지난 3월에는 이사회를 통해 메모리 사업부 분사를 의결했으며, 공식으로 예비입찰자 모집에 나섰다.

지난 3월 29일 1차 예비입찰자로 10여곳이 나섰다. 초반 인수전에서는 SK하이닉스와 대만 홍하이그룹(폭스콘), 미국 브로드컴의 삼파전 양상을 띄었다. 당시 일본 정부나 기업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시바가 제시한 메모리 사업부 매각금액은 약 2조엔으로 한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컸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인수를 위한 이합집산에 돌입했다. 브로드컴은 미국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탈과 손을 잡았다. 폭스콘의 경우 투자금 규모를 약 3조엔까지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이후 2차 예비입찰을 진행한다. 이 때부터는 일본 정부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일본산업혁신기구를 중심으로 미일연합이 결성됐다. 당시 브로드컴 연합과 함께 유력시되는 인수자로 올라섰다. 미일연합은 부족한 인수금을 충당하기 위해 SK하이닉스에 손을 내밀면서 극적으로 한미일연합이 결성됐다.

도시바는 결국 6월 21일 한미일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도시바는 "각 매수자 후보에게서 받은 제안에 대해, 도시바 메모리 주식회사의 기업가치, 국외의 기술유출 우려, 국내 고용확보, 존속의 확실성 등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해 위 컨소시엄 제안이 가장 우위성이 높다고 평가했다"고 선택의 이유를 설명했다.

◆ 딜브레이커로 부상한 WD

도시바가 SK하이닉스 진영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최종계약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발목을 잡은 곳은 웨스턴디지털(WD)이다. 이번 매각계약의 딜브레이커로 부상했다.

도시바는 샌디스크와 함께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고 낸드플래시 생산기지인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했다. 샌디스크를 지난해 WD가 인수하면서, 이번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독점교섭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WD의 독점교섭권 주장에 도시바는 강경하게 대응했다. WD가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계속해서 방해한다면 법적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엄포를 놨다. 도시바와 WD는 각각 서한을 보내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했다. 욧카이치 공장 정보 접근 권한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두 업체는 법적 공방을 벌이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WD는 미국 ICC중재재판소에 도시마 메모리 매각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도 동일한 내용으로 소송을 시작했다. 도시바도 도쿄지방법원에 도시바를 고발했다. 현재까지도 미국과 일본 지역에서 WD와 도시바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바는 욧카이지 공장 추가 신설에도 WD를 제외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생산설비에 대해 샌디스크와 협의했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강경한 입장을 보이긴 했으나 애가 타는 곳은 도시바였다. 상황이 계속해서 불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미국 법원은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부 매각 완료 2주전에 WD에 통보해야 한다는 중재안을 내놓고 손을 놨다.

매각금지요청은 ICC중재재판소로 넘어갔다. 이곳에서는 중재기간이 통상적으로 1년가량 소요된다. 내년 3월말까지 매각완료를 통해 초과채무를 해결해야 하는 도시바로써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게다가 WD의 정보접근차단도 법원의 결정에 의해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도시바는 지난 8월 10일 도쿄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위한 협상 대상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발언은 한미일연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원점으로 회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됐다.

쓰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메모리 사업의 외부 자본 도입은 채무 초과 방지를 목표로 한다. 한미일연합과는 (합의점을 도출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 (한미일연합) 이외에 교섭 대상자와도 협상한다. 가급적 빨리 계약을 체결하고 매각 완료를 향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WD와의 간극 못 메워…돌고돌아 우선협상대상자 재선택

도시바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사실을 백지화하면서 WD와 본격적인 합의에 나섰다. 지난 8월말 일본을 방문한 스티브 밀리건 WD CEO는 쓰나가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과 메모리 인수와 관련된 회담을 가졌다.

WD 진영은 미국 투자펀드 KKR와 일본산업혁신기구, 일본정책투자은행 등으로 결성됐다. 이전 컨소시엄과 선을 긋기 위해 신(新)미일연합으로 불렸다.

도시바가 우선협상대상자를 교체하는 등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WD 진영으로의 교체를 단행한데에는 WD와의 법정공방과 채권단의 8월 매각계약 종료 독촉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WD 역시 도시바의 욧카이치 단독 투자에 뜨끔한 눈치였다.

도시바가 WD 진영에 메모리 사업부를 매각할 것이라는 분위기가 일본 현지에서부터 무르익긴 했으나 이마저도 사실상 결렬됐다. 도시바는 지난 8월 3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메모리 사업부 매각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못 박았다. 이날은 도시바가 WD와 최종계약을 맺을 것이라 예상됐던 일정이었기에 파장이 컸다.

도시바는 "6월 21일 우선협상대상을 결정해 공표했지만 지금까지 협상 대상을 특정 진영에 맞출 것 없이 최종 합의를 위해 일본산업혁신기구, 베인캐피탈, 일본정책 투자 은행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과 미국 웨스턴디지털을 포함한 기업협회 및 대만 홍하이정밀공업을 포함한 기업 연합 등 3개 진영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도시바는 다시 한미일연합과 본격적인 합의를 진행했다. 도시바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해 한미일연합의 제안을 받아들여 합의를 위한 각서를 체결했다. 한미일연합은 인수금액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천억엔을 더 투자할 의향이 있으며, 컨소시엄에 애플을 참여시킬 것이라는 새로운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애플은 한미일연합뿐만 아니라 신미일연합과 폭스콘 진영에서도 러브콜을 보낸 기업이다. 인수전 막판에킹메이커로 부상했다. 애플은 전략적 판단 하에 한미일연합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본격 합의를 진행한 끝에 한미일연합을 최종매각대상자로 선정했다. 지난 20일 도시바 이사회를 통해 결의됐다. 도시바가 늦은 시간까지 정식 발표를 미루는 등 굉장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도시바가 최종매각대상자로 한미일연합을 선택하기는 했으나 앞길은 아직도 구만리다. 최종계약을 위한 막판 합의가 남아 있다. WD와의 법적 공방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각국의 반독점 규제 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기한은 내년 3월말까지라 남은 시간이 촉박하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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