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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시행 1년, 명절 선물세트 판도 바꿨다


한우·과일·수산 매출 직격타…'5만원 이하 상품·수입산' 비중 크게 늘어

[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지난해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1년여 동안 명절 기간 동안 선물세트의 판매율이 급감하고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1년 사이에 '가성비'를 앞세운 세트상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으며 가격을 낮추고 상품을 다양화하기 위해 '수입산'을 전면 앞세운 곳들도 많아졌다.

15일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올해 1월 27일까지 주요 소매유통업체 7곳에서 김영란법 시행 후 처음으로 맞은 올해 설 명절 기간 동안 선물세트 매출을 집계한 결과, 전년(5천356억 원) 대비 14.3% 감소한 4천585억 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명절 상품 매출에서 70% 가량을 차지하는 한우, 과일, 수산 상품군의 타격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해 설 명절에는 한우 세트가 825억 원, 과일 세트가 761억 원, 수산 세트가 411억 원을 기록했으나 올해 설 명절에는 한우 세트가 전년 대비 24.4% 감소한 623억 원, 과일 세트가 31.0% 줄어든 525억 원, 수산 세트가 19.8% 역신장한 330억 원을 기록했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세트를 선보이고 있는 가공식품 선물세트 시장 역시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식품 선물세트는 지난해 5천58억 원어치가 판매됐으나 올해 설 명절에는 14.3% 감소한 4천333억 원에 머물렀다.

롯데백화점 남기대 식품부문장은 "지난해 설 명절에는 전체 선물세트 신장률이 전년 대비 19.5%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한우(10.7%), 과일(19.1%), 수산(20.2%) 역시 모두 오름세를 기록했다"며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에는 세트 상품이 직격타를 받으면서 주요 상품군 세트 매출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각 유통채널들의 선물세트 구성비도 크게 변화된 모습이다. 특히 김영란법 영향으로 5만 원 이하의 선물 세트 비중이 급격히 늘었으며 글로벌 상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또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이들도 늘면서 비중도 10% 이하에서 10~15%로 늘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설에 5만 원 이하 상품 비중는 11.1%에 불과했으나 올해 설에는 23.2%로 두 배 가량 증가했고 올해 추석에는 24.3%까지 늘었다. 글로벌 상품 비중도 올해 추석에는 작년 설(5.7%)보다 약 2배 늘어난 13.0%로 증가했다.

반면 세트 신장률은 작년 설에도 12.5%를 기록하는 등 매년 계속 오름세를 보였으나 올해 설에는 0.4%에 머물렀고 이번 추석 역시 0.9%의 신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남 부문장은 "가공식품과 생필품의 양극화 현상이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법인 고객은 5만 원 이하 저단가 세트를 많이 찾지만 개인 고객 일수록 비싸고 품질 좋은, 특히 수입 프리미엄 세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상품군별로 1인당 선물세트를 구입하는 비용 역시 대폭 낮아졌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한우 선물세트의 객단가가 김영란법 전까지 20만 원 중후반대였으나 최근 20만 원 초반대로 낮아졌다. 수산 선물세트의 평균 단가 역시 20만 원대에서 15만 원까지 내려갔고 청과 선물세트는 8만5천~9만 원에서 7만 원 이하로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신선식품 담당 방준규 수산 바이어는 "평균 단가가 떨어지면서 저가 상품을 찾는 이들이 많아 이전까지 5% 미만의 비중을 차지했던 5만 원 이하 상품들을 최근 20%까지 올렸다"며 "수산쪽에서는 고가의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이들도 줄어 10~15%를 차지하던 고가 상품 비중을 10% 이하로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에는 선물세트 가격대가 5만 원, 18만 원, 24만 원을 기준으로 높은 가격 상품이 많았지만 지금은 5만 원, 6만 원, 12만 원대로 가격대를 대폭 낮췄다"며 "저가 상품을 찾는 이들을 위해 대표 품목들은 대부분 5만 원 이하 상품을 이번에 만들어 선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맞춰 롯데백화점을 비롯해 이번 주부터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은 '가성비'를 앞세운 저가 상품 비중을 대폭 늘렸다. 5만 원 이하 상품을 찾는 이들이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추석 선물세트 판매를 시작한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3일까지 5만 원 이하 선물세트가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85.6%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해 추석 때 같은 기준 선물세트 판매 비중은 전체의 69.9%, 올해 설에는 72.6%까지 늘었는데 이번에 더 올랐다.

이마트 관계자는 "사전예약 기간에는 기업 단위 고객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추석을 앞두고 중저가 선물세트의 쏠림 현상이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며 "그 영향으로 5만∼10만 원짜리 선물 비중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현대백화점은 5만 원 이하 '실속 세트' 물량을 지난해 추석 때보다 20~30% 늘려 잡았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5만원 이하 선물 품목을 작년 추석대비 123개(30%) 늘리고 이들 물량 역시 총 13만 세트로 지난해 대비 2배 가량 대폭 늘렸다.

갤러리아는 5만 원 미만의 선물세트를 전년 대비 80개 품목을 강화해 총 603개 세트를 선보이며 AK플라자는 설 명절 대비 22% 늘어난 530품목으로 구성했다.

이마트는 합리적 가격의 자체브랜드(PB) '노브랜드' 선물세트를 새롭게 선보이고 5만 원 미만 제품인 '499 선물세트'를 대폭 강화했다. 홈플러스도 '김영란법' 시행 등을 의식해 사전예약 판매 추석선물세트 중 5만 원 미만 가격대 선물세트를 전체의 약 83.7% 가량으로 구성해 선보였다.

롯데마트는 전체 선물세트 중 5만 원 미만 상품을 80% 이상(80.1%) 구성하고 선물세트 가격대별 소비 양극화에 따른 고가 및 저가 선물세트 수요도 고려해 상품을 선보였다. 특히 5만 원 미만 상품 구성비는 지난해 추석보다 7%p 높였다.

편의점업계 역시 5만 원 이하 상품 구성 비중을 늘렸다. 업계 1위 CU(씨유)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5만 원 이하 상품의 매출은 전체 추석 상품 매출의 86%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CU는 2015년 추석 56%였던 5만 원 이하 선물세트 구성비를 지난해에는 68%로 확대한 데 이어 올해에는 74%까지 늘렸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도 지난 추석에 5만 원 이하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127% 증가하면서 총 337종의 5만원 이하 상품을 준비했다. 특히 높은 가격대로 구매가 망설여지는 한우세트, 굴비세트, 제주옥돔&고등어세트, 배세트, 곶감세트 등을 5만원 이하로 맞추고 PB브랜드 유어스를 활용한 PB선물세트도 판매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추석에는 5만 원 이하의 양념육, 수입육, 가공·생필품, 선어, 정관장, 수삼·더덕, 안주류로 구성된 선물세트들이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장 10일간 이어지는 연휴를 맞아 선물세트를 미리 구매하고 남은 기간 휴식을 즐기려는 고객들이 합리적 가격에 간편하고 이색적이면서도 안전한 먹거리로 구성된 상품을 많이 찾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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