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홈쇼핑 재고처리 채널로 여겨졌던 'T커머스'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국내 주요 유통채널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홈쇼핑은 T커머스에 힘입어 올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S홈쇼핑은 올 2분기 T커머스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178.89% 늘어난 30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TV쇼핑 부문 취급액 성장률이 7.3%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세다.
업계 최초로 웹 드라마·예능을 제작하는 등 T커머스에 힘을 쏟은 CJ오쇼핑 역시 취급고(580억원)가 202% 폭증했다. 현대홈쇼핑은 올 상반기 취급고가 작년의 80% 수준인 8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내에 1천600억원 달성도 가능할 전망이다. 롯데·NS홈쇼핑은 정확한 취급액을 밝히진 않았으나 T커머스 성장에 힘입어 TV부문 취급고가 늘었다고 발표했다.
T커머스가 비단 TV부문 취급고 증가에만 기여하는 것은 아니다. TV홈쇼핑의 단점을 보완하며 홈쇼핑 저변 확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홈쇼핑은 50~60대 전용 유통채널로 여겨져 왔다. 시장조사전문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50대 응답자의 70%가 TV홈쇼핑을 주로 이용한다고 답한 반면, 20대는 36.8%만 관심을 나타냈을 정도다. 문제는 소비자 연령층이 고도화될수록 소비여력도 줄어든다는 점이다. 홈쇼핑산업의 꾸준한 오름세에도 업계 안팎에서 '위기론'이 대두되는 이유다.
반면 T커머스의 주 고객층은 소비 여력이 높은 20~30대다. 즉, 홈쇼핑사는 T커머스를 통해 20대부터 60대까지 폭넓은 소비층을 끌어안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그동안 TV홈쇼핑에 다루지 않았던 신규 상품을 T커머스에 편성하는 등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도움이 된다. 과거 T커머스가 홈쇼핑의 재고 처리 채널로 여겨졌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CJ오쇼핑 관계자는 "TV홈쇼핑은 로우 채널에서 생방송으로 많은 물량을 한번에 준비해야 하지만 T커머스는 비교적 소규모 물량으로도 위험요소를 줄이면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며 "T커머스를 통해 시청자에게는 새로운 상품을 적극 소개하고 중소소기업에게는 판로확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NS홈쇼핑은 T커머스 'NS샵플러스'를 통해 '식품 전문 홈쇼핑'의 한계도 벗어나고 있다. 아직 규모가 크진 않지만, TV홈쇼핑에 비해 고마진 의류·화장품 판매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에 주효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T커머스에 힘입어 올 2분기 전사 의류·화장품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7%, 14.5% 증가했다. 또 고객 연령층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손윤경 SK증권 애널리스트는 "NS홈쇼핑은 식품 전문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주요 고객층이 50대 이상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T커머스는 신규 채널로 특정 이미지가 구축돼 있지 않아 젊은 고객층을 유입하는 주요 창구가 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상위 홈쇼핑 업체들보다 T커머스를 통한 성장 여력을 더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장점에 힘입어 T커머스 시장은 당분간 승승장구할 전망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7천억~8천억원 수준이던 국내 T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44%씩 성장해 오는 2020년 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TV홈쇼핑 시장은 1조원 가량 늘어나는 데 그칠 전망이어서 T커머스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노력이 분주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TV시청 패턴 자체가 변화하면서 더 이상 생방송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5년 내에 TV홈쇼핑은 사라지고 T커머스와 모바일 커머스만 살아남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오지만, 이미 어느 정도는 현실화된 이야기인 만큼 향후 1~2년 간은 T커머스에 대한 투자가 계속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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