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기자] 어렸을 때 로봇이 나오는 콘텐츠를 참 많이도 봤다. 90년대를 풍미한 온갖 변신·합체물을 비롯해 '건담'이나 '에반게리온' 등 지금까지 화자되는 명작도 빠짐없이 감상했다.
영화 '에일리언2'에서 여전사 시고니 위버가 이족 보행 로봇을 타고 에일리언을 물리쳤을 때나 '라젠카'를 보고 우리나라에서도 그럴듯한 로봇이 나왔다고 좋아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최근에는 기예르모 델토로 감독의 '퍼시픽림'을 보고 옛 향수에 빠졌던 것 같다.
현실에서는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정의의 용사' 로봇들이 주는 매력은 그만큼 상당했다. 로봇에 탑승하는 파일럿에 나 자신을 대입하며 지구의 평화를 책임지는 영웅이 된 기분을 대리 체험하는 것은 여느 콘텐츠에서는 주기 힘든 특별한 경험일 수밖에 없다.
로봇은 게임 세상에서도 각별한 소재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봤음직한 육중한 로봇을 직접 조종해 적을 일거에 해치울 수 있다니. 실제 옆나라 일본에서는 '건담'을 소재로 한 로봇 게임이 끊이지 않고 출시되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에서도 각종 메카물들이 나오는 편이다.
흥미로운 점은 국내에서는 이같은 로봇 게임들이 그리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 게임이 태동한 90년대말 이후 시장 선점을 위해 여러 로봇 게임이 출시됐으나 전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오죽하면 로봇은 물론 SF 냄새가 나는 게임은 모두 '금기'라는 말까지 나돌았을까.
이런 열악한 환경 속에서 또 하나의 국산 로봇 슈팅 게임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넥슨지티에서 개발 중인 '타이탄폴 온라인'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눈썰미 있는 게이머라면 금방 눈치챘겠지만 EA의 콘솔 히트작 '타이탄폴'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만들었다. 앞서 출시됐으나 소리소문없이 잊혀진 게임들과 달리 걸출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셈이다.
'타이탄폴 온라인'에 나오는 로봇들은 제목에서처럼 '타이탄'이라고 불리며 이족 보행에 각종 화기로 무장했다. 처음 로봇에 탑승하면 나름 정교하게 연출된 콕핏 인터페이스에 눈길이 갔다. 마우스 클릭으로 기본 화기를 쓸 수 있으며 원거리에 위치한 적에게는 미사일을 퍼부을수도 있다. 또한 일부 타이탄의 경우 전방에 적의 공격을 막는 쉴드를 생성할수 있어 전술적으로 유용하다.
이 게임은 육중한 로봇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렸다는 느낌이다. 특히 근접한 적에게는 펀치를 원없이 날릴 수 있는데, 타격감이 물씬 느껴져 마음에 들었다. 이동할 때는 다소 느릿한 감이 없잖아 있지만 로봇이니까 용서가 된다.
로봇이 파괴돼 비상탈출하거나 요인 폭파 등 특정 상황이 되면 파일럿의 시점에서 게임을 즐기게 된다. 로봇을 탑승했을 때와 달리 민첩하고 벽을 기어오르는 등 온갖 액션을 펼칠 수 있어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내구성은 로봇일 때와 비교할 수 없이 약하지만 파일럿 모드 나름의 재미가 있는 편이다.
'타이탄폴 온라인'은 이처럼 시중에 서비스되고 있는 일인칭슈팅(FPS) 게임들과는 다른 개성이 묻어난다. 긴 시간 동안 세밀하게 요리조리 게임을 뜯어보지는 못했지만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평소 FPS 게임을 그리 즐기지는 않았지만 신기해서라도 한 번은 해볼만한 매력을 갖췄다는 느낌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SF 게임 불가의 금기는 지난해 SF 냄새가 물씬 나는 외산 게임 '오버워치'가 흥행하면서 일단 깨진 상태다. 이달 말 테스트를 앞둔 '타이탄폴 온라인'이 원작의 명성과 자체 완성도에 힘입어 흥행 바통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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