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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낸드판 뒤엎자", 도시바·인텔 '제동걸기'


낸드플래시 시장서 기술 주도권 가져오기 위한 포석

[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보적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차기 대응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3D 낸드로 빼앗긴 점유율을 쿼드레벨셀(QLC) 기술로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WD)은 각각 지난 6월과 7월 QLC 기술을 이용한 3D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텔과 마이크론도 3D X포인트 기술과 함께 QLC 기술이 낸드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도시바는 지난 6월 28일 QLC 기반 BiCS 3D 낸드 플래시의 기본동작 및 성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개발이 완료됨에 따라 양산에 나설 수 있는 준비를 끝마쳤다는 의미다.

도시바는 지난 6월부터 QLC 기반 64단 3D 낸드플래시 768기가비트(Gb)를 구현한 시제품을 SSD 제조업체와 컨트롤러 업체에게 제공했다. 768Gb 칩을 하나의 패키지에 16단 적층함으로써 1.5테라바이트(TB)를 실현하는 샘플은 이달부터 출하된다. 실제 양산 계획을 밝히진 않았으나 내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

WD는 도시바보다 1개월 늦은 7월 24일 QLC 기반 64단 3D 낸드를래시 개발이 완료됐음을 밝혔다. 시바 시바람 WD 메모리기술 수석 부사장은 “BiCS3에서의 X4(QLC) 아키텍처 구현은 WD의 중요한 발전이며, 낸드 플래시 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지속적인 리더십을 입증하고 고객을 위해 확장된 스토리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인텔과 마이크론도 올 하반기 QLC 기반 3D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한다. 지난 2015년 빌 레진스키 인텔 비휘발성메모리솔루션부문 부사장은 QLC가 스토리지 용량을 크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인텔은 2.5인치 SSD를 10TB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인텔과 함께 낸드 기술 협력을 이어온 마이크론도 QLC를 바라보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도체인 플로팅 게이트에 전하를 저장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플로팅 게이트는 절연체인 산화막으로 쌓여 있는데, 이 곳에 전압을 걸어주면 전자가 산화막을 통과해 플로팅 게이트로 진입하면서 데이터를 저장한다.

다만, 공정 미세화가 진행되면서 더 이상 셀간의 간격을 좁히는게 어려워지자 수직으로 쌓을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3D 낸드플래시는 기존과 비슷한 공간에 용량을 더 많이 늘릴 수 있을뿐만 아니라 비용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3D 낸드플래시로 승기를 잡은 곳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1세대 3D V낸드 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경쟁사 대비 2년가량 격차를 벌린 삼성전자는 2014년 2세대 32단, 2015년 3세대 48단에 이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64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진행해오고 있다. 빠르면 연말 96단 낸드플래시 양산이 시작된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세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36.7%의 점유율로 1위 수성에 성공했다. 도시바와 WD는 각각 17.2%, 15.5%로 2, 3위를 지키고 있지만 점유율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11.4%의 점유율을 기록하면서 타 경쟁업체와 다르게 상승세를 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5년말부터 1세대 3D 낸드플래시를 공개하고 지난해부터 3세대 48단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 올해 64단을 건너뛰고 72단으로 직행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독주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상승기류 속 SK하이닉스로부터 주도권을 뺏어오기 위한 하위주자들이 선택한 방식 중 하나가 QLC다. 낸드플래시는 최소 단위인 셀에 몇 비트(bit)를 저장할 수 있는가에 따라 구분되는데, QLC는 말 그대로 하나의 셀에 4비트를 담을 수 있는 방식을 일컫는다.

플로팅게이트는 절연체인 산화막으로 쌓여있고, 이 곳에 전압을 걸면 전자가 산화막을 통과하면서 정보를 담는다. 1비트만을 담는 싱글레벨셀(SLC)은 전자의 오고감이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2비트를 담는 멀티레벨셀(MLC)부터 더 많은 비트를 저장하게 돼 좀 더 복잡한 과정과 반복을 통해 전자가 산화막을 오고 가게 된다. 최근 서버에도 적용되고 있는 트리플레벨셀(TLC)은 3비트를 담을 수 있다. SLC보다 더 많은 전자들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속도면에서는 SLC가 비교적 단순하기에 더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데 비해, TLC의 경우 공간효율성을 획득할 수 있다. 비용효율성 또한 TLC가 좀 더 유리하다. QLC의 경우 TLC보다 효율성이 15% 정도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더 많은 전자를 제어해야 하는 TLC는 저항이 커지는 속도가 빨라 수명이 SLC보다 짧다. SLC는 통상적으로 재기록 가능 횟수가 10만 번이라면, MLC는 1만번에서 3000번, TLC는 1000번 정도가 능하다. 읽기와 쓰기, 지우기 성능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비트를 담기 위해서는 전자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과 더 오래갈 수 있는 내구성이 획득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QLC가 도입된다면 동일 공간에서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에 공간효율성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증대시킬 수 있다"며, "다만, 기술 개발완료만 놓고 보기에는 갈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양산가능한 기술력과, 고객사의 니즈, 내구성이 담보돼야만 한다. TCL의 경우에도 초기 내구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시장에 안착하는데도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도시바와 WD의 QLC 기술개발 발표가 의도적인 전략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과 관련한 여론몰이 성향이 짙다는 게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와 WD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 협력을 근거로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는 것"이라며,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에서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가 선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인텔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QLC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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