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차석용 매직'이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도 뚫었다. 사상 최악의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49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25일 LG생활건강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2천325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2005년 1분기 이후 49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성장한 것이다. 같은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5.6% 늘어난 1천683억원을 나타냈다. 다만, 매출액(1조5천301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하며 47분기 만에 성장세가 꺾였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인 만큼 LG생활건강의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하락 반전할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며 "일찍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지 않았다면 매출액뿐만 아니라 영업이익도 고꾸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화장품·생활용품·음료사업 등 3각 편대로 나뉠 수 있었던 데에는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지난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사장으로 취임한 차 부회장은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하며 화장품·생활용품으로 이분화된 사업부에 음료부문을 추가했다.
음료사업부는 전통적으로 화장품 비수기인 여름시즌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올해도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음료사업부문 매출액이 크게 신장했다. 음료사업부의 2분기 매출액은 3천757억원,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3%, 28.1% 증가했다. 시장 점유율 또한 전년 대비 0.9%p 증가한 30.9%를 달성했다.
특히 고가의 이온음료 성장이 지속되면서 음료사업부 매출을 견인했다. 지난해 출시된 이온음료 '토레타'는 2분기에만 매출액이 816% 상승했으며, 올 상반기에는 1천319% 증가해 총 2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했다. 씨그램(38%)과 갈아만든배(101%)도 높은 매출 성장세를 나타냈다.
◆화장품 성장 주도한 CNP·숨도 '차석용 작품'
화장품 사업부문에서도 차 부회장 특유의 M&A 감각이 빛났다. 차 부회장은 "차세대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한다"며 지난 2014년 CNP코스메틱스를 인수, 더마코스메틱(피부과 화장품)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올 초에는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 매장을 오픈해 더마코스메틱 시장을 이끌고 있다.
올 2분기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액은 7천812억원, 영업이익은 1천4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2.7% 감소했다. LG생활건강의 전통 강자인 '후'도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8% 꺾인 가운데, CNP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CNP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으며 상반기로 범위를 확대하면 49% 가량 늘었다.
차 부회장의 고급화 전략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차 부회장은 지난해 초 진행된 정기주주총회에서 "LG생활건강의 성장과 시장선도를 위해 숨과 빌리프 등 경쟁력 있는 고급 브랜드로 중화권 등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LG생활건강은 사업부 체제를 개편해 전문성을 높이기도 했다.
덕분에 중국 내 LG생활건강 럭셔리 브랜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력 채널인 국내 면세점 채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6% 가량 줄었음에도 전체 매출 감소폭이 5%에도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중국 현지 럭셔리 매출은 75% 고성장하면서 손실을 만회했다.
2006년 중국에 진출한 후에 이어 '숨'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 것도 성장동력을 다변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 차 부회장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지목한 숨은 올 2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 빌리프는 9% 늘었다. 아울러 숨에 대한 중국소비자들의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중국 최고급 백화점 내 숨 카운터 수(31개)도 1년 사이 29개나 늘었다. 후는 전년 대비 32개 늘어 현재 172개 카운터를 보유하고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차 부회장이 CNP코스메틱스를 인수한 후 더마코스메틱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며 CNP 브랜드 매출도 늘어나고 있다"며 "아울러 중국 관광객 수 급감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면세점 채널 매출이 26%나 줄었음에도 중국 내 럭셔리 화장품 매출이 상승한 덕분에 손실을 메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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