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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업계, 연이은 수주 뒤 일감 절벽에 고민


지난해 비해 수주 실적 늘어났지만 본격 건조까지는 시간 걸려

[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국내 조선업계의 명암이 짙어지고 있다. 최근 대형 조선사들의 잇따른 수주 행렬과 3개월째 상승 추세인 선가지수, 주식시장에서의 강세 등 지난해 침체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모양세다. 그러나 선박 수주에 이어 본격 건조에 들어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려 당장의 일감 부족에 몸살을 앓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은 5월 기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수주 실적이 나란히 증가했다. 현대중공업은 총 62척, 38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12척, 10억달러의 선박을 수주한 데 비해 확연히 늘어난 모습을 보였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같은 기간 단 한 건도 수주하지 못한 반면 올해는 총 13척, 48억달러를 수주했고,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까지 1억3천만달러를 수주했지만 올해는 총 7척, 7억7천만달러를 수주했다.

해외 조사 기관의 수치상으로도 조선업계의 반등세는 확연한 모습이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까지 한국의 선박 수주량은 총 207만CGT(57척)로 184만CGT(101척)를 기록한 중국, 38만CGT(18척)를 기록한 일본 등을 제치고 전세계 수주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4월과 5월 2개월 연속 월간 수주 1위를 기록하며 5월 들어 중국을 따돌렸다. 수주잔량에서도 1천749만CGT를 기록,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일본(1천717만CGT)을 3위로 밀어냈다.

지난 14일 조선주의 연이은 52주 신고가 달성도 주목할 만하다. 한진중공업은 이날 한때 5천210원까지 오르면서 신고가를 갈아치웠고 전날보다 7.66% 오른 5천6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외에도 현대미포조선(6.19%), 삼성중공업(2.67%), 현대중공업(1.08%) 등도 강세를 보이며 모두 신고가를 달성했다.

클락슨리서치가 산정하는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 역시 지난 3월 121포인트에서 4월 122포인트, 5월 123포인트로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선가지수란 1998년 선가 기준을 100으로 잡아 전세계 신조(신규건조) 선박값을 평균해 지수화한 것이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보이는 여러 호조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일감이 부족해 일부 도크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6월 한국 조선사들의 총 수주잔량은 404척(1천749만600CGT)으로 400척을 밑돌았던 2000년 3월 이후 최저치다. 2008년 수주잔량이 2000척을 여유롭게 넘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 1일부터 군산조선소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겠다고 지난 5월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생산중단사유로 '선박 건조물량 미확보에 따른 일시가동중단'을 들며, 가동중단 기간 중에는 울산조선소에서 선박 건조 등의 관련 작업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7월과 올해 3월 울산조선소의 도크 가동을 한 개씩 중단한 바 있다.

지난 14일 전국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군산조선소 문제와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가 현대중공업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언급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측은 "현재로선 가동 중단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올 하반기 도크 한두 곳을 매각하거나 가동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도크 매각은 결정된 바가 없다"며 "다만 지난해 수주 물량이 전세계적으로 부족했던 만큼 도크 한 개 정도를 가동 중단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 역시 "플로팅 도크의 경우 일감이 부족하면 하나 정도 중단이나 매각을 고려하고는 있지만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최근 들어 활발해진 수주에도 불구하고 조선업계가 일감 부족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수주를 하고 본격적으로 배를 건조하기까지 적어도 7~8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즉 지난해 부족했던 수주 물량이 올해 일감 부족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조선사들의 선박 수주 척수는 71척(221만3천625CGT)으로 2014년 328척(1천286만4천590CGT), 2015년 290척(1천72만6천100CGT)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감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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