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롯데주류가 3년여만에 내놓는 맥주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의 출시를 앞두고 벌써부터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지난 2014년 '클라우드'를 출시한 후 지금까지 4%의 점유율로 고전하던 롯데가 '소맥(소주+맥주)용' 시장을 겨냥해 이 제품을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일본과 미국 등 일부 제품들의 상표와 매우 유사하다는 지적이 일면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롯데의 이런 베끼기 논란은 한 두 번이 아니다. 롯데주류는 지난 2014년에도 '클라우드' 광고를 선보이며 구찌의 향수 CF를 표절했다는 의혹에 휘말렸고 이를 만든 대홍기획 측이 "표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일단락되기도 했다. 당시 배우 전지현을 모델로 한 클라우드 광고는 '구찌 프리미에르' 광고에서 모델이 황금색 드레스를 입고 고층 건물에서 창 밖 야경을 바라보는 모습이 똑같이 연출됐다. 이번 '피츠' 광고도 지난 2011년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OB골든라거'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롯데의 다른 계열사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은 작년 3월 25일 한 종합일간지에 브랜드 세일 광고를 전면 게재했으나 해당 신문의 다른 지면에 있는 독일 유명 브랜드 '에스까다'의 광고와 똑같은 콘셉트로 게재돼 뭇매를 맞았다. 당시 에스까다 광고는 외국 모델이 붉은 색 반팔 블라우스와 와이드 팬츠 차림에 같은 색 가방을 걸치고 하이힐을 착용했으며, 같은 신문에 게재된 롯데백화점 모델도 옷부터 표정까지 동일한 모습으로 지면에 담겨져 있었다.
롯데제과는 제품 모방과 관련해 법원 소송까지 갔다. 지난 2008년 크라운제과의 '못말리는 신짱'과 유사한 '크레용 신짱'을 내놓은 롯데제과는 결국 법원에서 패소해 해당 제품명을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바꿔 출시했다. 이 외에도 오리온이 지난 1974년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초코파이'는 5년 뒤 롯데제과가 '쵸코파이'로 내놨고 '오징어땅콩'도 얼마 뒤 똑같은 이름으로 만들어 출시했다. 크라운제과의 '버터와플'은 어느샌가 마트 매대에 '롯데 와플'과 나란히 놓여져 판매되고 있었고 빙그레 아이스크림 '메로나'가 인기를 끌자 롯데는 '멜로니아'로 상표를 등록해 업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동안 국내 유통업계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베끼기'에 비교적 관대한 분위기였다. 특히 특허법 위반은 침해 입증이 쉽지 않은 데다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하는 친고죄로, 피해를 본 기업들이 적극 나서야 하지만 서로 쉬쉬하고 넘어갈 때가 많았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특허·상표·디자인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계의 가장 큰 형님으로 불리는 롯데는 재계 5위라는 기업 규모에 걸맞지 않게 오히려 '베끼기의 황제'라는 오명만 안고 있다. 지금까지는 다른 회사 제품이 히트하면 얼마 안 돼 비슷한 상품을 만든 후 막강한 유통파워를 앞세워 시장을 잠식하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여줬기 때문이다.
'피츠'도 분명 롯데가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시장을 분석하고 연구해 내놓은 좋은 제품일 수 있다. 하지만 출시 전부터 여러 업체의 상표권과 광고 '베끼기' 논란이 일어난 것은 지금까지 롯데가 보여줬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일을 계기로 롯데그룹 전 계열사는 히트작에 '무임승차' 하기 보다 롯데만의 차별된 아이디어와 제품으로 시장에서 승부하길 바란다. 좋은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신제품 연구개발비를 더 늘리고 논란이 될 만한 것들은 꼼꼼한 시장조사를 통해 없애야 한다.
롯데도 좋은 제품을 선보이지만 이 같은 오명이 지워지지 않으면 제대로 제품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앞으로 '베끼기 황제'의 오명을 벗고 업계를 선도하는 책임감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법이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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