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기자] 메리츠종금증권이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29일 주가가 급락 마감했다. 특히 자금 조달을 위해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을 검토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보도되면서 관련 파급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본 확충으로 대형 투자은행(IB)이 돼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증자에 따른 배당 감소 가능성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6일 장이 마감되고 해당 보도가 나온 후 주말을 지나 거래가 개시된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는 장 시작과 동시에 곧바로 추락했다.
장 초반 한국거래소가 이에 대한 사실 여부를 묻는 조회 공시를 요구하자 메리츠종금증권은 오전 11시 무렵 "금융투자회사로서의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한 자본확충을 검토중"이라며 "상환전환우선주 발행도 자본확충 방안의 하나로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발행규모, 상환권·전환권의 부여 여부, 구체적인 상환·전환 조건 등은 결정된 바 없다"고 비교적 빠르게 답변 공시를 냈다.
또 유상증자를 꺼리는 기존 주주들의 입장을 염두에 둔 듯 "기존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해 나갈 예정"이라며 "보통주의 발행은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일반적으로 보통주를 늘리는 방식의 유상증자는 전체적인 주식 숫자를 늘리기 때문에 기업의 주당 순이익이 낮아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는 곧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주들은 유상증자를 악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같은 답변 공시에도 불구하고 이날 메리츠종금증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43%(400원) 하락한 4천345원에 마감됐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적극적인 공시 답변에도 불구하고 상환전환우선주 발행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사실만으로도 투자 심리 불안이 사그라들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상환전환우선주란 만기 시 발행사로부터 상환을 받을 수도 있지만 보통주로 전환도 가능한 우선주를 의미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그동안 꾸준히 3조원의 자본금을 확충한 초대형 IB로 진입할 계획임을 시장에 알린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증자 추진 자체가 시장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악재는 아니다.
다만 자기자본 3조원이 되려면 현재 부족한 7천억원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자금조달 추진은 이를 위한 것이다 보니, 상환전환우선주로 7천억원을 조달한다면 당장은 보통주가 늘어나지 않지만, 투자자들은 몇 년 후 만기가 왔을 때 보통주로 전환될 것을 우려해 주가가 급락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메리츠종금증권의 추가 자본 확충 추진이 긍정적인 부분과 우려사항을 함께 지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A 애널리스트는 "만약 메리츠종금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 발행으로 자본을 늘리게 되면 결과적으로 IB쪽이 강화돼 투자은행 업무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할 가능성은 우려사항이라고 진단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눠 구하는데, 증자를 하면 자본금이 커지기 때문에 ROE가 작아져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메리츠종금증권은 과거에 20% 초반대의 ROE를 유지하다가 증자를 한 후 ROE가 10% 중반으로 하락한 적이 있다. A 애널리스트는 "이번 주가 급락의 배경에는 이런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메리츠종금증권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증자 후 ROE 하락으로 인한 배당 감소 등을 염려하면서 주가 하락 폭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장기 투자자들은 이번 급락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분위기도 관측된다. 한 대형투자자 커뮤니티에서 메리츠증금증권을 장기투자하고 있다는 한 투자자는 오히려 "이미 메리츠종금증권이 대형 IB에 언젠가 갈 것을 예상하고 투자한 상황"이라며 "주가가 하락은 지금은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더 매수할 생각"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나리기자 lil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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