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오지영기자] 이변은 없었다. 지난해 이세돌을 꺾으며 파란을 일으켰던 알파고가 세계랭킹 1위인 중국 커제 9단에 예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알파고는 내, 외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커제와 1차 대국에서 승리를 가져갔다.
23일 중국 저장성 우전 컨벤션센터에서 세계 바둑 랭킹 1위인 커제 9단과 알파고의 1차 대국 '바둑의 미래 서밋'이 진행됐다. 경기 시작 약 4시간만에 알파고는 커제에 백 1집반 승을 거뒀다.
커제는 경기가 끝났을 때 제한 시간 3시간 중 13분17초밖에 남지 않았지 알파고는 1시간29분6초가 남았다.
커제는 극단적인 실리 전법으로 알파고에 공세를 펼쳤지만, 알파고는 이를 무너뜨리는 균형감각을 보여줬다.
이날 바둑TV 중계를 맡은 목진석 한국기원 대표팀 감독은 "알파고가 참여한 마스터 대국도 초중반에 승패가 난 경우가 많았다"며 "그걸 의식해서 커제 9단도 초반에 적극적으로 두려고 했으나, 알파고가 균형감각과 두터움으로 이를 와해시키는 대응을 보이면서 끌려가는 형세가 됐다"고 분석했다.
커제 9단은 흑돌을 잡으며 우상귀 소목으로 시작했다. 알파고는 이에 대응해 우하귀 화점과 좌화귀 소목으로 시작했다. 초반부터 실리를 버는 전략을 펼쳤다. 3번째와 7번째 수 모두 3·3포석을 놓았고, 3수에서 좌상귀 3·3, 7수에서는 우하귀 3·3으로 바로 침투하는 모습을 보였다.
3·3 침투는 최근 커제 9단이 자주 두는 수다. 초반부터 3·3으로 들어가는 것은 바둑에서 이례적인 수지만 실리를 위해 최근 즐겨 사용되는 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커제 9단은 극단적 실리 전법을 구사함에도 알파고의 예상치 못한 수에 장고를 거듭했다. 알파고는 복잡한 전투를 피하고 간명하게 국면을 단순화 시키고자 하는 수를 이어갔다.
중반을 넘어 종반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커제 9단은 알파고의 여유로운 한 수 한 수에 장고를 거듭하며 애를 먹었다.
이에 맞선 알파고는 중앙에서 두텁게 균형을 이뤄내며 편안한 승부를 펼쳤다. 화려한 수를 두진 않지만 한 수 한 수 부드러운 중압감을 드러내는 수를 두며 뛰어난 균형감각을 보였다는 평가다.
목진석 감독은 "커제 9단이 극단적으로 실리를 추구하면서 모양을 쌓았는데 더 극단적이지 못하고 타협이 된게 문제"라며 "반면 알파고는 균형을 여유롭게 잡아갔다"고 말했다.
◆HW·SW 모두 '쑥쑥' 성장
알파고는 이번 승리로 1년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역량 모두가 성장했다는 평가다.
더버지 등 외신에 따르면 알파고는 지난해 대국에서 구글이 고안한 AI용 칩 T텐서프로세서유닛(TPU) 기반의 서버를 이용해 일반 하드웨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연산 속도가 몇십 배 이상 빨랐다.
이번 대국 전 구글은 개발자 회의에서 AI용 칩의 개량판인 TPU 2세대를 도입했다. TPU 2세대는 현존하는 타사의 최정상 AI용 하드웨어와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연산 속도와 효율이 높다. 알파고가 구글의 간판 제품이란 점에서 볼 때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는 TPU 2세대를 투입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소프트웨어적으로도 지난해 선보인 기존(1.0 버전) 알파고는 16만여건의 기보를 통해 배우는 지도학습을 기반으로 강화학습을 병행했다. 하지만 이날 등장한 알파고 2.0 버전은 인간의 기보를 참조하지 않고 스스로 학습했다.
알파고와 커제는 오는 25일, 27일 두 번째, 세 번째 대국이 남아있지만 커제가 역전승을 거두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구글도 이번 경기의 승리를 예측한듯, AI의 역할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개막식에서 에릭 슈미트 구글 알파벳 회장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인류의 승리가 될 것"이라며 "이번 대국에서 궁극적인 문제는 인공지능이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협력하고, 혁신적인 기술을 통해 학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오지영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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