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23일 처음으로 금융안정회의를 열고, 가계대출 급증, 대기업 리스크 등에 따라 한국 금융시스템의 리스크가 다소 증가했다고 판단했다.
한은은 올해부터 금융통화위원회를 12회에서 8회로 줄이는 대신, 금융안정회의를 연 4차례 개최한다. 3월과 9월 회의에서는 금융안정 상황을 점검·분석·평가한 내용을 보고하고, 6월과 12월 회의에서는 국회에 제출하는 법정 보고서인 '금융안정보고서'를 작성해 심의·의결하게 된다.
한은은 이번 금융안정회의에서 "지난해 12월 이후에도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은 대체로 안정된 모습을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시장금리가 상승세로 전환된 가운데 가계신용의 급증세 지속, 취약업종 대기업의 잠재리스크 상존 등으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는 다소 커졌다는 판단이다.
단 리스크 증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시스템의 복원력, 즉 대내외 충격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상태를 이어간 것으로 평가했다.
신용시장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이후에도 가계신용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반면 기업신용 증가세는 크게 둔화되는 추세다.
2016년 말 가계부채는 1천344조3천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1.7%(141조2천억원) 증가해 예년 평균 6.9%는 물론 이례적으로 급증했던 2015년 증가율(10.9%)도 웃돌았다.
특히 비은행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신용 급증을 견인했고, 취약계층의 부채 규모도 확대됐다. 대출금리가 상승압력을 받으면서 취약가계의 채무상환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이 금리 상승 등 대내외 충격에 취약한 차주 및 가구의 부채규모를 살펴본 결과,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신용 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 취약차주의 대출규모는 2016년 말 78조6천억원이었다. 전체 가계대출의 6.2% 수준이다. 또한 원리금상환비율 등을 고려한 고위험가구의 부채비중도 2016년 7.0%로 전년 대비 1.3%p 늘었다.
기업신용의 경우 증가세 둔화로 부채비율이 하락하는 등 기업 재무건전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으나, 업황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대출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6년 말 현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은 760조2천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4.1% 증가했다.
장기시장금리는 2016년 7월 초까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하락했다가 11월 이후 미국 신행정부의 친성장정책 기대,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등으로 큰 폭 상승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16년 7월 1.20%에서 올 3월17일 기준 1.68%까지 올랐다.
회사채시장은 연초 우량물을 중심으로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되고 발행이 호조를 보이는 등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은은 "향후 취약업종 대기업의 회사채 만기도래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경우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주택시장에서는 기존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10월까지 증가하고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냈으나, 이후 매매가격이 보합세로 전환되고 거래량도 수도권, 지방 모두 둔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이는 대출금리 상승, 주담대 여신심사 강화 등으로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된 데다 지난해 11.3 부동산 대책의 영향을 받는 재건축 단지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져 투자수요가 감소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주택 분양도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청약경쟁률이 낮아진 가운데, 집단대출 규제와 금융권의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2017년중 분양예정물량도 전년 37만호보다 축소될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기관 건정성을 살펴본 결과, 일반은행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에도 자산건전성 개선 추세가 이어지고 수익성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했다. 단 특수은행은 부실여신 정리 과정에서 순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경우 경영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 증권·보험사는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관련 리스크가 증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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