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조석근기자] 지난 2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7에서는 5세대통신(5G)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5G가 자율주행자동차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때문.
이에 따라 AT&T, 버라이즌, NTT도코모 등 글로벌 통신업계가 올 연말까지 5G 주요 표준 제정을 요구하는 등 본격적인 상용화 및 선점 전략을 구사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주도권 확보에 강한 의지를 보여온 국내 통신사들도 속도를 내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SK텔레콤과 KT는 당초 2020년 상용화 계획을 1년 앞당겨 2019년 서비스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 마련 등에 최근의 탄핵 국면 등 조기 대선이 최대 변수가 될 조짐이다. 대선 시즌마다 정치권의 요금인하 압력이 거세졌던 만큼 이번에도 통신비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기 때문.
업계에서는 통신 수익성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 중심의 요금 인하 압력이 거세질 경우 5G 투자지체와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 캠프들의 대선 공약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통신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기 대선 등에 맞춰 정치권의 가계통신비 인하 요구 등이 거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업계 입장에서 5G 상용화에 맞춰 대규모 네트워크 투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지만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투자 여력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 이에 더해 정치권의 요금 인하 등 요구가 거세질 경우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현재 정치권을 중심으로 월 1만원에 해당하는 기본료 폐지, 선택약정할인 폭 인상 등 추가적인 요금인하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민생안정을 취지로 여야가 대선 공약으로 가계통신비 인하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이와 동시에 최근 세계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면서 주요 대선주자 캠프 내에서도 이를 반영한 공약 역시 쏟아지고 있다. 국내 ICT 기반을 활용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스마트시티, 에너지 분야 인프라와 과학기술 투자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처럼 정치권이 투자 확대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한편으론 가계통신비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어 정작 투자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한 계획이나 지원책 없이 공약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투자를 주도해야할 통신 업계가 추가적인 요금 인하 요구 등에 직면할 경우 이에 필요한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인 탓이다.
◆5G 급한데 투자부담 '어쩌나'
실제로 국내 이통 3사의 주력 사업인 무선 부문 매출은 2014년 24조5천억원에서 지난해 24조2천억원으로 감소세다.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도 지난해 4분기 3만5천580원으로 전년보다 3.7% 줄었다.
정치권이나 시민단체의 인위적 요금인하 압박이 반복되는 것도 통신업계의 수익성 악화와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가령 현 정부 들어 이동통신 가입비가 폐지되면서 이통 3사의 손익계산서상 매출 감소는 연간 6천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통신시장 경쟁활성화 정책에 따른 알뜰폰 시장 확대에 더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시행에따른 선택약정할인 확대도 부담이 되고 있다.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해 20% 요금할인을 제공하는 선택약정할인은 최근 이용자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 선택약정할인으로 인해 지난해 이통 3사의 매출감소 규모는 1조5천억원규모로 추산된다. 가입자당 1~2년 수준의 약정기간 동안 요금할인이 지속되는 특성을 감안하면 매월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다.
반대로 단통법 시행에 따른 단말기 지원금 축소 등 마케팅비 인하 효과는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지난해 이통 3사 마케팅비 규모는 7조6천억원으로 단통법 시행 전년인 2013년보다 3천억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수익성 둔화에도 장치산업의 특성상 투자부담은 여전하다. 이통 3사는 LTE가 본격 상용화된 2011년~2012년 연간 7조~8조원 규모의 투자비를 집행한 바 있다. 설비구축 완료 이후에도 네트워크 유지보수와 고도화에 매년 5조~6조원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데이터 트래픽은 더욱 늘고 있어 5G를 비롯한 지속적인 네트워크 투자도 필요한 상황. 이와 관련 이통 3사의 데이터 수요는 미디어 콘텐츠 소비가 급증하면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가입자 1인당 데이터 트래픽은 2014년 4분기 2.1GB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4.3GB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더해 자율주행자동차 등 5G 기반 서비스 경쟁은 벌써부터 달아오른 형국이다. 5G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정의에 따르면 최소 20Gbps 이상, 0.001초 이하의 초저지연 속도를 지닌 차세대 통신기술이다. 현재 4세대 LTE 기술로는 전송하기 어려운 혼합현실(MR), 홀로그램 같은 대규모 데이터의 끊김 없는 전송을 가능하게 한다.
상용화될 경우 3세대 통신의 4세대 전환과는 비교하기 어려운 통신환경의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어 조기 투자와 선점이 곧 통신업체의 경쟁력과 직결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서비스를 위한 경쟁 압박은 커지지만 투자여력은 줄어드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 자칫 하면 5G 투자에 실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OECD에 따르면 국내 통신요금 수준은 2014년 기준 OECD 국가 중 17위 정도로 요금사용 구간별로 OECD 평균보다 15~40%가량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10GB LTE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국내에선 월 6만5천원가량이다. 미국 AT&T(11만5천원), 일본 NTT도코모(8만원), 영국 EE(9만6천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국내 가계통신비가 비싸다는 인식은 현행 가계통신비에 단말기 할부금이나 콘텐츠 사용료 등이 포함된 탓이다. 이에 따라 정부 등은 현행 가계통신비 산정 체계 개편 등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MB 정부 때도 기본료 1천원 인하, 월 무료문자 제공 등 요금인하 조치가 있었지만 소비자 체감효과는 미미했다"며 "오히려 통신사업자 입장에선 1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어 수익구조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신시장에서 인위적 요금인하 등 규제정책에 매몰될 경우 투자 및 성장여력을 훼손시켜 ICT 산업진흥에 오히려 부정적일 수 있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인 5G 인프라 조기 구축을 위해선 규제보다 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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