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기자]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 부지'를 맞교환 형식으로 성주 골프장을 제공키로 결정하고 28일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는 성주 골프장 대신 경기도 남양주 시 군용지를 얻었지만 이번 일로 중국의 민심을 잃었다. 중국은 이 같은 결정을 한 롯데와 한국 정부를 향해 맹비난을 퍼부으며 한국기업 전체에 보복 수위를 높이겠다는 분위기다.
롯데는 중국에서 석유화학,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롯데쇼핑의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등 굵직한 사업도 추진 중이었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이 같은 위험을 무릅쓰고 롯데는 국가 안보를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덕분에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으로 한 때 '롯데는 일본 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에 휘말렸던 롯데는 이번 일로 '애국기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안보 의식'이 높다며 여기저기서 롯데를 치켜세우는 일이 한국에선 '면세점 특혜 비리'로, 중국에선 '사드 보복'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롯데에게 그나마 위안이 될 지는 모르겠다. 성주 골프장이 사드 부지로 결정되는 순간부터 롯데가 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는 아무것도 없었던 탓에 지금의 이 상황이 참 씁쓸하다. 사드 부지 제공을 추진했던 롯데가 작년 말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를 대상으로 중국 정부가 전방위 조사를 펼친 후 잠시 주춤했던 것만 봐도 이번 결정에 대해 얼마나 고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일로 롯데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도 현지 사업이 '올스톱' 될 상황에 처했다. 이미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에 따른 심각한 결과는 한·미 양국이 책임져야 한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통상 압력도 한층 더 거세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사드 배치가 완료되면 중국이 한국 기업들에 대해 더 노골적인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기업들에게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일단 피해 현황 및 가능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미 일은 벌어졌는데 이제야 "이번 사태가 롯데에 대한 징벌 차원을 넘어 중국 내 한국 제품 전반의 불매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면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겠다"고 한다. 너무나 안일한 대처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정부는 이제 사드 배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당장 중국 정부 설득과 함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중국에게는 사드가 북핵 미사일 방어용인 만큼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이를 철수할 것이라는 점을 계속 강조함과 동시에 중국이 한국 제품 불매운동과 기업활동을 방해한다면 이 같은 부당함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야 한다. 정부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고 보복 당하는 기업의 어려움을 수수방관한다면 중국은 우리를 더 만만하게 볼 수도 있다.
중국 역시 이번 일에 대해 더 이상 감정적으로 나서지 말아야 한다. 10만명의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는 롯데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2만3천여개 기업이 사드 보복에 못 이겨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들과 연결된 중국 기업과 노동자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북한의 잦은 도발로 중국이 사드 배치를 반대할 명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양국 모두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길 바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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