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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증권사, IT 인력 5% 미만…'IT 잔혹사'


IT 종사자도 증권사 기피…책임·업무 강도 세지만 투자는 부족

[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글로벌 증권사들이 다투어 IT 인프라를 확장하는 가운데, 국내 대형 증권사의 인하우스(증권사 내부) IT 인력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5 증권사의 정규직 금융 IT 및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평균 4.71%인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높다는 NH투자증권이 5.32%를 기록했고 미래에셋대우(5.26%), KB증권(5.02%), 한국투자증권(4.41%)이 그 뒤를 이었다. 최하위는 삼성증권(3.58%)이 차지했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회사의 경우 IT 인력과 예산 비중이 각각 5%, 7% 이상이어야 한다. 이 기준에는 인하우스뿐만 아니라 외부 인력까지 포함되므로, 아웃소싱 인력까지 포함하면 IT 인력 비중은 위 수치보다는 더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해외 금융투자사들이 '증권사=IT 회사'라는 기조로 IT 내부인력 모시기 나서고 있는 모습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2년간 160개의 IT 회사를 인수하며 관련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전체 인력 3만6천명 가운데 IT 인력만 30%에 달한다. JP모건·뱅크오브아메리카(BOA)·시티그룹 등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ICT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핀테크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아시아 금융투자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분야 채용정보 업체 옵션스 그룹(Options Group)이 아시아 태평양 지역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상품 공급을 강화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전문 투자인력보다 기술 전문가 채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국내 대형 증권사도 초대형 투자은행(IB)에 걸맞게 차세대 시스템 등의 IT 기반시설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으나, 뚜렷한 변화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권사 간 합병 과정에서 적은 IT 인력이 야근 및 주말 출근을 반복하며 전산 통합에 매진하는 등 'IT 잔혹사'만 되풀이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IT 인력은 통합법인 출범에 맞춰 전산 통합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난 연말연시를 모두 반납했으며, KB증권 IT 관계자들도 오는 5월 초 황금연휴에 모두 출근할 예정이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IT 종사자들이 가장 피하는 곳 중 하나가 증권사"라며 "거액의 돈이 초 단위로 왔다 갔다 하는 금융투자회사 특성상 전산시스템 오류에 대한 책임도 크고, 업무 강도도 세지만 주력 부서가 아니라는 인식 때문에 타 부서보다 투자나 대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IT 투자 느는데 증권사만 감소 추세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금융권 중에서도 금융투자업계가 IT 투자에 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림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금융투자회사 IT 운영 현황'에 따르면 금융권 전반적으로는 IT 예산을 증가시키는 추세인 반면, 금융투자업의 경우 2012년부터 IT 예산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기준으로 금융투자업의 IT 예산 규모는 8천128억원으로 2011년 대비 59%나 감소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IT 장비 또는 소프트웨어 구매를 위한 '전산자본예산' 규모가 크게 하락했다. 금융투자업의 총 IT 예산 중 전산자본예산 비중은 2009년 40.9%까지 증가했으나, 2014년 19.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업계 불황으로 신규 투자 여력이 감소하면서 기존 IT 시스템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IT 유지 보수비에만 예산을 집중했다는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IT분야의 고위직 전문가는 "은행과 보험에 비해 금융투자업계는 기관별 규모가 작다 보니까 영업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쪽에는 투자가 넉넉하지 않다"며 "보안 쪽만 보더라도 정부에서 금융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위한 보안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음에도 증권사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IT가 영업활동을 지원하는 부서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IT가 영업을 선도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며 "핀테크 등 IT 발달에 따라 새로운 영업 활동 영역이 생기고 있는 만큼 IT 부서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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