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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권영수사장, 기업간 '다리놓기' 앞장


대기업 협력 확산 속 주도적 역할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 비해 후발 주자로 뛰어들어 짧은 기간 내 매출 및 생산량 등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한 국내 대기업들은 이제 일본의 역습과 중국·대만 등의 도전으로 협공을 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들 사이 '선의의 경쟁자' 인식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서도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은 대기업 간 협력에 더 진취적으로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우리와 손잡자"

김 사장은 지난 4월 대표이사 취임과 함께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을 찾았다.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황 사장과 향후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부품장비 기업들의 육성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3년 뒤 세계 반도체 업계 3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운 김 사장은 국내외 대기업들과 협력 및 제휴를 핵심과제로 선정, 기업들을 찾아 나서고 있다. 그는 "국내 기업과 손을 잡고 협력할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삼성전자와 사업 면에서 힘을 합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권 사장도 경쟁사와 협력 및 부품·장비 납품업체들과 상생에 적극 나서고 있다. LPL은 최근 차기 LCD 라인으로 삼성전자와 같은 8세대를 선정하고, 조만간 기판크기를 확정, 투자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LCD 기판 크기를 통일해야 부품·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 및 LPL에 대한 교차공급에 원활히 나설 수 있다는 권 사장의 뜻이 결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권 사장은 "우리가 52인치 삼성전자 패널을 쓰고, 삼성전자도 LPL의 37인치를 쓰는 식으로 협력이 진행되길 바란다"며 "국내업체를 두고 대만에서 패널을 사올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품·장비업체들에 일방적으로 단가인하를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상생형으로 단가를 조절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도체와 LCD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치열한 세계 1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하이닉스와 LPL의 두 최고경영자(CEO)가 보이는 이러한 여유는 업계의 귀감을 얻을 만한 모습으로 평가받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 '뭉쳐야 산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은 전반적으로 해외업체들의 공세에 대비한 국내업체 간 공조에 나서는 모습이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는 상반기까지 제품 가격하락에 따른 침체에 빠졌지만, 하반기 수요확대와 함께 다시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은 조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거나 연속이익을 기록하면서 공조 체제를 형성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오는 9월부터 정부 과제인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소자 개발 2단계 사업'에 처음으로 함께 참여한다. 이를 통해 P램같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분야 역시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을 석권하는데 있어 두 기업이 힘을 모을 예정이다.

삼성전자, LPL, LG전자, 삼성SDI 등 디스플레이 대기업들은 지난 5월 손을 잡고 디스플레이장비재료산업협회를 통합해 디스플레이산업협회를 출범시켰다. 이 자리에서 각 기업들은 ▲패널 교차구매 및 표준화 ▲협력업체 수직계열화 타파 ▲특허 및 연구개발(R&D) 협력 등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오랜 기간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왔던 대기업들이 이처럼 파격적인 협력을 진행하는 데는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디스플레이 업계 외부는 물론 내부의 시각이기도 하다.

지난 89년 설립된 반도체산업협회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황 사장이 회장을, 하이닉스 김 사장과 동부하이텍 반도체부문 오영환 사장 등이 부회장을 맡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한미반도체, 신성이엔지, 피에스케이 등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여전히 부품·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제품을 동시에 납품하지 못하는 수직계열화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사장은 "대기업들이 더 진취적인 자세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부품·장비업체들을 육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협력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각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는 반도체·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구심점 역할을 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이라고 밝혔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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