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2025.1.16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4ac607931a9fa.jpg)
[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여당이 재판관 성향을 빌미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공정성 시비를 이어가자 헌법재판소가 "사법부의 권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면서 강한 어조로 선을 긋고 나섰다.
천재현 헌재 공보관은 31일 오후 브리핑에서 "정치권과 언론에서 재판관의 개인 성향을 획일적으로 단정 짓고 탄핵 심판의 본질을 왜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 탄핵 심판의 심리 대상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배되는지와 그 위반의 정도가 중대한지 여부"라며 "이에 대한 판단은 헌법과 법률을 객관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지 재판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2025.1.16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afed73738197bf.jpg)
與, 탄핵심판 속도 내자 '재판관' 성향 지적
최근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심리에 속도가 붙자 '헌재 때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재판관 성향을 문제 삼으면서 연일 '공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헌법상 헌법재판관 6명 이상 찬성하면 탄핵 인용 결정이 나기 때문에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8인의 헌법재판관 중 일부가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점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헌법재판관 8명 가운데 3명이 '우리법연구회' 출신으로 밝혀지면서, 헌법재판소가 아니라 '우리법재판소'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 심판을 더 꼼꼼하게 살펴보고,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설 연휴에는 헌법재판관 사퇴 요구까지 나왔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대행이 15년 전 올린 글을 토대로 북침론에 동조한다는 등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는 걸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문 대행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문을 읽어보시죠"라며 "통일을 핑계 댄 그들(북한)의 침략을 규탄한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2025.1.16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113e2bfbba6b4f.jpg)
15년 전 블로그 글 꺼내 사퇴 요구
문 대행은 지난 2010년 9월 11일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유엔묘지에서 이삭의 집까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16개국 출신 유엔군 참전용사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 땅에 왔을까?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루려는 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좋은 전쟁이란 낭만적 생각에 불과하다는, 인류의 보편적인 깨달음을 몰랐을까"라고 적었다.
박 의원은 이 부분을 문제 삼아 페이스북을 통해 "문 재판관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숭고한 목숨을 바친 6.25전쟁 유엔참전용사에 대한 모독을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할 의지가 없으신 것으로 보이므로 헌재 재판관에서 즉각 사퇴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문 대행이 지난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를 공유한 당시 블로그글 전문을 보면 박 의원이 문제삼은 부분에 바로 뒤이어 "전쟁의 방법으로 통일을 이룬다면 완전한 통일이 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그들은 몰랐을까? 묘역을 돌면서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 단어는 <평화>였다"라고 적혀 있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친분설에 대해서도 "SNS 댓글로 이루어진 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은데, 기본적으로 그게 대통령 탄핵심판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두 사람은 일단 페이스북 친구 관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고, 10여 년 전에 작성된 대화 내용까지 기억할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2차 변론기일인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천재현 공보관이 브리핑하고 있다. 2025.1.16 [사진=연합뉴스]](https://image.inews24.com/v1/ee1991f0f77920.jpg)
배우자·동생까지 공정성 시비 도마에
앞서 문 대행과 이 대표의 친분설을 꺼내든 권성동 원내대표는 설 연휴 마지막 날 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의 가족을 콕 집어 지적했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30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재판관 동생(이상희 변호사)은 '윤석열 퇴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고, 정 재판관 남편(황필규 변호사)은 탄핵소추대리인단 김이수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헌법 재판마저 패밀리 비즈니스로 전락해서야 되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를 토대로 해당 재판관들이 스스로 이 사건에 대해 회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법률가로서 양심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좌파 세도정치를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헌재법 제24조(제척·기피 및 회피)에 따르면 재판관은 해당 법에서 규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재판장의 허가를 받아 회피할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탄핵심판에 직접 출석해 진술한 만큼 재판관 기피신청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천 공보관은 문 대행과 이미선·정계선 재판관이 재판에서 빠져야 한다는 여당 주장에 대해 "재판관에게 공정한 심판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란 단순히 의혹만으로는 부족하고 합리적이라고 인정될 만큼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는 게 대법원과 헌재의 성립된 판례"라고 일축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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