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중국 TV 제조사 TCL이 삼성·LG전자의 텃밭인 한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TCL의 강점은 55인치 TV를 30만원대, 75인치 TV를 80만원대에 판매하는 극강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TCL은 지난 연말부터 서울 시내 교통 밀집지에 대형 전광판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 1호선 용산역을 포함해 주요 역사 플랫폼에서도 '글로벌 2위 TV TCL'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TCL은 세계 2위 TV 제조사로 명시한 근거를 광고에 반영하기도 했다. 전광판 하단에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로부터 2022, 2023년 글로벌 TV 세트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이라고 적어둔 것이다.
이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제고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내에선 중국 가전 기업들의 세계 시장 순위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보도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TCL은 지난 2023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온라인 판매에 집중해왔다. 국내 최대 쇼핑몰 쿠팡에서 진행한 기획전은 하루 만에 준비한 TV 물량이 모두 동나기도 했다.
가전 업계에선 삼성전자, LG전자의 TV 시장 점유율에 비견할 수 없지만 TCL의 '반값 가격' 공세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TV의 오프라인 판매는 삼성전자, LG전자가 단연 압도적이지만 온라인 판매에선 TCL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75인치 TV를 80만원대에 판매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TCL은 75인치 4K UHD TV를 이날 네이버스토어에서 87만9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삼성·LG의 경우 패널에 따라 100만원대 초반부터 200만원대까지 판매하고 있지만, TCL은 100만원 미만에 내놓은 것이다.
프리미엄 모델인 미니 LED TV도 55인치 89만9000원, 65인치 124만9000원으로 국산 브랜드의 반 값 가량이다. 소형 모델인 32인치 LED TV는 10만원대부터 판매 중이다.
최근엔 기사 방문 설치, 기존에 사용하던 TV 무상 수거 등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TCL은 한국 진출에 앞서 북미 TV 시장에서 삼성·LG전자와 경쟁에 불을 붙였다.
시장조사업체 시르카나 통계를 살펴보면, TCL은 지난해 북미에서 75인치 이상 대형 TV 출하량, 판매량 2위에 올랐다. 2023년보다 출하량은 72.6%나 늘었다. 북미 TV 시장 1위는 삼성전자가 지키고 있지만, LG전자는 2위를 내준 상황이다.
과거 국내 업체들이 했던 현지화 전략도 뒤따르고 있다. TCL은 미국 인기 미식축구팀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 삼성전자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프로 축구팀 '첼시' 스폰서로 나섰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
리둥성 TCL 회장은 지난 8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에서 "2024년 미국 시장 매출이 2023년보다 20%나 늘었다"며 "공급망과 제품 구조 최적화로 올해에는 북미 시장에서 작년보다 30% 성장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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