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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 진단]'성장 대세' 전기차·2차전지는 감속…유화·철강은 부진 예상


현대차, 전기차 전략 변경 안해 "판매 약간 낮아질 수 있지만 큰 영향 없어"
철강업계, 중국 악재 맞서 고부가 '승부수'…"석유화학, 내년도 혹독한 침체"

[아이뉴스24 강지용 기자] 3분기 실적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주요 산업들에서 뚜렷한 경기 회복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 석유화학 등은 여전히 터널속을 가고 있지만,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 등은 전환점을 맞고 있거나, 이미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2023년이 두달이 남은 시점에서 산업계를 진단한다. [편집자]

반도체 경기 회복세와 자동차 판매 증가 등으로 한국 대표 산업들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진한 업종들도 남아 있다. 또, 쾌속 질주를 하던 전기차·2차전지 산업은 대세 성장은 변함없지만, 시장 증가 속도가 느려지는 양상이다.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 [사진=현대자동차그룹]

6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기자동차 분야는 글로벌 수요 둔화 압박을 받고 있다. 이차전지·차량용 반도체 등 관련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보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를 나타냈다. 서강현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전기차는 충전 인프라, 가격 부담 등으로 얼리어답터들의 구매에서 일반 소비자의 구매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여러 제약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기차 분야, 수익성 개선은 '요원'

전기차 판매 상승세 둔화는 현대차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테슬라 역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수요 둔화에 따른 과잉 생산 우려 등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곳도 등장했다. GM은 최근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 40만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폐기하고, 미시간주 전기차 생산공장 가동 시점을 1년 연기했다. 포드도 연간 전기차 60만대 생산 계획을 미뤘다.

현대차는 그러나 당장 전기차 전략을 변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서강현 부사장은 "기대보다 전기차 판매가 약간 낮아질 수 있겠지만, 전체적인 총 판매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전 세계 전기차 목표 판매량을 올해 33만대에서 2026년 94만대, 2030년 200만대로 높여 잡은 바 있다.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025년 상반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갈 미국 조지아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짓고 있는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2024년 하반기 완공을 앞두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HMGMA는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예정이다.

서 부사장은 "미국 전기차 공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측면에서 의사 결정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며 "2024년 하반기 양산 일정을 늦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잠깐의 허들이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테슬라 등 전기차 기업들의 투자 속도 조절은 전통의 완성차 업체들로선 기술 격차를 좁히거나 우위를 선점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정권을 잡는다고 해도 전기차 전환이라는 흐름 자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의 철강업계, 고부가 제품 확대로 대응

중국 건설·제조업 경기 침체 여파를 정면으로 맞은 곳은 철강업계다. 중국이 세계 최대의 철강 시장이기 때문이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 모습. [사진=뉴시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제1용광로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기대보다 못한 리오프닝 효과로 자체 철강 수요가 줄었다. 그러나 조강 생산량은 오히려 늘어났고 내수 부진에 따른 초과 생산 물량을 한국 등 주변국에 수출해 처리하는 중이다. 게다가 일본 철강업체들도 엔화 약세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수출에 나서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달 12일 보고서를 통해 "엔화 약세와 일본 철강재 국내 유입 확대는 단기적으로 국내 철강사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철강재 수급 부담과 가격 하방 압력 확대를 통해 국내 철강업에 구조적 리스크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여건도 철강 수요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설 경기 침체로 공급이 늘어나지 않고 있다. 국내 조강생산량은 올 1~8월 누적 기준 4497만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99t 대비 2.2% 감소했다.

내년 상반기에도 회복을 예상하기가 어렵다는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엄기천 포스코 마케팅전략실장은 지난달 24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에도 시황은 좋아지지 않고 약세 기조를 예상한다"며 "내년 1분기까지 약세 기조가 이어지고 지정학적 위기 상황과 고유가, 고금리 등으로 내년 1분기에 가봐야 중장기 전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철강업체들은 고부가·고수익 제품 판매 비중 확대와 새로운 시장 개척으로 돌파구를 찾는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스코는 자동차·조선 등 업황이 좋은 업종을 중심으로 고부가제품 판매 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총 1조원을 투자한 광양제철소 전기차 소재 전기강판 공장(연산 15만t)을 이달 중에 가동한다. 고부가 제품인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한다.

현대제철은 조선 이외 분야에서 대규모 물량의 후판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국내 반도체 공장, 유럽·동아시아 해상풍력 프로젝트, 글로벌 건설기계용 시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다 △전기차 전용 고성형 초고장력 강판 △액화이산화탄소 이송 저장탱크 후판 등을 개발해 친환경 강재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 "석유화학업계, 내년에도 혹독한 침체"

석유화학 업계도 올해 국내외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중국발 공급 과잉, 유가 강세 영향으로 장기 불황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3분기에는 비용 절감 노력과 고부가가치 전략으로 반짝 반등에 성공했으나, 남은 4분기와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중국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전 세계 시장에 쏟아지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LG화학 여수 CNT(탄소나노튜브) 2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여수 CNT(탄소나노튜브) 2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중국이 진행하고 있는 석유화학 생산라인 증설 규모는 폴리에틸렌(PE) 680만t과 폴리프로필렌(PP) 708만t 등이다. 증설이 조만간 마무리되면서 내년부터 해당 물량이 전 세계 시장에 대량으로 쏟아지면 공급 과잉으로 국내 업계의 수익성 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달 18일 '2024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업계는 내년에도 혹독한 침체는 멈추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수출 감소와 제품 마진 축소로 기업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라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석유화학 비중이 높은 롯데케미칼과 대한유화는 적자 폭이 커질 것이고, 사업이 다각화된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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