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석범 기자] 매일 무수히 많은 정보가 쏟아집니다. 정보 유통이 빛의 속도로 빨라져 늘 새로운 얘기에 둘러싸입니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만, 그 안에 어떤 고민과 혜안이 녹아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뉴스24가 시작합니다. 화제의 인물을 찾아 직접 묻고, 듣겠습니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편집자]
지난 2021년 신한금융그룹은 손해보험사를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디지털에 기반을 둔 손해보험사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신한금융이 적임자로 선정한 인물이 지금의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다.
강 대표는 기존의 디지털 손해보험사와 결이 다른 보험사를 꿈꾸고 있다. 가입 편의성을 높이는 '판매 방식의 디지털화'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발생하는 새로운 위험을 보험화'하는 게 목표다. 취임 1년여를 지난 강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성장 전략을 들어봤다.
자전거에서 자동차로 환골탈태
-대표를 맡은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회사 체질을 바꾸고 있다. 상품 포트폴리오도 새롭게 구성하고 전산 시스템 고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금 느리게 보일지 몰라도 계획한 방향대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 상태가 자전거라면 자동차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하는 중이라고 보면 된다. 직원도 1년 전에 비해 2배 정도 늘었다. 업계 최상위 보험사 출신부터 다른 디지털 손보사 출신들까지 구성원이 다양하다."
-성과에 관한 부담감은 없나.
"타 보험사에 비해 규모도 경험도 적다 보니 상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기존 상품과 데이터가 부족해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있다. 데이터를 집적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보험사가 성과를 내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제조업과 다르고 은행과 증권과도 다르다. 처음 신한EZ손보에 합류할 때도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말씀드렸다. 그룹도 이런 부분을 이해하고 있다."
보증 서비스 시장 정조준
-신한EZ손보가 눈여겨보는 시장이 궁금하다.
"앞으로 자율주행이 일상생활이 되면 기존 자동차보험 시장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그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하면 자동차 사고가 극단적으로 줄게 된다. 이는 자동차보험 가입의 니즈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자동차에 포함된 안전장치는 고장이 난다. 하지만 안전장치 고장에 관해선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른다. 이런 고장 리스크를 위한 상품이 필요하다. 그게 연장보증(Extended warranty)이다. 다음에는 고장으로 발생하는 배상 책임 영역이 생긴다. 현재 이 영역을 담보하는 시장이 있냐고 하면 없다. 우리가 겨냥하는 시장이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보험은 요율 구성이 중요하다. 최초 시장이 형성되면 이를 리스크로 본다. 보통은 하이 레벨의 통요율(재보험사에서 받는 세분화되지 않은 요율)로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안전 할증이라는 것을 통해 수익성과 합리성을 지키고 데이터 확보에 집중한다. 그리고 데이터를 세분화해 집적하고, 요율도 세분화한다. 이런 작업을 거쳐 합리적인 가격을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한다. 우린 미리 준비해서 시장이 열리면 적극적으로 위험을 인수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중이다."
-시장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자동차만 놓고 보면 1조원 정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일반보험 시장 전체 규모가 13조원이다. 단일 위험으로만 1조원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이 숫자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뺀 외제 차만 얘기하는 거다. 자동차만 있는 건 아니다. 전자기기도 고장 나면 AS센터에 간다. 보증 연한이 끝났다고 하면 본인이 온전히 수리비를 내야 한다. 우린 이런 시장도 열릴 것으로 본다."
-자동차보험에는 관심이 없는가.
"커머디티 상품은 담보의 혁신보다는 가격 경쟁이 핵심이다. 그러다 보니 비용 효율을 위해서 규모가 중요하다. 자동차보험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고객에게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건 쉽지 않다. 그럼, 삼성화재 정도로 자동차보험을 팔 수 있는지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삼성화재 정도로 팔지 못하면 이익을 거두기 어렵다"
-여행자보험도 커머디티 상품 아닌가.
"여행자보험은 커머디티 상품이지만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 상품은 자동차보험과 다르게 의무보험이 아니다. 고객이 스스로 가입하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다이렉트 채널(온라인 채널)에서도 많이 팔린다. 여행을 가면 기쁜 마음에 가입한다. 환경적인 요소들이 잘 만들어져 있다. 가격 경쟁 강도가 상대적으로 자동차보험보다 낮아 이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본다."
스타트업에서 차별화 답을 찾는다
-스타트업과 협업에 진심인 것 같다.
"리스크가 변하고 새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다. 이런 비즈니스는 대부분 스타트업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스타트업을 관찰하면 이들이 하는 게 결론적으로 보험 목적물의 리스크를 바꾸는 일이다. 그래서 생각한 게 스타트업에 필요한 보험상품을 제공하자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커피 머신 대여(구독)를 사업 모델로 가진 스타트업이 있다. 이 스타트업은 커미 머신을 대여 외에도 양질의 원두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사업도 한다. 스타트업 대표와 얘기를 하던 중 커피 기계가 고장 나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고 고객이 고친다는 말을 들었다. 커피 머신 구독 계약에 키퍼 서비스(보험)를 넣자고 제안했다. 월 구독료가 100만원이면 2만~3만원 정도를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그럼 이 사람들은 커피 머신을 쓰다가 고장이 나도 수리 비용을 받을 수 있다. 저는 이런 게 임베디드(Embedded, 내장형) 보험이고 디지털 시대에 필요하다고 본다."
-보험료율을 뽑기 어려울 것 같은데.
"스타트업이 가진 데이터로 우리가 보험료 수준을 계산해 본다. 이 결과를 가지고 재보험자로부터 얻은 요율 비교한다. 서로 논의를 거친 이후에 재보험자에게 확정된 요율을 받는다. 보험료를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하려고 노력한다. 과도한 이익을 보지 않는 게 우리의 룰이다."
철학과 가치 따뜻하게 봐주길
-중장기 전략을 듣고 싶다.
"고장 리스크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걸 수익 사업으로 만드는 게 1차 목표다. 지금은 신한EZ손보가 400억원에서 500억원 정도를 하고 있다. 이걸 1500억원 정도로 끌어 올리면 자생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은 수입차 보증 리스크 서비스로 시작하겠지만, 여기서 파생되는 리스크도 비즈니스로 만들려고 한다."
-성장 전략에 인보험도 포함되는가.
"인보험도 당연히 다뤄야 한다.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을 관심 밖 대상으로 두는 게 무슨 보험사인가. 고객이 인보험 가입을 요청하는데 '다른 보험사로 가세요'라고 말할 순 없다. 우리도 우리만의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해야 한다. 다만 말씀드린 것처럼 자전거 상태로는 도저히 인보험을 판매할 수 없다. 자동차 수준이 되면 인보험 시장도 진출하려고 한다."
-제판 분리로 판매 조직이 없을 텐데.
"신한금융그룹에는 보험대리점(GA) 신한금융플러스가 있다. 그리고 테크에 기반을 둔 젊은 GA들이 있다. 토스인슈어런스 같은 GA다. 이런 GA들은 디지털답게 보험을 판매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디지털화를 추구하는 판매 채널들과 협업해 상품을 팔고, 거기서 쌓인 데이터와 경험으로 우리만의 차별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주주 KT와 협업도 계획하는가.
"KT는 보험 외 데이터가 엄청 많다. 통신사업자가 가진 데이터는 우리가 생각한 것 이상이다. KT는 전국에 오프라인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KT의 이런 강점을 활용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과도 향후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 더존비즈온은 중소기업 ERP 시장의 80%를 가지고 있다. 이런 강점을 활용한 여러 모델을 구상 중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신한EZ손보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집단이다. 우리가 가진 철학과 가치를 외부에서 따뜻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당장은 성과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계획한 대로 걸어가고 있다."
◇강병관 신한EZ손해보험 대표 : 1977년 1월. 포항공과대학교 수학 및 컴퓨터공학과 졸업, 美뉴욕대학교 수학과 석사.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 삼성화재 투자협력파트 부장, 현 신한EZ손보 대표이사 사장.
/최석범 기자(0106531998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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