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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만 요란했던 석유TF, 결국엔 '빈손'


석유TF 76일 대장정 마침표…유류세 인하만이 방법

[정수남기자] 지식경제부 석유TF(태스크포스)가 획기적인 유가 조정 요인을 찾아내지 못한채 80여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6일 발표된 석유TF의 조사결과를 보면 유가 조정 요인을 찾아내기 위해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은 못 된다. 정부가 큰 소리를 쳐놓고 '코끼리의 코만 만져 본 꼴' 이랄까?

우선 석유TF는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결정 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정유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국제제품가격 방식은 통상 30일∼45일 전 가격으로 수입, 원유 상승기에 국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계 석유 시장이 개방돼 있어서 국제제품가격 방식은 미국, 호주 및 유럽 등 대부분 주요 선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미국은 시카고, 로스엔젤레스, 뉴욕 등의 거래시장 가격을 반영해 가격을 결정하고, 유럽은 로트르담 거래소 금액을, 우리나라와 호주는 싱가폴 국제시장 요금을 가격 결정에 반영하고 있다.

이윤 창출이 목표인 기업이 최대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한다고 해서 '잘못'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석유TF가 제안한 원유가 방식이 차선책인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석유시장이 과점 형태인 만큼 경쟁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적정 가격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등 도입을 위한 선결 조건을 석유TF 스스로 제시했다.

아울러 석유TF는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제6의 독립폴 신설을 제안했다. 하지만 현재 농협이 Nc-Oil폴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유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나, 지방에 소재한 독립폴 주유소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상황에서 이 방법이 효율성이 있을지 의문이 높다.

아울러 주유소에서 서로 다른 회사의 석유제품을 파는 혼유 정책도 문제다. 업계는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과열 경쟁으로 폐업하는 주유소들이 증가하고 있는 마당에, 저유탱크·주유기 등 시설 확대를 추진할 주유소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석유공사의 유통업 진출도 무리가 많다는 지적이다. 공기업이 이윤 추구보다는 공익을 위한 기업인 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기름을 공급할 수 있어 상당히 고무적인 방안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석유시장을 정유4社가 98%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공사는 이들 업체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을 수 밖에 없다.

공사가 직접 석유제품을 수입하는 방법도 있으나 이 방법도 대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정제한 석유제품은 이웃나라 일본과 함께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질이 좋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석유 수입사들의 국내 시장 진출이 활발했던 지난 2000년 초반(시장 점유율 7∼8%), 이들 수입사가 도태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질 낮은 석유제품을 수입해 재가공하는 과정에서 가격 인상 요인이 추가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또 당시 국내 정유사들은 저렴한 원유를 수입해 국제 가격보다 싼 석유제품을 공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입사들은 경쟁력을 잃었던 게 사실이다.

이로 인해 2001년 중반 정부에서는 국내 정유사들에게도 원유가 방식보다는 국제제품가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할 것을 강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에서 주장한 가격 비대칭성(국제유가가 상승할때는 기름값이 빨리 오르고 하락할 때는 천천히 내리는 것)도 설득력을 잃는다.

TF조사에서도 가격비대칭성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미국 영국, 스웨덴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는 이들 나라가 자유시장 체제를 체택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같은 비 대칭성 문제는 최근 들어 개선되기는 했으나 비단 석유 업계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고유가 당시 25%∼50% 가량의 가격을 인상한 국내 많은 세탁소들은 이후 국제 유가가 안정됐어도 가격 인하는 없었다. 이들 세탁소들은 최근 고유가를 빌미로 다시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있다.

이번 지경부 석유TF는 결국 76일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투명한 석유 유통시장은 손도 못댄 채 석유TF 조사를 빌미로 정유사에게 가격 인하만 요구한 셈이 되고 말았다는 것.

지난 3일 SK에너지에 이어 4일에는 GS칼텍스, 현애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이 연달아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석유TF는 지난 2월 하순 조사를 마쳤다. 그러나 그 동안 조사 결과 조율라는 미명 아래 결과 발표를 한달 이상 미뤘다.

SK가 석유제품 가격 인하를 발표하자 지경부가 서둘러 석유TF 결과를 발표한다고 한 점에서도 이같은 사실은 여실히 드러난다.

정만기 지경부 대변인은 "그동안 석유TF 조사결과를 늦춘 게 SK에너지의 가격 인하 같은 것을 노린 것 아니겠냐"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정부의 석유TF는 중요한 점을 간과했다. 우리나라 수출 효자 종목인 석유산업이 올해 우리나나라 무역 1조달러 달성에 첨병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 부가가치가 높은 휘발유(11.9%), 경유(28.5%), 등유(4.1%), LPG(3.5%) 등 시장가치가 상이한 20여개 석유제품을 동시 생산한다.

당연히 수익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지난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석유산업은 지난달에도 전월 대비 30%에 육박하는 수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관섭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이번 석유TF 활동으로 국내 정유 산업이 위축된다고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말했다.

그는 또 "관련 부처에서 유류세 인하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는 등 정부는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서는 유가 안정을 위해 유류세 인하에 대한 뒷짐만 지고 있고 지경부 석유TF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는 핑퐁 게임 모습을 보여줬다.

지경부 석유TF는 이래 저래 씁씁한 뒷맛만 남겼다.

정수남기자 perec@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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