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출석'한 대통령 경호처장…경찰, 긴급체포할까

[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는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경찰에 자진 출석한 가운데, 경찰이 박 처장을 긴급 체포할지에 이목이 쏠린다.

박 처장은 10일 오전 경찰의 3차 출석 요구에 서울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로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는 중이다. 박 처장은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 저지한 혐의로 입건됐다. 지난 4일 1차 출석 요구 당시에는 경호 업무와 관련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불응했고, 지난 7일 2차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출석을 기점으로 경찰이 박 처장의 긴급 체포는 물론 경호처 지휘부 와해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공수처, 경찰 등 공조본은 윤 대통령의 2차 체포 집행에 앞서 경호처 지휘부 체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긴급 체포 가능성은 낮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체포한 뒤 48시간 내에 영장을 청구해 구속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구속영장 발부 가능성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시사평론가로, 권력층의 형사사건을 많이 다루고 있는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씨케이)는 "경찰에서 긴급 체포를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정당성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후 구속영장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어 "자신이 직접 걸어나와서 수사받겠다고 하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그런 상태에서 지휘부 무력화를 위해 체포를 집행한다면 범죄 그 자체를 위한 것이 아니고 다른 행위를 하기 위한 목적의 수단임을 자인하는 셈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박 처장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임박한 상황에서 자진 출석을 한 배경에도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최 변호사는 "체포, 구속을 무력화 하기 위한 경호처장의 의도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박 처장은 이날 출석길에 만난 기자들에게 "경찰이 친정인 제가 경찰의 소환을 거부하고 수사받지 않는다면 국민 누가 경찰의 수사를 받겠느냐"며 "경찰 소환 조사에는 처음부터 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했다.

긴급 체포의 요건이 엄격한 점도 공수처, 경찰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범죄의 중대성, 증거 인멸, 도주 우려 등 긴급 체포의 요건은 엄격하다. 사건이 중대하긴 하지만 자진 출석인 점이 중요하다"라며 "긴급 체포를 하더라도 체포적부심이 곧바로 인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